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축특집-무우수 나무아래
5월3일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담원화실에서 김창배 화백과 마주앉아 차담을 나누면서 ‘참 맑게 사는 사람이다’ 하는 느낌을 받았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마음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나옹선사의 유명한 ‘청산혜요’ 구절처럼 명경지수(明鏡止水) 같이 살고자 하는 마음이 마치 혀끝을 자극하는 은근한 茶香 같았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 그림 속의 주제(主題)와 화제(畵題)에는 초의선사(草衣禪師)가 등장하고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선생도 나오십니다.”
화선지 위에 펼쳐지는 천변만화(千變萬化)의 조화 속에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선묵화 분과를 신설하고 제도권에 정착시킨 담원의 작품에는 평생 존경해 마지않는 달마대사(達摩大師)와 초의선사, 다산 정약용 선생, 스승 금추 이남호 선생이 변함없이 알게 모르게 등장한다.
이 같은 화제, 주제에 대한 공통점은 과연 무엇이고 그림마다 화제로 등장하는 것은 왜일까?
“세 분 모두 차를 좋아했고 차 문화를 일으키신 분들이십니다. 초의선사는 평생 묵은 나라를 새롭게 하려고 노력한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 유배 왔을 때부터 교류를 하셨습니다. 특히 초의선사는 우리나라 전통 차 문화를 꽃피우신 분입니다”
 |
| 연못에서 차를 마시는 가족 |
우리나라 전통차문화를 이야기할 때 초의선사를 빼놓을 수가 없듯 동다송(東茶頌)과 한국의 다경(茶經)으로 불리는 다신전(茶神傳) 등을 통해 우리 차의 멋과 우수성을 널리 알렸고 선종 중흥조로 대흥사를 일으킨 13대종사이시다.
〈차 한 잔의 명상〉 〈차 한 잔의 풍경〉 등 우리나라 전통차에 대한 책을 십 수권 펴낸 담원으로서는 초의선사, 다산을 마음 속 깊이 스승으로 섬기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일.
초의선사의 제자 금명보정선사는 〈다송시고〉, 〈다송문고〉 등에서 1000여 편의 시를 남겼는데 그 중 100여 편이 다도(茶道)에 관한 시다. 밤을 새워가며 차 관련 집필에 몰두하곤 하는 담원이 언제 어느 날 이 기록(?)을 무너뜨릴 것인가 그 자체도 궁금 거리가 아닐 수 없다.
어느 날 ‘금달마’ 호칭
처처불성(處處佛性)이라고 했다. 교학에 의지하지 않고 깨달음을 얻는다는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旨人心 見性成佛)이 곧 선종의 깨달음이 아닐지.
“인생 100년, 세상사는 모양은 똑 같습니다”
담원은 마치 달마처럼 사는 사람이고 그렇게 살아왔다. 눈썹까지 달마를 닮아 길고 유난히 짙어 ‘금달마’라는 별칭이 붙었다. 성이 김씨라서 성을 따라 ‘금달마(金達摩)’, 듣고 보니 정말 어울리는 칭호다.
그는 달마의 ‘마’ 字가 磨(갈 마, 일본서 통용)로 쓰이던 것을 摩(연마할 마, 우리나라와 중국서 통용)로 정의를 내리고 정착시킨 장본인이다. 연유를 물어보니 일본에선 실존인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실제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달마도를 그리고 연구하다 보니 대사가 면벽(面壁) 9년 수행을 했다는 낙양 달마동 소림사 소실산 유봉 중턱에 있는 면벽굴을 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을 터. 10여년 전 급기야 특유의 ‘직성’이 풀리는 현장 중심 승부사 기질을 발동해 현장 답사를 하고 돌아왔다.
[#IMAGE3#]
화선일여(畵禪一如)의 수행과 깨달음을 찾게 된 계기였다.
“남인도 향지국의 셋째 왕자로서 사람을 귀히 여기는 인본사상의 소유자였던 달마대사는 선묵화의 효시입니다. 어렵고 험난한 길을 스스로 택하고 신비로운 행적도 궁금했습니다”
평생 은사로 삼은 달마, 초의, 다산의 공통점은 선(禪)사상의 삶이고 차 문화를 일으켰다는 점. 담원이 펴낸 8권의 달마대사에 관한 저서에는 소림사를 다녀온 현장의 느낌이 절로 배어나온다.
“비록 재가불자지만 선묵화를 통해 마음 올바르게 살면 그 것이 수행이고 부처 아닙니까?”
달마대사 처럼 살고 싶다는 담원, 그는 좌탈입망(座脫立亡)의 마음으로 그림을 통해 수행하며 인생 다 하는 날 출가하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평생 차를 사랑한 茶山 사상 존경
담원이 평생 스승으로 삼고 있는 인물 중 또 한 사람인 다산 정약용은 19대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에 나왔던 후보 중 한 사람도 본받아야 할 인물로 꼽을 만큼 시대가 변해도 존경받는 인물이다.
담원은 다산이 펴낸 502권의 저서 중 민생안정 등 개혁의 근본원칙을 제시한 〈경세유표(經世遺表)〉를 첫 번째로 꼽았다.
 |
| 선묵화의 가풍을 잇는 담원 김창배 화가 |
“다산의 평소 생활신조인 ‘동트기 전 기상’ ‘철저한 메모’ ‘飮茶’를 실천해 온 게 지금까지 내 생활이었습니다”
다산은 ‘飮茶興 飮酒亡’이라며 일평생 차를 사랑했다.
담원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우리나라 전국 차문화 유적지, 연꽃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다녀오는 게 당연시 된다.
“지금 이 시간 중국 ‘천진시미술협회’와 ‘미술원’서 개인전이 열릴 때인데... ”
엊그제 전격 배치된 사드(THAAD)로 인한 여파는 담원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콧대 높은 중국에서 우리나라 화가로서는 유일하게 초청 받은 ‘천진시미술협회’와‘미술원’초청전이 개막 며칠을 앞두고 기약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됐다.
정유년 올해는 동방문화대학원 대학교에서 박사과정 수료 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6월25일에는 미국 하와이 소재 무량수전서 60여점의 작품이 이곳 불사를 위해 전시된다.
“책을 쓰는 이유는 더 나은 좋은 작품을 위해서 입니다. 약속한 일은 꼭 실천해야 하고 만약 하지 못할 것은 아예 안 합니다”
단원 김홍도의 맥을 잇고 있는 한국 선묵화의 대가 담원은 그동안 해온 예술 행위가 나와의 싸움이라고 고백했다.
담원의 하루는 동이 트면 집안에 마련된 법당에서 108배와 참회로 시작된다.
“다섯 살 어린 나이지만 초하루, 보름이면 어머니 따라 절을 찾았습니다. 법당서 탱화, 단청, 풍경을 보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것이 제게 작가가 되는 단초를 제공한 것 같습니다. 사실상 어머니 덕분이었죠”
담원은 60평생 남편에게 헌신한 아내 안정희 여사의 내조가 없었다면 오늘 같은 본인도 없었을 것이라며 그 공을 아내에게 돌리고 말끝을 맺었다.
글 길주/사진 이한규 국장
▲ 선묵화의 가풍을 잇는 담원 김창배 화가
▲ 연못에서 차를 마시는 가족
http://www.bulgyonews.co.kr/news/34258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5건)
부처님 오신날을 축하합니다 (해피붓다 벌스데이)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