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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불국사에서 김혜경 여사가 주최한 APEC 정상 배우자 초청 행사가 열려 한국불교의 전통과 가치를 전했다. |
김혜경 여사 주최 불국사 행사, 6개국 정상 배우자 참석
다식·다도 체험, 범종 명상...진관사 스님들 진행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10월 31일 경주 불국사에서 김혜경 여사가 주최한 APEC 정상 배우자 초청 행사에 참석해 한국불교의 전통과 가치를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캐나다 다이애나 폭스 카니 여사, 뉴질랜드 아만다 럭슨 여사, 필리핀 루이즈 아라네타 마르코스 여사, 싱가포르 루즈루이 여사, 대만 린원쉬엔 영애, 태국 타나논 니라밋 여사 등 6개국 정상 배우자와 불국사 주지 종천 스님, 총무원 총무부장 성웅 스님, 기획실장 묘장 스님, 문화부장 성원 스님, 진관사 회주 계호 스님과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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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우 스님은 정상 배우자들에게 인연법과 선명상의 가치를 전했다. |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환영 인사에서 "불국사는 창건 이래 1300여 년 동안 토함산 너머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동해의 물결에 평화와 번영을 기원해온 기도도량"이라며 "그 기도의 맥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져, 이곳을 찾는 모든 이의 마음에 평화의 숨결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태평양이 여러 나라를 이어주듯, 불국사의 솔향기와 바람소리는 인간과 자연, 나라와 나라가 서로 어우러지는 조화와 상생의 울림이 될 것"이라며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기대어 존재하는 인연의 그물망 속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인연법의 가치를 환태평양의 지도자들과 영부인 여러분이 함께 나누실 때, 이 지역은 더욱 아름답고 평화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선명상의 의미도 소개했다. 스님은 "마음을 고요히 하는 선명상은 존재의 관계성과 하나됨을 자각하게 하는 수행"이라며 "그 자각을 통해 우리는 '나'와 '타인'이 둘이 아님을 깨닫게 되고, 그 순간 내면에서 자연스레 자비심이 피어난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그 자비의 마음이 널리 확산될 때, 이웃과 나라, 나아가 세계는 평화로움 속에서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 이 성지를 찾으신 인연이 각자의 내면의 평화는 물론, 세계평화를 여는 뜻깊은 출발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시간을 잇는 다리, 문화를 잇는 마음'을 주제로 열렸다. 대통령실은 "불국사는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현실과 이상을 잇는 가교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 장소"라며 "당시 우리 선조들이 추구해 온 이상세계인 불국을 현실에 구현하고자 한 철학이 깃든 곳"이라고 밝혔다.
한복을 입고 배우자들을 맞은 김혜경 여사는 최근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해 화제가 된 전통 복주머니 안에 핫팩을 넣어 선물했다. 김 여사는 "복주머니의 황금빛 福(복) 글자는 '행복'과 '행운'을 상징하며, 받는 순간부터 복이 깃드는 마음을 전한다"며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늘 행운과 행복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복주머니를 든 채 불국사의 대표 상징물인 청운교와 백운교를 배경으로 공식 기념촬영을 했다. 대통령실은 "신라 석공예의 정수가 담긴 두 다리는 하늘로 오르는 인간과 불국을 잇는 길로서, 이번 배우자 행사가 각국의 마음을 하나로 잇는 다리가 되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스님들의 문화유산 해설을 들으며 각 전각과 석탑에 깃든 철학과 장인정신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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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설전에서 진행된 한식 체험 프로그램은 진관사 스님들이 맡았다. |
무설전에서 진행된 한식 체험 프로그램은 진관사 스님들이 맡았다. 진관사 회주 계호 스님의 안내로 콩을 주재료로 한 다식 만들기가 진행됐다. 계호 스님은 "콩다식은 삶은 콩을 곱게 찧어 꿀과 섞어 만든 전통 다식으로, 예로부터 궁중의 진연에서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 올리던 음식"이라며 "콩은 몸의 균형을 돕고 건강을 지켜주는 자연의 선물로, 소박함 속에 충만함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11세기 고려 왕실에서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 올리던 고급차인 말차를 먼저 시음했다. 말차가 담긴 찻잔은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가 직접 빚은 작품이다. 이어 봄에 돋아난 가장 어린 차 잎으로 만든 최상급 녹차인 '우전차'를 시음하며 깊은 맛과 향을 음미했다.
참가자들은 눈을 감고 범종각의 은은한 종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즐겼다. 사회를 맡은 진관사 본엄 스님은 "천년의 숨결을 간직한 불국사 범종의 은은한 울림을 듣게 될 것"이라며 "이 범종 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맑히고, 모든 존재에게 평화를 전하는 깊은 울림"이라고 말했다.
김혜경 여사는 "천년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어 기쁘다"며 "불국사의 석단을 밟는 발걸음마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가 놓였다"고 말했다.이어 "이날의 만남이 APEC을 넘어 인류가 공존의 길로 나아가는 아름다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진관사는 조선시대부터 수행의 맥을 지켜온 조계종 대표 비구니 도량으로 수많은 국제행사를 치러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행사를 진행했다. 대통령실은 "진관사 스님들이 직접 맡아 섬세한 환대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김종열 기자
http://www.bulgyonews.co.kr/news/39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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