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제도권 불교에 희망은 있는가?
전 천장사 주지 허정스님
내가 제도권, 내가 불교, 내가 희망, 하지만
현 간선제의 총무원 체제에서는 희망이 없다
한국불교언론인협회(회장 이재우)와 참여불교재가연대(상임 공동대표 허태곤)는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불자 수 300만 감소에 충격과 참담함에 이르렀고, 이에 긴급 토론회 5회를 마련했다.
토론회는 한국불교 현실을 진단하고 문제점 분석, 미래를 위한 대안 모색을 위해 공동토론회로 진행해 왔고, 세 번째 토론회가 2월 15일 오후 7시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 빌딩 2층 만해 NGO교육센터에서 열렸다.
이에 세 번째 토론회 ‘제도권 불교에 희망은 있는가- 희망을 찾다’라는 주제로 전 천장사 주지 허정스님이 발표한 원고내용을 본지에 게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내 삶이 불교, 다른 곳에서 불교 존재 할 이유 없다
나와 세상을 바꾸는 일… 마음의 힘이 가장 세다
원인 다양한 것은 해결책도 다양, 이해·합의필요
제도권 불교의 희망은 있는가에 대해 개인적인 대답은 ‘있다’ 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내가 제도권이므로, 내가 불교이므로, 내가 희망이므로 이상으로 제도권불교에 희망은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끝이 났습니다.
그래서 더 할 말은 없지만 위와 같은 대답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는 설명 드려야겠습니다. 첫째, 내가 제도권이라는 말은, 저는 이 (조계종)종단에서 30년을 살았습니다. 천장사 주지도 하고 교육원산하 불학연구소장도하고 불교신문 논설위원도 했습니다. 봉암사, 불국사, 해인사, 범어사, 동화사 등 선방도 십년 넘게 다녔습니다.
현재 개인 토굴이 없다지만 눈칫밥 각오하고 대한민국의 사찰에서 머물기를 청한다면 머물 데가 왜 없겠습니까? 부전을 구하는 절에서는 훌륭한 직원 왔다고 좋아라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도권이라는 말이 현 간선제하의 총무원체제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희망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직선제는 단순히 간선제와 동등한 선거법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불교쇄신의 문제요, 불교의 생존 문제로 다가옵니다. 81%가 직선제를 지지한다는 것은 ‘종단이 이대로는 안 된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입니다. 간선제로 선출된 총무원장이 대중의 뜻을 따르지 않아도 아무런 제제를 받지 않고 있는 현실은 위기 상황입니다.
둘째, 내가 불교라는 말은 불교는 내가 내안에서 탐진치를 살펴보고 그것을 줄여나가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내 삶이 불교이며 불교가 내 삶이지 다른데 불교가 있지 않습니다. 나를 떠나서, 내가 겪는 희노애락을 떠나서 불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의 희노애락은 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너와 나라는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입니다. 그 관계 속에는 부모형제, 스승과 도반, 사회와 승가가 있습니다. 관계를 잘 가꾸는 일 즉, 사회를 가꾸고 승가를 건강하게 꾸려나가는 일도 결국 불교요 나의 일입니다.
셋째, 내가 희망이라는 말은, 나없는 세상은 내게는 세상이 아닙니다. 내가 보고 느끼고 말하고 들을 수 있으므로 비로소 세상인 것입니다. 모든 기억이 사라진 식물인간에게 세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세상은 나에게 내가 인식되는 세상일 뿐이므로 내가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중요해집니다.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절망도 되고 희망도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무조건 긍정하라는 긍정주의자는 불교인의 안목이 아닙니다.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인식되는 세상의 상태, 구조, 제도도 중요합니다. 짜장면이나 짬뽕을 보고 일어나는 내 마음도 중요하지만 대상이 짜장면이었다는 거, 짬뽕이었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조건 발생의 연기법은 원인과 이유를 하나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원인을 하나로 단정하고 이유가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는 것은 인간의 욕망입니다. 수많은 이유 중에 어떤 이유가 가장 힘이 세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직 이것만이 원인이다, 이유다 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게 실상입니다. 이것이 불교가 법에 의지해서 사는 이유이고 창조신 같은 절대자에게 의지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원인이 다양하다는 것은 해결책도 다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직선 실현을 위한 대중공사’라는 모임을 만들어 지금 직선제운동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직선제로 제도를 바꿈으로서 우리 승가가 건강해진다는 합리적인 추측과 많은 모델이 있고 81%라는 구성원의 지지가 있습니다. 이것은 선거법 하나가 바뀌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희망은 누구나에게 있지 않습니다.
