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가 또 한 번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신천지 관련 단체로 지목된 HWPL의 불교계 접근이 단순한 교류 차원을 넘어 사실상 선교 활동이라는 판단에서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공문 발송에 이어 7월 20일 이사회에서 이를 공식화한 것은 사안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 접근 사례들은 더이상 개별 사찰이나 일부 스님의 판단에 맡겨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위장’과 ‘침투’에 있다. HWPL은 평화, 문화, 봉사, 국제교류라는 누구도 거부하기 어려운 가치를 내세운다. 그러나 불교계가 문제 삼는 지점은 바로 그 지점이다. 교류와 봉사를 명분으로 신뢰를 형성한 뒤, 점차 관계를 확대하며 실질적인 선교 활동으로 이어지는 방식은 종교 간 상호 존중의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다. 이는 단순한 포교를 넘어 타 종교 공동체의 기반을 흔드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다문화법당과 외국인 스님들을 겨냥한 접근은 더욱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언어와 정보의 한계 속에서 외부 단체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신뢰를 쌓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식은 취약 지점을 노린 것이다. 이는 불교 공동체 내부의 결속을 약화시키고, 신행 질서를 교란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종단협이 제시한 대응 지침은 분명하다. 외부 단체의 설립 목적과 운영 주체를 철저히 확인하고, 종교 간 화합과 평화를 내세운 행사 참여는 신중히 검토하며, 사찰 공간 제공과 상주 활동, 정기 봉사 활동 등은 사전에 차단하라는 것이다. 의심 사례 발생 시 즉각 관계를 끊고 공유하라는 원칙도 강조됐다. 이는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우려스럽다. 사찰마다 상황이 다르고 인식에도 편차가 존재한다. ‘좋은 취지’라는 말에 경계를 풀어버리는 순간, 외부 세력은 쉽게 내부로 스며든다. 불교계의 개방성과 포용성은 소중한 가치이지만, 무분별한 수용으로 이어질 때 공동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닫힘이 아니라 분명한 기준과 단호한 판단이다. 이러한 시도가 반복될 경우 피해는 불교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종교의 이름으로 형성된 신뢰가 훼손되면, 종교 간 교류와 협력의 토대 자체가 흔들린다. 이는 사회적 불신으로 이어지고 건강한 종교 활동마저 의심받는 악순환을 낳는다. 나아가 종교가 수행해온 공익적 역할과 사회적 책임마저 평가절하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불교계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보다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일회성 공문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교육과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현장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다문화법당과 외국인 수행자 보호를 위한 점검이 병행돼야 한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분명하다. 경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신뢰는 지켜내야 할 자산이다. 더 늦기 전에 원칙을 세우고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그것이 불교 공동체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