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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07/12/24 11:49:05  편집국
송구영신에 그치지 말고 ‘제행무상’ 되새길 때

정해년 한 해가 가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무엇을 했으며, 어떻게 보냈는지를 미쳐 돌아볼 겨를도 없이 송년회다 뭐다 술자리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 불자 여러분들도 혹여 그렇게만 보내고 계신 건 아닌지요.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고 지난 해의 묵은 때를 벗고 새해를 맞는 자세에는 사실 옳고 그름이 어디 있겠습니까. 더구나 친한 지인들과 함께 한 해를 반추하면서 친목을 도모하는 것도 좋지요. 하지만 문제는 송구영신 본래의 목적은 퇴색해버리고 자칫 유흥으로만 치닫는 것이겠지요.

이에 반해 우리 절집안은 자고로 한 해를 보내는 것이나 시작하는 것에 얼마간 초탈한 게 사실이죠. 또한 그래야만 절집안 다운 풍모가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속세가 아무리 흥청되도 흔들림없는 중심을 잡는 것이 바로 우리 수행자들의 면모일 테니까요.

신도들이 간혹 이런 질문을 할 때면 솔직히 당혹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스님, 한 해 덕담도 해주실겸 혹시 제 한 해 운세 좀 봐주실 순 있나요?”라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 이런 질문을 허물없게 할 정도라면, 얼마간 저와 친분이 있는 사이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불교에 전혀 무지한 사람일 것입니다. 한 해의 운세를 묻기 전에 저는 이런 질문을 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불교란 무엇인가요?” “당신은 어떤 부처님을 섬기는지요?”라고 말이죠.

기복(祈福) 그 자체가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라, 적어도 불교 신자라고 할 만한 사람이라면, 지나치게 운세에 집착하는 모습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우리 스스로 한 해의 운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행히도 멀리 있지 않습니다. 하루 하루 순간 순간에 충실하면서 마음을 항상 흔들림없는 평정 속에 지낸다면 하는 일마다 잘 될 것임은 자명합니다. 그 이외에 부가적으로 따르는 불운이나 판단 실수 등은 미리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예부터 제자들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셨습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지도,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미리 염려하지도 말라”고 말이죠. 불교의 가르침은 이렇듯 철저히 현재에 포커스가 맞춰집니다. 현재에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은 그만큼 자신의 생을 1백프로, 아니 2백프로 이상 살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네 삶은 한번 뿐입니다. 한번 뿐인 삶을 아무렇게나 보냈다는 후회 속에서 비참한 생을 마감할 사람은 아마 지상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밝고 명랑하고 활기찬 에너지 속에서 내 주변의 사람들과 화기애애하게 호흡하며 살고 싶을 것입니다. 이는 인간성의 본질입니다. 그럼에도 애써 어둠·쾌락 등에 집착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면서도 안타깝게 느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한 해가 가고 또 다른 한 해가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뿐입니다. 이순간 문득 “흔들리는 건 깃발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라고 했던 육조 혜능대사의 말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한 해가 오고 가는 이런일상적인 순간 속에서도 우리 불자여러분들은 ‘제행무상’의 가르침을 마음 속 깊숙이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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