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으면 자신이 천국이나 지옥에 가거나 혹은 다른 생명으로 환생한다고 믿는다. 그러려면 일단 영혼이라는 것이 존재해야 가능한데 실제로 영혼이 존재하는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지만 현재의 첨단 과학 기술로도 영혼의 존재를 규명하지 못했다면 아마 영혼은 없는 것이 아닐까? 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수 있다. 영혼의 존재 여부는 필자가 차후에 기회가 되면 상세히 논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일단 영혼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러면 사후에 그 영혼이 어디로 또 어떻게 갈 수 있는지 논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영혼은 물론 천국이나 극락의 존재여부를 두고 갑론을박한다. 그런 원론적인 다툼은 승패를 가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원론적인 다툼이 아니라 방법론적인 다툼을 하면 금방 결론이 난다. 천국이나 극락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하고 가는 방법도 알아야 찾아갈 수 있다. 모든 종교가 천국이나 극락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교통수단과 에너지 보충방법 포함) 찾아가야하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무도 실제로 다녀온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말하면, 우주 어디에도 공짜는 없다. 어딘가로 이동하려면 파동은 물론 에너지 자체도 그만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전기가 송전될 때도 전기를 소모해야 송전(이동)이 가능하다.
관광회사는 미리 목적지와 가는 방법을 모두 탐사해보고 여행상품을 추천한다. 그런데 종교단체는 천국을 방문하거나 탐사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천국여행단을 모집한다. 천국으로 가는 안내서가 없는데 관광객들만 모여서 어떻게 천국에 간단 말인가?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한 가지, 관광회사의 안내 가이드처럼 사람이 죽으면 천국으로 안내하는 천사나 저승사자가 와서 기다리다가 데려가는 방법뿐이다. 그런데 천사나 저승사자를 시켜서 하늘나라 여행을 가이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사후 세계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그 시스템의 운영 방식을 논해보자. 지구에서 1시간 동안에 탄생하거나 사망하는 사람이 대략 2만 명 정도라고 한다. 1초에 대략 6명이 세계 각국에서 죽고 또 태어난다. 하늘여행 가이드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데리고 가서 심판받은 다음에 천국이나 지옥까지 인도하고 태어나는 생명에게 새로운 영혼을 인도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기 편하게 각 1시간으로 잡으면 시간당 2만 명의 천국 가이드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 생명이 어느 시간에 태어나고 죽을 것인지를 초단위로 정확히 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못하고 미리 와서 출산이나 임종을 기다려야하고 가이드도 3교대로 근무한다면 가이드의 숫자는 대략 20만 명 정도는 돼야한다. 그리고 20만 명의 가이드에게 일일이 시간표와 여행 목적지를 가르쳐주고 관리 감독하는 감독관도 수천 명 정도는 필요할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죽은 사람의 숫자가 수백억이 넘을 테고 그들을 천당과 지옥에서 감시 감독하기 위해서는 감시자가 적어도 1억 명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감시자들을 다시 감독하는 조물주나 옥황상제와 같은 우주의 통치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통치자가 그렇게 복잡한 영혼 관리 시스템을 운용할 리가 전혀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전 세계가 시청하는 올림픽 개막식이나 월드컵 결승전을 치르는 운동장에 통치자가 천사나 저승사자를 단 1명만 보내서 천국의 위치와 가는 방법이 들어있는 안내서를 주고 가면 그렇게 복잡하게 천국 여행을 위한 가이드 시스템을 운용할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지구인들은 착한 종교인이 되어 계율이나 계명을 잘 지키며 살 것이다. 우주의 통치자가 필자보다 머리가 나쁜 것일까? 아니면 심부름 시킬 부하(천사나 저승사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일까? 비록 천국이 있어도 우리가 죽기 전에 천국에 가는 방법을 습득하여 스스로 찾아 가지 못하면 천국에 갈 방법이 없다. 왜냐하면 단 1명의 천사나 저승사자도 올림픽 개막식이나 월드컵 결승전에 보내주지 않는 통치자의 성품을 고려하여 판단해보면, 통치자가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천국여행 가이드 시스템을 운영할 리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통치자가 지옥과 천당을 관리하는 에너지의 100분의 1만이라도 우리가 살아있는 이 세상에 사용하여 준다면 이 세상은 지상낙원이 될 수 있는데 왜 그런 일을 하지 않을까?
타임머신을 개발해도 과거나 미래가 어디에 보관되어 있어야 거기로 갈 수 있는데 거기가 어딘지 알 수 없어서 찾아가지 못하고, 천국(극락)이 어딘가에 있어도 그곳이 어디인지 몰라서 아무도 찾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천국이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천국은 인간이 찾아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천국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 우리 주변에서 죄를 지은 사람을 처벌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회 질서가 무너진다. 종교적으로 살펴보면, 나쁜 업을 쌓은 사람도 처벌돼야 한다. 그런데 이번 생에서 그 업을 처벌하지 않고 다음 생으로 미룬다면 현생 세계의 질서는 무너진다. 한 인간의 업은 다음 생에서 심판받는 것이 아니라 죽기 전에 자신이 심판받거나 혹은 심판 없이 그냥 죽더라도 그의 후손이나 측근에게 그의 업보가 영향을 미치게 되어 결국 현세에서 심판받는 것이다. 그래야 우주는 질서를 유지할 수 있고, 지금 우주의 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계속 딱딱한 이야기만 했으니 우스운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 기독교인들은 항상 구원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경남 김해에서 어떤 손님이 은행에서 거스름돈을 받는데 은행직원이 9원 대신 10원을 주었다. 그러자 손님이 10원이 아니라 9원을 달라고 소란을 피웠고 그래서 경찰이 그를 업무방해로 연행하여 9원보다 무려 수 만 배가 넘는 30만원의 벌금을 물렸다. 9원의 동전은 골동품 가게에서나 구할 수 있고, 그래서 옛날 동전 9원은 9원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높은 가치가 있기 때문에 9원을 달라고 고집하면 부당한 이득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은행 업무를 마비시키는 것이므로 업무방해가 성립된다. 그래서 무작정 9원을 달라고 고집하면 경찰이 잡아가거나 벌금을 때린다. 김해의 노인처럼 무작정 9원(구원)을 요구하거나 기독교인들처럼 자신이 열심히 노력도 안하면서 구원(영생, 해탈)을 달라고 떼쓰지 마라. 그러면 오히려 구원대신 엄청난 처벌을 받는다.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수행과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고 그에 과보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존재하는 어떤 것의 실체를 파악할 수는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떻게 존재하지 않는 것의 실체를 밝힐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반대로,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밖에 없다. 쉽게 설명하면, 누군가를 처벌하려면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데 유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반대로 무죄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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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길몽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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