나와 세상을 바꾸는 일이 불교라고 보지 않거나 희망을 부처님이, 종정스님이, 총무원장이 가져다 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희망이 없을 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변화시킬 때도 마음의 힘이 가장 셉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직선제 운동은 구성원들 간에 이해와 합의가 없으면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제도개선운동은 곧 의식변화 운동이며 수행입니다. 우리는 ‘직선제’라고 쓰고 ‘개혁’이라고 읽습니다. ‘직선제’라고 쓰고 ‘희망’이라고 읽습니다.
허정스님, 직선제 9문9답
1. 왜 직선제를 해야 하나요?
어떤 단체이든 그 단체의 지도자는 그 단체의 구성원들이 선출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대중의 손으로 직접 지도자를 선출할 때 대중은 주인의식을 갖게 되고 선출된 지도자는 책임감을 가지고 대중을 위해서 일하게 됩니다.
2. 비구니스님들도 투표에 참여 할 수 있나요?
여성대통령, 여성 당대표가 되는 이 시대에 불교의 비구니 스님들은 아직도 중앙종회의원, 총무원장 투표권이 없습니다. 직선제가 되게 되면 비구니스님들도 투표권을 갖게 되어 승가 안에서 실질적인 평등이 이루어집니다.
3. 직선제는 율장정신에 맞는가요?
대중공사(갈마)는 반드시 참석대중의 뜻을 물어야 합니다. 대중의 뜻을 묻고 그 뜻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직선제는 율장정신에 맞습니다. 종단 자체가 하나의 승가인 현재에 대중이 표로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다수의 표를 얻은 사람이 지도자로 선출되는 것은 가장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입니다. 투표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대중의 약속은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율장의 만장일치와 같습니다.
4. 직선제는 금권선거의 우려가 없나요?
10년 이상의 비구 비구니스님들이 투표하게 되면 8500명이 유권자가 됩니다. 이 모든 분들에게 금권선거를 시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유권자가 많아질수록 유권자를 컨트롤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직선제는 간선제보다 금권선거 가능성이 훨씬 적습니다.
5. 직선제는 투표방법이 복잡하지 않나요?
권역별로 투표를 하거나 본사별로 포살하는 날에 포살을 마치고 투표를 하게 되면 간단합니다. 또한 후보자가 3명이상일 때 1인 2표제를 하게 되면 금전이나 인연에 따라 투표한 표보다 양심에 따라 투표한 표에 의해서 지도자가 선출되게 됩니다. 대중이 선출한 강력한 지도자의 출현으로 종단개혁이 가능하게 됩니다.
6. 후보자들의 자격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 본사주지자격과 같은 25년 이상의 스님이면 누구나 후보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후보자격을 간소화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공정한기회를 주기위함입니다. 대중의 선택이라는 기준이외에 다른 기준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대중은 현명합니다.
7. 후보자들이 선거운동은 어떻게 하나요?
후보자들이 교계언론에 나와서 합동 토론을 하고나면 그 방송을 유권자들의 핸드폰에 보내주게 됩니다. 또한 간추린 공약을 문자와 우편으로도 보냅니다.
8. 후보자 검증은 누가 하나요?
후보자 자격을 간소화 하였기에 많은 스님들이 입후보 할 수 있습니다. 후보자 난립을 막기 위하여 유권자 300명의 추천을 받은 사람에 한해서 후보자 자격이 주고 <후보자 검증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검증합니다.
9. 직선제가 불교발전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직선제가 되면 대중의 뜻을 받드는 분이 지도자가 되기 때문에 승려노후복지등 승가의 최우선 과제들이 해결되게 됩니다. 이제까지 간선제의 폐단인 끼리끼리의 거래가 끊어지고 공심으로 종단을 운영하게 됩니다. 승가의 재산이 몇몇 사람들에게 좌지우지되지 않고 승단과 포교에 공적으로 사용되어 불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극대화됩니다.
http://www.bulgyonews.co.kr/news/33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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