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자연스럽게 뜨거운 햇살을 피해 자연스레 그늘을 찾습니다. 벌써 여름이 시작되는가 싶네요.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니, 계절의 순환이 참으로 무겁게 다가옵니다. 수천 년, 수만 년 우리가 인식하기 어려운 시기부터 이 계절의 순환은 계속되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이처럼 자연의 이치 또한 이럴 진데, 우리 삶은 탐욕을 키우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세계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지역적인 문제로 엮어진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은 끝날 줄도 모르고 있는데, 4년째 계속된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도 점점 심해져 양 국민들이 고통에 빠져있습니다. 어디가 잘못이고 잘 한 것인지 선택이 어려울 지경으로 너무나 어려운 문제가 얽히고 섥혀 있어 이웃나라는 바라볼 뿐입니다.
경제적으로도 미국 정부에 의한 조치로 각국 경제가 얼어붙고 있습니다. 이처럼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살아남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그 혼란의 틈바구니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힘들어 합니다. 여기에 더해 일부 지나친 노조들의 쟁투가 기업마저 문을 닫고 외국으로 떠나기도 하는 등 우리나라 역시 큰 혼란에 빠져있기도 합니다. 어떤 것이 옳은지를 모를 정도로 자기 주장만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노승의 마음은 더욱 찹찹해집니다.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노승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하나 있을까 생각하다 그 생각조차 접는 것이 제 참혹한 심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보다 과거를 추억하며 살아가고, 혹은 다가올 미래를 염두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나쳐 살아왔던 과거를 그리워하고 다가올 미래를 걱정합니다. 하지만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현재 살아가고 있는 지금 삶에 집중하지 못할까요? 현재 삶보다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왜 줄지 않을까요? 그것은 현재 삶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현명한 사람들은 과거의 삶보다 혹은 다가오지 않은 미래보다 현재를 중요시 여깁니다. 부처님께서도 현재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처음 엮은 <장아함경>에 그런 가르침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를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잘 보시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장아함경>에 이릅니다.
“과거에 매달리지 말라, 미래를 원하지도 말라. 과거는 이미 사라졌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느니라. 꿈은 여기 현재의 일에서 가져야 할 것이니, 이루고자 하는 뜻에 확고부동하여 흔들림없이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여야 하리.
오로지 오늘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해 땀흘려 노력하라. 그 누구인들 내일 죽음이 있음을 알겠는가? 삶에서 염라대왕과의 계약은 없는 것, 오직 밤낮으로 끊임없이 노력하라. 이렇게 사는 사람에게 영광이 있고 현자의 칭찬이 따르리라.”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삼세(三世)는 하나의 끈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과거와 미래는 현재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간간히 이 사실을 망각합니다. 삶이 고달프다는 이유만으로 현재 삶의 모습을 중요시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현재를 아름답게 가꾸는 이에게 과거는 아름답게 기억되고 미래는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삶이 힘들어 좋은 과거만을 추억하고, 혹은 다가오지 미래를 그리며 살아갑니다. 이렇게 하면 할수록 현재의 삶은 고단해지고 힘들어집니다. 우리의 삶은 현재입니다. 우리가 엎어진 상황이라면 먼저 일어나야 합니다. 일어나서 뭘 하든지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어나지 않고 열심히 뛰었던 과거를 생각하거나, 일어서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달리고 있는 미래를 생각하면 그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그런 일들이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왜 사람들은 이런 생각들이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을까요? 물질이 최고의 모습이라 생각하는 현재 삶의 구조에서는 눈앞에 있는 욕망을 줄일 생각을 하지 못해 이런 고통들이 더욱 심해지는가 싶습니다.
눈 맑은 수행자는 세간의 모든 것들은 환상과 같아 삶과 죽음도 천둥이나 번개와 같다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 스스로 자신의 참된 성품을 살펴 진정한 자신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일러주시는 마음 공부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서 방황하고 있습니까? 현재에 충실하십니까? 그 화두가 우리에게 주어진 불교 공부라는 생각을 늘 잊지 말고 방하착(放下著)하시길 바랍니다.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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