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연구소가 지난 4월 1일 공식 출범한 데 이어, 7월 9일 ‘출범의 의미와 기능, 역할’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출범 두 달여 만에 연구소의 존재 이유와 미래 과제를 진단한 이번 자리는 그 자체로 의미 있었지만,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기조 발제와 이어진 전문가들의 제언 속에 연구소의 정체성과 지향점이 보다 선명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종단의 사상·제도·문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정책으로 연계하려는 큰 그림이 이제 실행의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이는 종단 운영의 질적 전환을 도모하는 첫걸음이자, 불교가 시대와 호흡하는 길을 여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진우 스님은 기조 발제를 통해 종단이 오랫동안 간과하거나 미뤄온 과제를 직시하고, 조계종연구소가 이를 해결할 지속 가능한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의 현대적 해석, 출가제도의 재정립, 승가 교육 개혁, 수행 전통의 계승과 같은 내부 과제는 물론, 사회 속 불교의 공공성과 역할 확립이라는 외부적 책무까지 포괄해야 할 사안들이다. 발제자와 토론자들도 종단의 정체성과 시대적 책무를 반영한 정책 개발, 현장 중심의 조사와 자료 축적, 사회환경과 현안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통해 연구소의 실천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들은 이론 중심 연구에 그치지 말고, 종단 정책 수립과 실천 현장에 접목 가능한 지식 생산이 이루어져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연구소가 단순한 학문기관이 아닌, 종단 운영의 실질적 두뇌로 기능해야 함을 뜻한다.
조계종연구소는 단기간 내 외형을 갖춘 만큼, 이제는 내실을 다져야 할 시점이다. 연구소가 지향해야 할 핵심은 단연 ‘실효성’이다. 단기성과에 급급한 일회성 보고서나 내부용 자료에 그칠 것이 아니라, 종단의 주요 정책 결정에 실질적 근거를 제공하고, 한국불교가 직면한 위기에 대응할 전략을 꾸준히 생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종단 내부 부서들과의 긴밀한 협업 체계 구축은 물론,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참여형 연구방식이 필요하다. 연구의 방향과 방법 모두에서 실천성과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종도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연구성과만이 종단 내 실천력과 영향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조계종연구소는 ‘종단 싱크탱크’로서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이에 걸맞은 전문성과 품격을 갖춰야 한다. 연구소의 권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연구진 역량 강화와 함께, 외부 전문가와의 유기적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며, 연구 방향 또한 장기 비전과 중장기 전략을 담보해야 한다. 열린 구조, 투명한 운영, 책임 있는 성과 관리가 병행될 때 연구소는 종단의 두뇌이자 나침반으로 기능할 수 있다. 또한 연구성과가 교육·교화·행정 정책으로 실질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 조계종연구소가 명실상부한 불교계 대표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한다면, 조계종은 물론 한국불교 전체의 지적 기반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연구소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제도적, 인적, 재정적 지원이 종합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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