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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관사 국행수륙대재가 봉행됐다. |
종정 성파 대종사 "'그대로 평화' 누리라" 법문, 총무원장 진우 스님 "인류 보편 가치 구현"
광복회에 후원금 3000만원·쌀 2000kg 전달, 유네스코 등재 추진 강조
대한불교조계종 진관사(주지 법해 스님)가 수륙재 개건 627주년을 맞아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2025 진관사 국행수륙재' 회향식을 봉행했다. 9월7일부터 49일간 '광복 80년, 온 세상을 비추는 감사의 기도'를 주제로 조국 독립을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리고 국가 번영과 국민 평안을 기원한 대법회였다.
진관사와 사단법인 진관사수륙재보존회(이사장 법해 스님)는 10월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에 걸쳐 회향식을 봉행했다. 25일 오전 9시30분 열린 기념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 전국비구니회 회장 광용 스님, 진관사 회주 계호 스님, 총무원 문화부장 성원 스님,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 스님, 조계종연구소장 원철 스님, 수국사 주지 보관 스님 등 종단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또한 오세훈 서울시장, 박주민·김우영 국회의원, 허민 국가유산청장, 김미경 은평구청장, 강윤진 국가보훈처 차관, 김진 광복회 부회장(백범 김구 선생 장손자), 백외식 백초월 스님 종손, 임돈희 진관사수륙재유네스코등재추진위원장(대한민국학술원회원, 동국대 종신석좌교수) 등 정·관계 인사와 주한 외교사절단을 비롯해 사부대중 2000여명이 동참했다.
기념식에 앞서 진관사 코끼리유치원 어린이들이 순국선열을 위한 헌정공연으로 사물놀이와 무궁화꽃 춤을 선보였다. 백초월 스님과 김구, 유관순, 안중근으로 분한 어린이들이 "우리는 오늘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로 싸웠습니다. 여러분들은 살아서 웃으며 이 나라를 지켜주세요"라고 말해 감동을 전했다. 이어 진관사 청년법회의 '태극의 빛 비천무' 공연이 펼쳐졌다.
기념식에서 헌향·헌다·헌화 후 독립운동가 1만8569명과 미발굴 독립유공자, 진관사 사가독서당에서 한글 창제에 기여한 집현전 학사 6인의 위패 봉안 의식이 거행됐다. 특히 백초월 스님의 증손 백외식 씨가 스님의 위패를 직접 봉안해 눈길을 끌었다.
진관사 주지이자 진관사수륙재보존회 이사장 법해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수륙재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조국 독립을 위해 민족의 영혼을 새벽빛으로 밝혀준 숭고한 선열들의 공덕을 기리는 자리라고 밝혔다. 법해 스님은 "종교와 이념, 세대와 지역이 달라도 오직 민족애로 조국 독립을 위해 순국하신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오늘 우리가 이분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것은 내일을 여는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진관사 수륙재는 화합과 상생으로 원수와 친한 이가 평등하게 은혜를 베풀고, 범부와 성인이 함께 지혜를 증득하는 거룩한 만남의 장"이라며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귀중한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인류애와 무차평등정신이 깃든 평화와 환희의 장"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치사를 통해 수륙대재가 유정과 무정, 산 자와 망자를 가리지 않고 두루 제도하는 대자대비의 법회라고 밝혔다. 진우 스님은 "이는 한 순간의 의식이 아니라 법계 일체 중생을 해탈의 길로 인도하는 거룩한 서원"이라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진관사는 근현대사의 아픔과 희망을 함께 간직한 성지"라며 "경내에서 발견된 '진관사 태극기'는 독립의 염원과 민족의 숨결을 증언하는 성스러운 기치"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우리는 그 태극기에 담긴 호국과 자주의 뜻을 기리고,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신 독립유공자와 순국선열들의 넋 앞에 다시금 머리 숙여 예경을 올린다"고 밝혔다.
진우 스님은 국행수륙재가 역사성과 장엄한 의례를 바탕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는 수륙재가 단지 한국 불교의 의례를 넘어,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비와 평등, 화합과 상생을 구현하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임을 증명하는 길"이라며 "부처님의 가르침이 세간과 출세간을 함께 밝히듯, 수륙재는 민족과 세계를 넘어 온 인류가 함께 향유해야 할 법의 보배"라고 강조했다.
