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교우하고 그들과의 감정적 친화 속에서 사회성을 발견하며 차츰 전인적 존재로 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때로는 해당 관계 자체에 집착하는 불상사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사실 인간의 모든 관계는 사소한 집착으로부터 이루어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관계의 본질을 결정하는 것은 이런 집착들이 아님을 알기에, 우린 집착이란 단어 자체를 그리 환영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얼마 전 한 젊은 여 신도가 소승을 찾아와 울며 말했습니다. “스님, 어떻게 하면 그 남자를 잊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이 끝도 없는 슬픔 속에서 제 자신을 추스를 수 있을까요?”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게 물었지요. “그대는 그럼 그 남자와의 관계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나까?”라고요. 그녀는 더욱 감정이 복받친다는 듯 울음을 멈추지 않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 것으로 “그렇지 않습니다”는 뜻을 표명했지요. 그래서 저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대의 고민들은 이미 말끔히 풀렸습니다.”
우린 사실 일상의 모든 관계 속에서 비가시적인 압박을 느끼고 있습니다. 상대가 나를 알아주지 않을까 지레짐작하고, 걱정하고, 그 사람의 애정이 식을까 염려하고, 왜 그 사람은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등등을 말입니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걱정과 고민들 속에서 우리는 우리 생의 대다수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또한 이런 것이 우리네 인생의 묘미라고 반문한다면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승려 신분으로서 보편적인 대중의 가치를 제멋대로 재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종종 아쉬움을 느끼곤 합니다. 조금만 더 정신을 차리고 평소 자신의 마음자리를 살피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 정도까지 괴로워하지 않을텐데, 저렇게 심각할 정도로 ‘자아의 무너짐’을 경험하진 않을텐데 하는 생각을 주변에 고민과 아픔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통해 무시로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 불자들은 달라야 합니다. 각자 서원한 바가 다를지라도 우린 서로의 번뇌 망상을 핑계로 타인의 행복까지 끌어내리는 행동은 지양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욕망이 좌절됐다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상대를 향해 투정을 부리기도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런 행동들이 얼마나 무상한 것인지를 일깨워 주고 있지요. 우리의 마음이 일어나고 가라앉는 모든 작용들에는 사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린 우리 인식의 찌꺼기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그 일련의 안일한 습관 속에서 쉽게 도망쳐버립니다. 그리고 먼 훗날에 깨닫지요.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조금만 더 의연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나 자신과 주변을 괴롭히지 않았더라면 현재가 더 행복할텐데 라고 말이지요. 이런 가정법도 물론 허망합니다. 인간의 인식체계는 기본적으로 ‘회광반조’에 접합합니다. 하지만 회광반조도 때에 맞춰해야 합니다. 마음자리가 흔들리는 그 지점에서 바로 회광반조하는 습관을 들여 우리 생의 저 너머를 조망해야 합니다.
불자들이라면 모름지기 멀리 보는 새가 되야 합니다. 눈앞의 모이만 쪼아대는 형국은 안쓰럽기 그지없습니다. 언제나 멀리보고 자신을 추스르려면 평상시부터 부지런히 마음의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 마음에 언제나 볕이 들 수 있도록 마음의 청정하게 가꾸어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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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해사 회주 무공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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