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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4/03/27 13:59:56  김종열
호암미술관 특별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개최
불교에서 여성의 존재를 주제로, 80년만에 귀향한 〈금동 관음보살 입상〉 등

 불교에서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 신의 세계를 타파하고 인간 본연의 마음을 탐구하여 부처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는 불교도 어찌보면 한 여인의 출산으로부터 시작 됐다. 마야부인이 석가모니 부처님을 세상에 낳으면서 불교가 시작됐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처음으로 비구니가 된 석가모니 부처님의 이모이자 실직적인 양육자인 마하파자파티로부터 시작된 여성 출가자는 오늘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동아시아로 전해진 불교는 여성들에게 많은 구원적 요소를 제공한다. 여성들은 자신과 가족 혹은 왕가의 장수와 안녕을 위해 서원을 세우고 공덕을 쌓아 나가며 많은 불교미술의 후원과 제작을 지원한 여성은 불교를  지탱한 옹호자이자 불교미술의 후원자와 제작자로서 기여해왔다. 

호암미술관 전경

 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 호암미술관은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불교미술에 담긴 여성들의 번뇌와 염원, 공헌을 세계 최초로 본격 조망하는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을 3월 27일(수) 부터 6월 16일(일)까지 개최한다. 


 기획전의 제목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은 불교 초기 경전인 숫타니파타의 한구절에서 가져왔다. 불교를 종교로 신앙하고 불교미술을 후원하고 제작했던 ‘여성’들을 진흙에서 피되 진흙에 물들지 않는 청정한 ‘연꽃’에 비유했다.

 이번 전시에는 전세계 27개 컬렉션에서 모은 불화, 불상, 사경과 나전경함, 자수, 도자기 등 다양한 장르의 귀중한 불교미술 걸작품 92건(한국미술 48건, 중국미술 19건, 일본미술 25건)을  한 자리에 모았다.
 
 출품작 중 한국에서는 리움미술관을 비롯해 ‘이건희 회장 기증품’ 9건을 포함한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중앙박물관 등 9개의 소장처에서 국보 1건,  보물 10건, 시지정문화재 1건 등 40건을 선보인다. 

 해외에서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보스턴미술관 등 미국의 4개 기관,  영국박물관 등 유럽의 3개 기관, 도쿄국립박물관 등 일본의 11개 소장처에서 대여한 일본 중요문화재 1건, 중요미술품 1건, 현지정문화재 1건 등 52건을 전시한다.  특히 전시 작품 중에 〈금동 관음보살 입상〉,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아미타여래삼존도〉, 〈수월관음보살도〉 등 9건은  국내에서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한다. 

80년만에 잠시 귀향한 '금동관음보살입상'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충남 부여 규암리 출토품으로 추정하는 불상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반출했다가 2018년 존재가 알려져 ‘백제의 미소’라 불리웠다. 당시 문화재청은 42억원까지 주고라도 환수하려 했으나 소유자가 150억원을 제시해 협상이 결렬됐다. 이번 특별전을 위해 약 80년 만에 잠시 귀향했다.

일본 혼카쿠지 소장 조선 불화 '석가탄생도'

 특히 15세기 조선불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석가탄생도’(조선, 15세기, 족자, 비단에 채색, 금니, 일본 혼가쿠지 소장)와 ‘석가출가도’(조선, 15세기, 족자, 비단에 채색, 금니, 독일 쾰른 동아시아미술관)는 세트로 추정된다. 1447년 수양대군은 아버지 세종의 명으로 어머니인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편찬한 석가의 일대기인 『석보상절』에는 부처님 탄생과 관련해 “(태자를 낳으신 후에) 부인이 나무 아래에 있으셨는데…”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일본 혼가쿠지(本岳寺)에서 온 ‘석가탄생도’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출산한 마야 부인이 보리수 아래 대좌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고 정수리에 네 마리 봉황이 달린 장식을 얹고 그 위에 가체를 올린 머리 모양은 조선 왕실 여성의 ‘큰머리’를 닮은 마야부인의 모습에서 그림으로 소원을 빌고자 했던 왕실 여성들이 떠오른다.