진우 스님은 진관사 회주 계호 스님과 주지 법해 스님, 보존회와 사부대중, 관계 기관의 모든 정성에 깊은 감사를 전하며 "부디 이 공덕이 온 법계에 회향되어, 나라의 융성과 백성의 평안을 이루고, 나아가 세계 모든 중생이 고통을 여의고 행복과 평화 속에 살아가기를 발원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축사에서 "요즘과 같은 갈등의 시대에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해 하나로 잇는 게 수륙재의 정신"이라며 "저도 다름을 품고 누구나 존중받는 포용의 도시 서울을 만들어 나가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축사를 통해 "수륙재는 온 천지와 수륙에 존재하는 모든 고혼의 천도를 위하여 지내는 의례로, 깊은 자비와 화합의 정신을 담고 있으며, 이 의식은 단순한 종교행위를 넘어 우리 전통문화의 결정체이자 공동체 정신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진관사 수륙재는 광복 80주년을 맞이하여 독립유공자, 순국선열들의 값진 희생을 기억하는 감사의 기도 봉행 및 국가 번영과 국민 평안을 기원하는 자리로 그 의미가 더욱 뜻깊다"고 밝혔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진관사국행수륙재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축제이기도 하며 은평구민은 물론, 청년 불자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세대 통합과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머지않아 진관사국행수륙재가 은평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돈희 진관사수륙재유네스코등재추진위원장은 "진관사의 문화생태계는 수륙무차평등대재의 설행 정신에 맞게 지역과 사회, 국가, 세계의 사람들과 서로 기쁨, 슬픔, 고통을 함께 하고 인류애를 나누며 발전해 왔다"며 "진관사수륙재 설행을 중심으로 공익을 위해 헌신한 이들을 추모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평화로운 세계에서 모두가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것은 유네스코 공동체적 가치에 충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식에서는 광복회를 통해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후원금 3000만원과 칠칠곡 쌀 2000kg을 전달했다. 광복회 김진 부회장은 법해 스님에게 백범 김구 선생과 윤봉길 의사가 홍커우 투탄의거 전 교환한 시계를 복원한 기념품을 선물했다.
기념식 이어 회향식 첫날 낮재로 시련(侍輦, 영가를 맞이하는 의식), 대령(對靈, 영가를 모시고 위로하는 의식), 관욕, 신중작법, 괘불이운, 영산작법이 설행됐다. 조계종 어산종장 동희 스님이 집전했으며, 진관사 회주 계호 스님이 재주·법인을, 주지 법해 스님이 병법을 맡았다.
오후 3시 법문 순서에서는 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가 '當下: 바로 지금 여기'라는 주제로 법좌에 올랐다. 성파 스님은 "채색물감으로 허공을 그릴 수 있겠는가? 잘 드는 칼로 물을 자를 수 있겠는가?"라고 질문하며 "마음이 안정되면 허공과 물과 같아서 모든 사물을 대할 때 원수도 없고 원망도 없이 그대로 평화이니 좋지 않겠는가? 그걸 누리자"고 설파했다.
성파 스님은 "우주 삼라만상은 모두 무에서 유가 되어 존재하다 무너지고 다시 공이 된다. 그래서 성주괴공이라 한다"며 "진관사 수륙대재는 무주 유주의 고혼을 다 초청해 부처님의 법문으로 이고득락하게 하는 행사"라고 말했다. 이어 "바로 인류가 제일 갈망하는 평화와 자유와 행복을 위한 것"이라며 "이러한 뜻을 담은 수륙재는 세계 인류를 대표하는 특별한 무형문화유산이자, 우리 민족의 문화를 계승·발전하는 호국불교"라고 강조했다.
26일에는 밤재로 수륙연기, 사자단, 오로단, 상단·중단·하단 소청, 상단·중단 권공, 하단시식, 봉송회향이 설행되고 삼회향놀이로 전체 일정을 마무리했다.
앞서 9월7일 입재부터 매주 일요일 법문이 이어졌다. 입재에는 혜국 스님(석종사 조실)이 '나라를 구한 영웅들께', 초재에는 지형 스님(청암사승가대학장)이 '진리의 숲으로 이끌어주시는 부처님과 모든 스승들께', 이재에는 종범 스님(전 중앙승가대학교 총장)이 '보살행을 실천하는 모든 이들께', 삼재에는 영진 스님(백담사 기본선원 조실)이 '나를 지탱하는 힘, 기도 수행', 사재에는 계호 스님(진관사 회주)이 '다 맞다, 다 좋다, 다 옳다', 오재에는 용학 스님(범어사 화엄경연구원장)이 '복이 따르는 사람들의 좋은 습관', 육재에는 성우 스님(전 대한불교조계종 전계대화상)이 '극락세계에 왕생하실 선망 부모님께'를 주제로 법문했다.
진관사국행수륙재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1398년 조상의 명복을 빌기 위해 삼각산 진관사 경내에 총 59칸의 수륙사를 건립하면서 시작된 627년 전통의 왕실 수륙재다. 2013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조선시대 전통적 수륙재인 칠칠재(사십구재) 형식에 낮재와 밤재의 이부 구성을 유일하게 전승하고 있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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