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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3/09/25 11:46:12  이한규
도척(盜跖) 이야기

중국의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 때 노()나라에 도척(盜跖)’이라는 희대의 도둑이 살고 있었다. 도척의 척()은 발바닥 척으로서 발바닥이 크면, 즉 발이 크면 도적과 같다는 말이 이때부터 나온 말이 아닌가 짐작한다.

 

도척도 본래 이름이 있었겠지만 신출귀몰한 그의 도둑질 솜씨에 사람들은 도척이라고 불렀고 이 도척이라는 이름이 그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중국의 유하지방에 살던 도척의 형 유하혜도 노나라 사람으로서 공자(孔子)의 친구였는데 공자는 친구의 동생인 도척을 감화시키려고 하였으나 실패하였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잘못 전해진 말로서 공자나 도척 모두 노나라 때의 사람인 것은 맞지만 도척이 공자보다 100여 년 앞선 시대의 사람이기 때문에 공자가 직접 교화를 시킨다거나 도척의 형과 친구지간이었다는 말은 잘못 전해진 것이다.

공자는 노나라 양공 22(기원전 551)에 태어난 명확한 기록이 남아 있는 반면 도척은 출생연도나 사망 연도가 명확하게 기록된 것이 없으므로 후대의 사람들이 같은 노나라 사람이란 것에 빠져 공자와 억지로 연결시킨게 아닌가 본다.

도척은 약 1만명에 이르는 무리를 끌고 태산(泰山)을 주무대로 활동하면서 조그만 촌락이나 부잣집을 터는 정도가 아니라 관을 공격하고, 군대와 전투를 벌일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하였다.

도척은 그 막강한 힘 못지않게 잔인하기가 그지없어 자신에게 반항을 하는 사람을 잡아다가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직접 씹어 먹었다는 말까지 떠도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소위 도척오도(盜跖五道)가 그것이다.

첫째, 훔칠 재물이 어디 숨겨져 있는지 아는 것 

둘째, 훔칠 때 남보다 먼저 나서는 것이 이며

셋째, 훔치고 나서 맨 뒤에 나오는것이  ,  

넷째, 훔칠 물건이 있다해도 훔쳐야 할지 아닐지를 판단하는 것이 이며

다섯째, 훔친 재물을 역할에 따라 공평하게 나눠주는것이  이라 하였다.

조선 명종 때 의적이라 일컬어 지기도 했던 임꺽정이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힌 적이 있었다. 당시 명종의 나이가 어려 그의 어머니인 문정황후가 수렴청정을 하면서 나타난 대윤, 소윤이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하여 한 붕당정치가 나라를 흔들었고, 이러한 혼란을 틈타 수시로 왜구가 침입하여 민심이 흉흉하게 이반되는 위에 연이은 흉년으로 백성들은 먹고 살기가 더욱 어려워져만 갔다. 기댈 곳 없는 백성들을 구휼해 주는 것이 조정이고 나라다. 그러나 조정은 붕당정치로 크게 나라를 말아먹을 궁리만 하고, 지방 수령은 자신이 맡은 지역 안에서 말아 먹을 궁리를 하니 오갈데 없는 백성들은 무엇을 선택하여야 하는가. 백성은 호구지책으로 도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백정 출신의 임꺽정이 수탈을 피해 구월산으로 들어가 작당하여 도적질을 시작하게 된 것이 임꺽정 난의 원인이 되었다. 임꺽정도 한때는 의적(義賊)으로 불리워지기도 했지만 이는 관()에 대한 거부감이 임꺽정의 미화로 나타난듯하다.

도척 또한 마찬가지였다. 당시는 춘추 전국시대로서 누구던지 힘을 가지고 세력을 규합하기만 하면 지방의 조그만 터전을 바탕으로 병력을 일으켜 이웃 고을을 침략하고 그 세가 커지면 스스로 군주를 참칭(僭稱) 하면서 나라를 세웠고, 이렇게 세운 나라들이 또 이웃 나라들을 침략하면서 전쟁이 그칠 줄 모르는 무릇 힘을 바탕으로 한 현상의 변경이 당연시 되던 때였다. 나라의 기강이 무너짐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도덕이 무너졌으며  이렇게 혼란한 세상이 계속되자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도덕성을 회복하자는 운동이 일어 났으니 제자백가의 출현이 그것이다.

오늘 도적들의 이야기를 하자고 한 것은 아니다.

지금 세상은 혼란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도대체 도처에서 날뛰는 도척들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도하 언론에서는 조그만 도둑이 들어 어느 집을 털었다는 얘기는 아예 신문지면 한 줄에도 나오지 않는다. 최소한 떼강도가 금은방을 털었다던지, 강남의 고급아파트를 턴 절도 사건 정도가 돼야 신문의 한 귀퉁이를 차지할 정도다. 그러나 이런 소소한 잡범 수준의 절도 사건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나타나는 사건들이다. 물론 인간 도덕의 지향점에는 극락세계나 유토피아겠지만 그것은 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결코 인간과 유리될 수 없는 문제이다. 절대 두둔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절도, 강도, 사기등 잡범 수준의 범죄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당연히 존재하는, 공존하는 세균, 박테리아 들이다.

사바제국의 오백 도적이 바사닉왕에게 눈을 모두 뽑히는 형벌을 받았는데 이를 안 부처님께서 그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도적들에게 친히 다가가서 선남자들이여, 몸과 입을 잘 보호하고 다시 악한 짓을 하지 말라.’ 고 하셨다.

여래의 미묘하고 청아한 음성을 도적들은 위 없는 깨달음을 얻고 곧 눈을 떴다.

지난 정권 동안 일어났던 대장동 사건이나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등등... 열거하기 조차 어려운 많은 사건들이 정권이 끝난지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일 우리의 눈과 귀를 어지럽하고 있다.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대형 사건들로서 나라를 좀먹는 정도의 도적 사건들이 아니고 국기를 흔드는 도척 사건이라고 보아야 한다. 여래의 맑은 음성을 듣지 못한 그들은 아직도 미몽을 헤매면서 혹세무민하고 있으나 세상의 법이나 여래의 법을 통하여 무상보리심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용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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