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7월 2일 ‘달라이라마 제도 존속 확언’ 성명 발표
“어려운 이 시기, 부디 티베트를 잊지 말아주시기를”
티베트의 대변자, 달라이 라마
제14대 달라이 라마 지음
안희준 옮김
하루헌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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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베트의 대변자, 달라이 라마』 표지 |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불교의 최고 수장을 가리키는 세습명이다. 15세기부터 사용된 용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달라이 라마’는 텐진 갸초라는 이름을 지니고, 현재 구순의 나이로 인도 다람살라 망명정부에 주석하는 달라이 라마 14세다.
현 달라이 라마의 나이에 비추어 세간의 관심은 달라이 라마 제도의 존속 여부에 쏠려 있다. 달라이 라마의 환생자를 찾아 최종 지명할 권한을 가진 자는 달라이 라마의 스승이자 티베트 불교의 2인자인 ‘판첸 라마’다. 그런데 1995년에 제11대 판첸 라마로 지명된 어린아이가 지명 3일 만에 중국 경찰에 의해 가족과 함께 납치돼 행방불명됐다. 중국공산당이 공산당원의 아들을 임의로 판첸 라마로 임명하자 달라이 라마 측에서는 그를 판첸 라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의 달라이 라마가 열반할 경우 공산당원의 아들이 달라이 라마의 환생자를 찾을 권한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가 후계자를 상호 지명하여 계승해 오던 티베트 불교의 전통은 깨어질 위기에 처했다. 달라이 라마 15세에 관한 세간의 물음이 빈번해지자 달라이 라마 14세는 2011년 티베트의 모든 주요 종파 지도자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그 회의가 끝난 뒤 발표된 공식 성명에서 달라이 라마 14세는 자신이 90세가 되는 해에 각 종파의 고승들은 물론이고 티베트 대중들과 상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달라이 라마 제도를 유지한다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제15대 달라이 라마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책임은 간덴 포당 재단에 있다고도 전했다.
“2025년 7월 2일 나는 달라이라마 제도 존속을 확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7월 14일에 열린 제15회 티베트 종교지도자회의에서는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213쪽)
이제 세간의 관심은 달라이 라마 15세의 환생 장소로 모아질 것 같다. “환생의 본래 목적이 전임자의 사명을 계승하는 데 있는 만큼, 새로운 달라이 라마는 자유세계에서 태어날 것”이라는 언급을 볼 때 중국 영토 속의 티베트는 아님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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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4년 9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1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마오쩌둥 주석과 인사하는 달라이 라마 14세(왼쪽). |
이 책 『티베트의 대변자, 달라이 라마』는 구순을 맞은 달라이 라마 14세의 특별회고록이다. 티베트와 티베트인을 대표해 지난 70여 년간 공산주의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과 만나 교섭해온 여정을 담고 있다. 또한 대승불교의 정신적 유산을 티베트인과 공유하는 중국인들과 양심 있는 국제사회에 티베트 민족이 처한 고통에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호소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책은 1950년 10월 7일, 약 4만 명의 인민해방군이 티베트 동부 캄 지역의 디추 강을 건너는 것으로 시작된다. 열여섯 어린 나이에 중국의 침공을 맞닥뜨리고, 스물다섯에 조국을 떠나 인도로 망명한 그는 이후 75년 동안 폭력 대신 자비와 대화를 원칙으로 공동체를 이끌어 왔다.
이 회고록에는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던 기록이 다수 등장한다. 중국 지도부와의 비공개 협상 과정과 강압적인 조약 체결의 이면, 망명정부가 형성되며 겪어야 했던 정치적·문화적 고민들, 세계 각국과의 외교적 교섭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내밀한 증언은 이전 달라이 라마의 어떤 저작에서도 볼 수 없던 내용이다. 아울러 디아스포라 2·3세대가 마주한 언어와 정체성의 문제, 최근 중국 내 티베트 정책이 만들어 낸 억압의 현실, 티베트의 미래와 ‘달라이 라마 제도’에 관한 달라이 라마의 분명한 견해까지 담기면서 오늘의 티베트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
인도로 망명한 이후 75년 동안 폭력 대신 자비와 대화를 원칙으로 공동체를 이끌어 왔던 구순의 달라이 라마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티베트 동포에게 하늘이 아무리 어두워도 희망을 잃지 말기를 당부한다.
“자유를 위한 우리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바로 우리 민족의 운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체주의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체제이므로 오래가지 못한다. 시간은 자유를 염원하는 티베트인과 중국인 모두의 편이다.” (217쪽)
전 세계의 국가와 국민들, 특히 티베트인과 연대해 온 이들에게는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 티베트에 대한 국제 언론의 주목은 우리에게 큰 격려와 위안이 되고 있다. 이에 감사한다”면서, “티베트의 유구한 역사에서 가장 위태롭고도 어려운 이 시기에 부디 티베트를 잊지 말아주시기를 부탁한다”(220쪽)고 호소한다.
http://www.bulgyonews.co.kr/news/39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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