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l  로그인  l  회원가입  l  아이디/비밀번호찾기  l  2022.10.3 (월)
 http://www.bulgyonews.co.kr/news/37109
발행일시: 2022/09/20 14:42:12  이한규
흙과 교감하는 도예가 영운(嶺雲)스님
지·수·화·풍으로 빚은 불심

▲흙과 교감한지 35년, 흙 속 수행을 하다보니 이제는 흙을 만지고 있으면 마음이 평안해 진다는 영운 스님


세상을 살다보면 가부좌를 틀고 앉아도 수 만 가지 번뇌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흙과 교감 35, 경남 고성 소재 도예 공방에서 전통다기 만들기로 성찰과 몰입으로 수행정진 중인 도예가 영운(嶺雲)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오로지 소나무 장작으로만 고집하며 도자기를 굽는다


흙은 우리 인간과 함께하는 생명이자 자연의 숭고한 응축물이다. 도자기 예술을 가리키는 도예는 우주의 근간을 이루는 다보여래의 성품을 가진 지···풍의 청정한 재료인 흙을 통해 스님의 손끝을 거쳐 탄생되고 있었다. 정념(正念)으로 빚어진 위대한 생명체로서 흙이 새 생명인 도자기로 탄생된다는 것은 손재주 하나만으로는 될 수 없고 그에 따르는 사유와 명상을 통한 수행정진 하는 마음이 들어가야만 된다. 운심월성(雲心月性), 구름과 같은 마음과 달 같은 맑음이 있어야 위대한 작품이 생산되듯이...

역사적으로 뒤돌아보면 도자기는 때로는 신()과도 같은 존재로 대접받았다.

영운 스님은 출가 후 20대부터 지금까지 35년 동안 흙을 만지고 불을 지펴 도자기를 또 다른 도예문화로 승화시켰다. 그 사이 세 차례 도예전시회를 갖고 수많은 부처님의 뜻을 펼쳤다.

흙과 도자기의 성품이 스님들의 수행이 매우 닮았습니다. 다도와 도예, 수행이 갖는 공통점은 내 안으로의 성찰과 자각입니다.”

스님의 작품의 특징은 예술성과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도예계의 주목을 받는다.


▲첫번째 전시회 작품인 연잎다판과 3인 다기는 스님이 유난히 아끼는 작품이다
 

스님은 20068월 첫 개인전을 통해 ()’자연을 표현한 60여점의 작품을 공개했는데 스님이 만든 작품들은 미적 아름다움과 함께 도자의 실용성이 강조된 작품들이었다. 당시 지리산 백토를 이용해 전통적인 방식을 따라 소나무 장작으로 구워낸 다구를 전국의 선원 스님들께 보시해 사용하도록 하고 장단점까지 조사했다. 스님이 만든 도자기가 가벼우면서 경쾌한 느낌을 주는 작품으로 평가됐고 그 후 만들어진 작품마다 호평을 받는 것도 여기서 비롯되었다.


▲스님의 두번째 전시회에서는 통영의 앞바다를 그리며 사토흙과 백자, 기와를 이용해 만든 '물고기들도 어느 땐 걷고 싶을 게다' 잗품
 

2008년 두 번째 개인전인 ‘my name is butterfly'전은 조그만 물고기 모양의 향 꽂을 표현했다. 당시 스님이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다구, 접시, 화병 등 40여점이었다.

비록 협소한 공방이지만 그 세계는 우주와 고금을 넘나들고 삼라만상 모든 것에 불심을 불어넣고 있었다.

작은 공간에 갇혀 작품 활동을 하던 스님은 수행자의 근본을 지키면서 이 조그마한 물고기들에 자유생명력을 불어 넣었는데, 그 수만도 수천여 개를 헤아리는데 도예활동을 수행삼아 꾸준히 빚어낸 결과였다.

2001년 전통 도자기공예에 입문하면서 도예의 멋과 맛에 푹 빠진 이유는 수행정진과 흙을 통해 손끝에서 빚어낸 마음의 표현을 불자들에게 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마불때고 완성된 다완을 선별하는 스님


제가 만든 작품들은 색다르게 보기보다 느낌 그대로 재미있게 감상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가령 물고기를 보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한 번쯤 순수한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이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작품의 완성도와 형태의 아름다움에 관심이 모아졌다면, 20227월 진주 비채갤러리에서 열린 세번째 전시회는 흙의 종류를 활용한 도자기의 빛깔과 활용도 등 보다 무게 있고 근원적인 요소들을 감상 포인트로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진주전시회는 전통다기를 비롯해 생활자기를 중심으로 스님의 창작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었다.

이 전시회는 코로나19’로 위축된 일상을 보내고 있던 진주 시민들과 스님 자신에게 새로운 충전의 시간이 되어 주었다.


내가 내안으로 들어가는 것, 그 안에서 나를 만나는 것, 착하게 살기, 천천히 살기, 있는 듯 없는 듯 살기, 살아있는 모든 생명이 행복하기를...


▲스님은 차마시기를 무척 좋아한다. 그 인연으로 도예를 시작해 지금은 흙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스님은 차 마시기를 무척 좋아한다. 그 인연으로 도예를 시작해 지금까지 백자 다기를 많이 만들어왔다. 그러나 흙의 밀도가 높아 통기성이 떨어져 차 맛이 반감되는 단점이 있는 것도 간과할 수가 없었다. 스님이 흙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 오가며 연구해온 까닭이다. 전통 가마나 소나무 장작으로 구워내는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도 한 점 한 점 생명력을 가진 생명체라는 생각과 예술로서 완성도를 기하려는 고집 때문이었다.

