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보내는 산사는 너무나 적막합니다. 간혹 풀벌레 소리조차 없으면 적막조차 잊을 정도로 조용합니다. 다행스럽게도 뜨거운 날씨 속에서 산사라 견딜만 합니다. 주간불교 독자들께서도 이번 여름을 잘 나는 방법들을 한두 가지 알고 자신에게 맞는 좋은 쪽으로 실천하고 계시겠지요.
세상 살아가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삶의 지혜가 있습니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가는 84억에 이르는 사람들 중에 자신이 못나고 허물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아마 그 숫자는 1/1000이 채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합니다. 그 사랑이 너무 애착하고 집착하기 때문에 여러 문제들이 생겨납니다. 이처럼 우리 자신을 사랑하기에 이 지구라는 행성 속에서 각자 의미들을 갖고 살아 있는 것이며, 삶의 애환과 즐거움을 노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혜롭고 현명한 이는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또한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는데 인색하지 않습니다. 그곳에 인생의 즐거움과 참뜻이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 자신만 중히 여깁니다. 그냥 지나칠 것도 자신의 잣대에 맞지 않으면 고집을 부리고 일을 망치게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두고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고 남의 탓으로 돌리기 일쑤입니다. 이러다 보니 어리석은 사람 주위에는 늘 다툼과 분란이 있습니다. 그 분란의 중심이 자기 자신인 줄 모르고 남의 허물을 크게 확대하고 비웃고 이간질합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처님은 어리석은 모습을 초기 가르침인 <아함경>에 이릅니다. 경전의 가르침을 잘 살펴 자신을 올곧게 하는 기회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눈을 뜨라 그대여, 누가 그대의 눈을 감겼단 말인가? 사물을 내 스스로 보지 못하고 남의 눈으로 보아온 그릇된 버릇에서 벗어나라. 활짝 열린 눈에는 한 개의 티끌도 없다. 내 눈이 열려야 세상을 받아 들일 수 있다.”<아함경>
부처님께서는 열린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 하십니다. 열린 눈으로 보면 세상의 현상을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리석음으로 가렸던 눈을 크게 뜨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곳에 온전한 사랑이 깃들어 있고 행복으로 다가옵니다.
무명에 가려진 중생들은 탐욕심으로 정견을 가지지 못하고 세상을 자신의 잣대로만 재려고 합니다. 자기가 내는 욕심처럼 상대방도 그럴 줄 알고 상대방의 허물을 찾기 바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상대가 잘못한 것이고 그렇게 해야 본인 마음이 편합니다.
욕심이 많고 현명하지 못한 사람이 자기 본위의 생각을 갖고 있으니, 그 사람이 하는 일마다 잘 될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옆에서 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그 본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 것을 하나라도 가지고 갈까 봐 마음을 조리며 그 사람을 상대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불가(佛家)에서는 지혜 없는 자는 깨어있어도 잠든 자와 같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진리를 보지 못하여 어둠 속을 헤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늘 언제나 깨어 있어라고 하셨습니다. 깨어있는 자는 언제나 한마음으로 자신을 잘 지키고 자신의 허물을 반성하고 올바른 수행자의 길을 간다고 하셨습니다.
이 세상은 있는 그대로 보면 하나의 모습인데, 무명으로 사는 사람들은 천 가지 만 가지로 차별된 모습으로 생각하고 인식합니다. 왜냐하면 차별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자신의 잣대인 줄 모르고 남의 생각을 자신의 잣대에 맞추려고 합니다. 그러니 상대가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화가 나고 성질이 나지요. 상대방이 내 마음처럼 움직여 주어야 하는데, 그 상대는 자신의 잣대로 생각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분란이 일어납니다. 서로 간에 불신과 차별된 생각으로 하는 일마다 고통스럽고 힘든 생활이 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모르기에 헛된 유혹에 망가지면서도 오히려 기꺼워합니다. 누구든지 몸과 입과 마음으로 악한 짓을 하는 사람은, 참으로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몸과 입과 마음으로 착한 일을 하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입니까? 지혜로운 이는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어 사랑으로 가꾸듯이, 우리들이 바른 정견으로 바른 행을 통해 행복한 모습을 가꾸어가야 합니다. 늘 여여한 생활이 되시길 부처님 전에 발원올립니다.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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