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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17/04/25 14:27:28 한기선

“대사 없이 ‘아이고’ 곡소리 음악 승화, 위안부 망자 원혼 달래… 상여소리도”
김지욱 연출, 38회 서울연극제 ‘초혼2017’

한 많은 세상, 소리 없이
이슬처럼 사라진 위안부 피해자 소녀들
지금의 할머니들, 일본의 사과는 커녕
어느 누구의 위로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회의 냉대와 서러움의 세월 살다 떠나

죽은 이의 혼을 불러내 이승에서의 한을 달래주고 그 연을 끊게 해 저승으로 고이 보내게 하는 위령제인 초혼(招魂). 일본군 성노예로 피해를 입고 한(恨)을 안고 소리 없이 사라진 소녀들과 생존했지만 서러움의 세월을 살다 가신 할머니들에게 바치는 뮤지컬 공연 ‘초혼2017’이 무대에 오른다.

초혼2017은 극단 삼류극장의 대표이자 호원대 공연미디어학부 김지욱 교수가 연출한 작품이다. 김 교수는 뮤지컬 전공교수로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졸업 후 미국에서 클래식 기타, 연극연출 등을 공부했다.

김 교수는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캐바레’, ‘피핀’, ‘캣츠’ 등의 작품에 음악감독 및 작곡에 참여했다. 또 안중근에 관한 창작뮤지컬 ‘장부가’를 연출했고 ‘초혼(招魂)’ ‘아이고’는 2016 고양공연예술제에 선정돼 지난해 공연한 바 있다.

초혼2017은 김 교수의 스승인 안민수 전 동국대 교수가 1980년 동랑레퍼토리 극단에서 초연한 작품을 재구성했다. 김 교수는 당시 안민수 교수가 연출한 초혼은 광주민주화운동에서 희생된 이들에게 바치는 의도였지만 엄혹한 시대상황상 드러내지 못한 채 공연했다. 당시 공연은 대사 없이 우리나라 장례의 곡소리인 ‘아이고’를 위주로 감정 표현에 초점을 맞췄다.

초혼은 광주에서 억울했던 영혼을 보듬던 것처럼 시대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25년을 넘긴 세월 앞에 또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의 특성은 초혼(招魂, Invocation of the Spirits of the Dead)라는 말 그대로, 망자(亡者)의 혼을 불러내어 이승에서의 한을 달래주고 그 연을 끊게 해 저승으로 고이 잘 보내게 하는 위령제 형식의 공연이다. 대사 하나 없이 ‘아이고’라는 우리 고유의 감탄사 하나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루어지는 Non-Verbal 공연이다.

‘아이고’의 표현법 또한 음악, 무용, 연극적으로 우리 것과 서양의 기교가 독특하고 세련되게 어우러져 ‘좋은 우리 극 선보이기’를 위한 최상의 작품으로 여겨져 기획했다. 한 많은 세상, 소리 없이 이슬처럼 사라진 위안부 피해자 소녀들과 지금의 할머니들... 일본의 사과는 커녕 어느 누구의 위로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의 냉대를 감수하다가 떠나간 그분들에게 이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이유이다.

김지욱 교수는 이번 작품에 대해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주류 뮤지컬과는 조금 다르지만 음향과 음악으로 대사를 대신 전달한다는 점에서 음악극, 뮤지컬이다”며 “장례의식이 주로 등장하지만 예술작품인 만큼 고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 중 주된 장면만을 뽑아 구성하는 ‘해체’ 기법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안민수 극본, 위령제 형식의 공연
광목 7쪽 스크린에 수백 개 위패
배경막 일본군위안소, 상여 등 표현
할머니 소녀상 등 영상합성 무대
아카펠라형식, 상여 ‘어훠어, 어훠어’

초혼2017은 위안부 할머니가 가족 앞에서 지난 기억으로 고통스러워하다 마침내 숨을 거두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가족들과 죽은 본인의 ‘아이고’ 곡소리가 점점 합쳐져 음악이 되고 합주곡이 된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흰 상복으로 갈아입고 망자의 혼을 부르는 제의가 시작된다.

작품에 흐르는 음악은 특별한 반주 없이 배우가 직접 만드는 소리로만 이루어지는 아카펠라형식으로 ‘아이고’가 주선율이자 리듬이다. 또 이 소리가 변화무쌍하게 변주된다. 우리고유의 감탄사가 전통곡조로 바뀌고, 이것이 Duet(이중창)에서 Quartet(사중창)으로, Counterpoint(대위선율)가 가미된 복잡다단한 자연화성으로 발전해 우주조화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Unison(단선율)으로 이어져 리듬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이것은 다시 불협화음이 되어 서양의 현대화성 진수를 보여주기도 한다. 불협화음의 끝에는 다시 평온한 협화음으로, 망자의 혼을 달래는 우리의 대표 장례곡조 ‘어훠어, 어훠어’로 이어지며 아름다운 화음의 향연을 보여준다.

무대는 한국 전통옷감의 소재로 쓰인 광목 7쪽으로 Screen처럼 설치한 반 돌출무대에 여배우 한명이 위안부 동상같이 앉아있다. 수십 개의 돌아가신 위안부할머니들의 살아생전 인터뷰 영상화면과 마지막 장면에는 수백 개의 위패 등 스크린(광목)에 펼쳐진다. 배경막으로 혹은 일본군 위안소 및 상여 등으로 표현된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 소녀상처럼 앉아있는 배우에게 ‘Projection Mapping’ 기술이 접목돼 할머니, 동상, 소녀 등 여러 모습으로 표현되어 영상합성을 이용한 무대의 다양화 및 극대화를 만들어낸다.

초혼2017는 서울연극제 선정 작품으로 5월 4일부터 5월 14일까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평일(오후8시), 토요일(오후3시, 7시), 일요일(오후4시)에 열리며 티켓은 티켓링크에서 구입할 수 있다. (전석 3만원/단체할인 20인 이상 1만원/연극협회,학생,예술인 50% 할인/단체할인 및 사전문의 070-420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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