남달리 스님의 도예가 신성함과 무게를 지니고 있다는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대형달항아리와 대형다관은 스님이 아끼는 작품으로 은밀하게 보관하고 있는 보물창고이다

 

불교와 인연, 경허대선사는 외조부 후손직계

굶어 죽어도 도자기는 꼭!

 

스님이 8남매 중 셋째 딸로 태어난 통영은 바다와 산과 섬이 어우러진 아름다움의 고장이다. 가곡 <가고파>의 가사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물이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 통영이 마산과 이웃이듯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노래 가사에 나오는 풍경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특히 집 가까이 용화사, 미래사가 있어 스님의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바다의 기억은 태어난 집과 지근 거리여서 지금도 눈에 선하다.

친구들과 수평선을 바라보며 파도와 어울려 춤을 추던 곳, 유년 시절 추억이 넘쳐났습니다.”

속명 장해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향 공장과 나전칠기 공방을 운영하던 아버지.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외할아버지 성품을 많이 닮았다는 이유로 딸을 유난히 예뻐했다. 외할아버지 송병옥 옹은 일본 와세다대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수덕사 경허대선사(송두옥)의 후손직계라는 사실로 기골이 장대하셨다고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한 달 전 출가하여 승려가 된 딸에게 외할아버지의 소중한 유품(백년이 넘는 낡은 서신과 외할아버지의 마지막 사진)을 말없이 건네 주셨는데 어린 나이에 무척 의아해 하며 8남매 중 왜 하필 나에게 외할아버지의 유품을 나에게 건넸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스님은 승려가 된 후 외할아버지의 발자취를 찾아 일본으로 가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서야 비로소 어머니의 깊은 뜻을 깨닫게 됐다.

"유품과 함께 건네 주신 삼베 한필. 출가한 딸에게 옷 한 벌 해주지 못했으니 여름 옷 한 벌 지어 입으라는 말 한마디였어요. 그로부터 한 달 후 어머께서는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스님이 입산해서 삭발하고 2년이 지난 20세에 어머님을 처음 뵈었는데 이때 '아이고 우찌그리 두상이 잘 생겼소. 내 새끼지만 참 아깝소. 내 새끼지만 참 아깝소~!' 하신 말씀이 슬픔 속에서도 천둥처럼 한동안 스님의 귓가에 어머니의 음성이 계속 남아있었다고 했다.


▲자연친화를 표현하여 만든 백자 다관
   

영운 스님은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무척 좋아했다. 어릴 적 뛰놀던 고향바다 통영을 그리며 오래전 써놓은 바다에서 라는 시에서 희망을 꿈꾸었다.

 

바다

그 바다

영운스님

어릴 적 뛰놀던 동심의 바다

어릴 적 나를 안아준 사랑의 바다

어릴 적 나에게 꿈을 준 희망의 바다

바다는 노래였고 사랑이었고, 희망이었다.

그 바다에서

나는 낯선 구름을 보았고

그 바다에서 희망 산 태양을 보았고

그 바다에서

그래요

진흙도 없는 바다에서 부릅뜬 눈 부라리며

낮 선 내일을 보았답니다.


 
▲도자기를 작업하다보면 체력이필요해서 심신단련을 위해 20년째 검도수련을 하고 있다

▲흙과 도자기의 성품이 스님들의 수행이 매우 닮았다는 영운 스님


그동안 여러 선방에서 안거를 나며 정진하다 문득 다가온 인연을 따라서 도자기를 굽기 시작했다.

예술가의 삶이란 불꽃과 같다고 했습니다. 흙속 수행을 하다 보니 흙만 만지고 있으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그 안에서 삼매와 환희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은사인 자민스님은 수행이란 것이 한 가지 화두만 들어도 모자란 일생인데 힘들다는 예술의 길을 왜 가려하느냐. 연약한 네가 그 고뇌의 길을 과연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은사인 자민 스님은 지금도 뵐 때마다 어머니 같이 다정한 말씀으로 염려해주시고, 통도사 축서암 수안 스님은 도자기 작업은 수행 정진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스승이자 아버지 같은 격려의 말씀을 빼놓지 않았다.


첫째, 굶어 죽어도 도자기는 꼭 해야겠다.

둘째, 있는 듯 없는 듯이 내 남은 인생을 조용히 살다 가리라.

이 다짐은 틈만 나면 시를 쓰며 고성에서 도예공방을 하고 있는 스님의 세상 모든 살아있는 생명들이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다짐, 또 다짐의 말씀이다.

 

영운嶺雲 스님은

1969. 경남 통영 출생

1986. 입산 출가

1988. 단일계단에서 자연 스님을 은사로 사미니 수계

1993. 비구니계 수계

1992. 대만 타이페이 시방선원

국제선원에서 수학<불교미술>

홍콩 홍법원에서 주지 대행소임

1995~약수암, 견성암, 보덕사, 승가사, 내원암, 대성암 등 제방 선원에서 안거

승가사(명부전) 천일기도

2001년 전통도자 입문

2006년 경인미술관에서 제1회 영운스님 전통도자

2008년 경인미술관에서 제2회 영운스님 전통도자

2022년 경남 진주 비채갤러리(특별초대전)

 

경남 통영 = 이한규 주간



기사 출력  기사 메일전송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독자의견쓰기
* 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 등 목적에 맞지않는 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등록된 글은 수정할 수 없으며 삭제만 가능합니다.
제    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스팸방지            스팸글방지를 위해 빨간색 글자만 입력하세요!
    

 
  l   신문사 소개   l   연혁   l   조직구성   l   본사 및 지사 연락처   l   기사제보   l   개인정보보호정책   l  
copyrightⓒ2001 주간불교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30길 21, 1415호(낙원동, 종로오피스텔)
편집국·업무국 02)734-0777 Fax : 02)734-0779
주간불교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