독일 쾰른 동아시아 미술관 소장 조선 불화 '석가출가도'

 나란이 걸린 독일 쾰른 동아시아미술관 소장 ‘석가출가도’에서는 태자의 출가를 알고 슬퍼하는 아버지와 아내의 모습을 그렸다. 이 두 점은 한 세트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어떤 경로로 이국땅에 흩어지게 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고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나란히 걸리게 됐지만 아쉽게도 '석가탄생도'는 5월 5일까지 전시 후 일본으로 돌아간다. 

 3월 27일부터 용인 호암미술관 전시실에서 선보이는 이번 특별전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주제를 통해 세부 세션을 전달한다.

 1부는 “다시 나타나는 여성”을 주제로 불교미술 속에 재현된 여성상을 인간, 보살, 여신으로 나누어 살펴봄으로써 지난 시대와 사회가 여성을 바라본 시선을 이야기한다. 

1부 제1섹션 여성의 몸: 모성(母性)과 부정(不淨)

 제1섹션에는 여성의 몸: 모성(母性)과 부정(不淨)으로 조선 전기와 후기를 대표하는 불전도와 중국 원대의 백묘화, 고려시대의 변상판화, 일본 에도시대의 회화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불화의 향연을 통해 불교미술 속에 시각화된 여성의 유형과 의미에 대해 살펴 본다.

1부 제2섹션 관음: 변신(變身)과 변성(變性)

 제2섹션에는 관음: 변신(變身)과 변성(變性)으로 본래는 남성이되 모든 중생의 어머니가  되어 달라는 뭇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대자대비하고 자유자재한 관음보살의 응신들이 눈 앞에 동시에 현현한 듯한 특별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1부 제3섹션에는 여신들의 세계: 추앙과 길들임 사이

 제3섹션에는 여신들의 세계: 추앙과 길들임 사이로 고려시대 왕실과 민간에서 활발히 신봉했던 마리지천과 일본과 중국의 불화 속 부처의  감화를 받아 선신(善神)으로 거듭난 귀녀(鬼女)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을 교화시키고 길들여야만 하는 존재로 바라본  과거의 시선을 살펴 본다.

 2부는 “여성의 행원行願”을 주제로 찬란한 불교미술품 너머 후원자와 제작자로서 여성을 발굴하여 사회와 제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기로서 살고자 했던 여성들을 만나 본다. 
 
2부 제1섹션 간절히 바라옵건대: 성불(成佛)과 왕생(往生)

 제1섹션은 간절히 바라옵건대: 성불(成佛)과 왕생(往生)으로 사경과 복장 발원문이 펼쳐진 공간에서 고려 여성들이 공덕을 쌓은 마음을 돌아 보고, 아미타여래, 극락정토와 관련된 불화와 불상을 통해 여성들이 꿈꾸었던 이상적인 내세를 조망한다. 

2부 제2섹션 암탉이 울 때: 유교사회의 불교여성

 제2섹션은 암탉이 울 때: 유교사회의 불교여성으로 유교적 가치관이 지배했던 조선시대의 왕실 여성들이 발원한 불상과 불화를 통해 불교도이자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일의 의미를 헤아린다. 

2부 제3섹션 여공女工: 바늘과 실의 공덕

 제3섹션은 여공女工: 바늘과 실의 공덕으로 지금까지 간과되었던 자수와 복식을 여성의 일이자 예술이란 관점에서 새롭게 살펴본다.

용인팔경중 하나인 호암미술관 앞 가실리 벚꽃(사진= 용인시청 홈페이지)

 2023년 호암미술관의 전면 리노베이션 이후 처음으로 여는 이번 전시는 4월 초 만개하는 가실리 벚꽃과 함께 불교 미술의 진수를 만나는 특별한 기회이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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