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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연사 삼장보살도 |
1998년 도난 후 행방불명, 올해 소재 파악돼 8월 국내 반입
18세기 설잠·수탄 스님 작품, 보물급 가치 지닌 불화
조계종이 1998년 도난당해 일본으로 유출됐던 대구 달성 용연사의 영산회상도와 삼장보살도 2점을 환수했다.
조계종 총무원(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본래 용연사 극락전에 봉안되어 있던 영산회상도와 삼장보살도가 1998년 9월 30일 도난된 후 행방을 찾을 수 없었으나, 올해 초 일본의 한 소장가가 종단에 불화의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소재가 파악됐다.
종단은 지난 7월 일본 현지를 방문해 불화를 확인하고 소장자와 기증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8월 6일 국내로 반입해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로 이운을 완료했다.
영산회상도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설법하는 장면을 그린 불화이며, 삼장보살도는 천장·지지·지장보살을 그린 것으로 수륙재와 관련된 불화다.
용연사 영산회상도는 1731년에 그려진 대형 불화로, 1728년 용연사 대웅전 중창 후 1731년 불화 조성 불사가 진행될 때 영산회상도를 비롯해 관음보살도, 제석천도 등 5점이 봉안됐다. 5점 중 현재 유일하게 영산회상도만 남아있다.
영산회상도의 화승은 설잠 스님으로, 이번 환수를 통해 설잠 스님이 수화승으로 그린 불화가 처음으로 밝혀졌다. 18세기 전반에 유행했던 의겸 스님이나 임한 스님의 화풍과는 다른 설잠 스님만의 독특한 화풍이 용연사 영산회상도에서 나타난다.
보조화승으로는 통도사, 직지사, 미황사 등지에서 활동했던 포근, 세관, 설심 스님이 참여한 점도 독특하다. 설잠 스님은 대형 후불도 조성에 유명 화승들과 협업할 정도의 기량과 조직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용연사 영산회상도의 시주자로 빈궁 조씨(1716~1751)가 등장한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빈궁 조씨가 사찰 불사에 후원한 사례로는 용연사 영산회상도가 유일하다. 그 시점도 효장세자의 삼년상을 마친 몇 달 후라는 점도 주목된다. 빈궁 조씨는 영조의 장남 효장세자의 부인이며 정조의 양어머니로, 정조 즉위 후 효순왕후로 추존됐다.
용연사 영산회상도는 후불도 중에서도 규모가 크며, 설잠 스님이 수화승으로 당대 유명한 화승들과 협력해 완성한 예술적 수준이 높은 불화다. 불화 조성에 왕실 인사와 당대 고승들이 참여하는 등 불교사적 가치도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동시대 조성된 불화들이 대부분 국보 내지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국가지정 문화유산급 가치가 있는 불화로 판단된다.
삼장보살도는 1744년 수탄 스님이 조성했다. 형식과 화풍에 있어 의균 스님의 제자인 체준 스님 등이 조성한 동화사 삼장보살도를 계승하면서, 천장보살의 표현에 변화를 주고 권속을 풍부하게 나타내어 구성과 표현에 완성도를 높였다. 삼장보살도는 18세기 전반에 번성했던 의균화파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불화이자 수화승으로서 수탄 스님의 기량을 보여주는 수준 높은 화격을 갖추고 있어 이 또한 국가지정 문화유산급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환수는 일본 소장자의 선의에 의한 기증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친으로부터 성보를 물려받은 소장자는 해당 성보가 도난품임을 인지하고 바로 종단에 기증 의사를 밝혔다. 기증자는 "성보이자 문화유산인 이 불화 2점이 본래의 자리로 환지본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종단은 불화 전문가와 함께 일본 현지를 방문해 면밀하게 검토한 끝에 두 성보를 환수하게 됐다.
다만, 개인 소장자가 보관해 왔던 관계로 보존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해 종단은 용연사와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와 협의해 보존처리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성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승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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