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07년도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또다시 한 장의 달력만 남았군요. 늘 그렇듯 마지막은 아쉬움만 가득하지요. 하지만 새로운 달력을 걸 때의 희망을 우리는 또 꿈꿉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온갖 만물은 그대로인 듯한데 어느새 달력은 시간을 넘기고 아쉬움이 끝모르게 움찔 거립니다.
며칠 전, 새해 달력이 생겼습니다. 새 달력을 만지작거리는 느낌이 이렇게 해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지요. 절에서의 수행과 행사, 그리고 개인적인 스케줄 등을 옮겨 적으며 내년 그맘때의 정황이 올해 그대로일 것이라는 믿음이 깨어진지 오래라는 사실에 더 놀랐습니다. 어른들의 생신은 어느새 제사로 바뀌어져 있고, 꼭 챙겼던 지인의 생일도 이제는 이름조차 지워지는 처지가 된 경우도 있습니다. 일종의 서글픔을 동반하는 그 놀람이 지극히 현실적인, 늘 변화하는 세상의 순리인지도 모르지요.
저는 12월이면 문득 그리워져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일주문이지요. 일주문이 뭐가 그리 보고싶냐고요? 그것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일주문이기 때문입니다.
보살님들은 대구 동화사에 가본 적이 있으신지요. 심지대사가 중창할 때 오동나무가 겨울에 상서롭게 꽃을 피웠다 해 동화사라 이름을 고쳤다고 전해지지요. 팔공산은 신라시대부터 오악(五岳) 가운데 하나인 부악(父岳)으로 추앙 받던 민족의 영산(靈山)으로, 공산으로 전해져 왔습니다. 이후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과 이곳에서 후삼국의 패권을 다투던 중 충복 8명의 장수를 잃은 것을 기리기 위해 팔공산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동화사 동편 입구로 들어서면 눈앞에 ‘팔공산 동화사 봉황문’이란 편액이 걸린 일주문이 나옵니다. 동화사는 그 터가 봉황이 알을 품는 형국이어서 일주문을 봉황문이라 이름 붙였지요. 이 일주문의 현판을 풀어 보면 ‘팔공산의 산세 중에서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이곳에 오동나무가 겨울에 꽃을 피우는 상서로운 절로 들어가는 문’이라는 뜻입니다. 봉서루는 말 그대로 ‘봉황이 깃든 누각’을 의미하지요.
팔공산 도처에는 수많은 약사여래상이 남아 있습니다. 삼국의 통일과 이민족의 격퇴, 질병 극복 등을 간절히 염원해 왔던 곳임을 다시 확인해 주고 있는 것이지요. 12월이 다가기전 동화사에 다녀와야 겠습니다. 그리고 지난 달력을 떼고 세로 온 달력을 걸어야 겠습니다.
올 한해, 아직 절반이 더 남았습니다. 이맘때 되면 누구든지 한해를 정리하느라 바쁘지요. 새로울 것은 없지만 세상의 모든 만물에겐 끝이 있는 법.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습니다. 불자님들이 정리하는 한 해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집집마다 묵은 때를 털어내기도 하고, 옷장을 정리하기도 하며 송년회와 신년회 등으로 사람 사는 관계를 돈독히 하기도 하지요. 이런 시간적인 분류를 기회삼아 마음을 새로이 다잡는 방편들 만드시기 바랍니다.
낡은 달력의 연륜을 발판삼아 새 달력에 원숙함을 그리십시오. 새것이라 하여 항상 새롭지 않아도 어제의 시행착오들이 내일의 터전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하다. 새 날들은 지난날의 실올을 이어가는 뜨개질처럼 손놀림에 따라 올이 들쑥날쑥 하지만 언젠가는 완성되는 따뜻한 스웨터와 같은 것, 오늘은 완성품을 꿈꾸며 올을 짜는 날이라고 생각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