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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 사회부는 봉은사 미륵광장에서 '10.27법난 제45주년 추념문화제'를 봉행했다. |
피해자 원행 스님, 정부에 적극적 노력 촉구
봉은사에 2028년 기념관 건립 예정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10월 27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미륵광장에서 '10.27법난 제45주년 추념문화제'를 봉행했다. 1980년 10월 27일 신군부가 군경 3만여 명을 동원해 전국 3700여 곳의 사찰과 1600여 곳의 암자를 일제히 수색하고 스님들을 강제 연행해 가혹행위를 저지른 국가폭력 사건인 10.27법난 발생 45주년을 맞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의지를 다지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추념문화제는 오후 1시 30분부터 조계종 어산종장 덕림 스님을 법주로 위령재가 먼저 진행됐다. 10.27법난 피해 인정자 96명 중 입적한 48명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위령의식에는 총무원 주요 소임자 스님들과 피해자 스님들, 재가불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오후 2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추념문화제는 영단 헌화로 막을 올렸다. 총무부장 성웅 스님, 사회부장 진성 스님, 문화부장 성원 스님, 호법부장 도심 스님, 미래본부 사무총장 일감 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에 이어 10.27법난 피해자회 부회장 중하 스님, 현소 스님, 명현 스님, 명철 스님 등이 헌화했다. 일부 피해자 스님들은 혼자 거동이 어려울 정도로 연로했지만, 먼저 떠난 피해자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삼배를 올렸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총무부장 성웅 스님이 대독한 추념사에서 "법난 이후 4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 아픔은 완전히 치유되지 못한 채 우리 마음에 남아 있다"며 "많은 피해자들이 명예회복을 보지 못한 채 입적했고, 남아 있는 분들 또한 육체적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종단은 10.27법난으로 실추된 불교계의 명예가 온전히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며 "불교 발전의 염원을 모아 완전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과 같은 10.27법난의 남은 과제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일신우일신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종단과 피해자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그 상처가 온전히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육체적·정신적 트라우마를 위로하고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이 실질적으로 완수될 때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10.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심의위원 진성 스님(조계종 사회부장)은 "10.27법난은 신군부가 전국 3700여 곳의 사찰, 1600여 곳의 암자 등을 일제히 수색하고 군경 3만여 명을 동원해 스님들의 인권을 유린한 한국 현대사에 유례없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진성 스님은 "이러한 국가폭력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역사적 교훈을 올바르게 계승하고 피해자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10.27법난피해자모임 회장 원행 스님(조계종 원로의원)은 부회장 중하 스님이 대독한 인사말에서 "10.27법난의 진실을 알리고 불교와 국가의 관계 속에서 역사를 바로잡아 가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원행 스님은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나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아무런 잘못 없는 스님들을 강제로 연행해 신체적·정신적 고문을 가한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법난의 진상규명과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불교계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에 적극적인 노력을 다해 달라"고 촉구했다.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은 "10.27법난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선결돼야 하는 것은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원명 스님은 "현재 기념관 건립을 원만히 추진하고 있다"며 "건립불사를 통해 법난의 아픔이 치유되고 굴곡진 우리 불교사가 올바르게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추념문화제에서는 미륵광장을 중심으로 '10.27법난의 과거_기억의 복원, 현재_공감의 확산, 미래_상생과 화합'을 주제로 한 전시가 진행됐다. 추념 영상 상영에 이어 5인조 뮤지컬 갈라팀 '어쏘티드'가 조계종 추념곡 공모전 수상곡인 '차마 잊을 수 없는', '내가 사랑하는 그대는 우리 마음에 별이 되었다', '바람의 노래'를 공연했다.
한편 봉은사 삼성동 73번지 일대에는 '10.27법난 기념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현재 주차장 부지로 사용되고 있는 이곳에 지하 4층, 지상 3층 규모의 기념관이 2028년 준공 예정이다. 기념관은 10.27법난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불교 전통문화의 정신을 계승하는 복합문화 추념공간으로, 공연장과 전시장, 교육연구시설 등을 갖춘다.
10.27법난은 1980년 쿠데타로 집권한 신군부가 '사회정화조치'의 연장선에서 불교가 정권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자행한 국가폭력 사건이다. 1986년 해인사 전국승려대회, 1988년 10.27법난 진상규명 추진위원회 발족 등 불교계의 노력으로 1988년 강영훈 국무총리로부터 공식 사과를 받았다.
2008년 '10.27법난 피해자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피해자 인정과 의료지원금 지원이 이뤄졌다. 2018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불교계에 여전히 남아있는 깊은 상처에 대한 심심한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공식 사과를 표명했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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