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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6/10/23 11:14:50  주간불교
1337호 【사설】 한·중·일 불교의 ‘황금유대’, 평화의 실천으로 이어가야


한·중·일 불교계가 경주 불국사에서 세계평화와 인류 공존을 위한 공동 실천 의지를 다졌다. 지난 10월 20~22일 열린 제26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의 한국대회는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된 삼국 불교 교류의 30여 년 역사를 되새기고, 갈등이 심화하는 국제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21일 채택한 공동선언문은 상호존중과 이해, 생명과 생태의 가치, 수행을 통한 마음의 평화, 문화·종교 간 대화를 통한 세계평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국가 간 갈등이 깊어질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를 모색하는 민간의 노력이 중요하다. 삼국 불교계의 만남은 대화와 협력의 끈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동선언문이 강조한 연기(緣起)와 자타불이(自他不二)의 정신은 국제사회가 되새겨야 할 지혜다. 세상 만물은 서로 연결돼 있으며 개인과 사회, 국가와 국가 역시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워 상대를 배제하고 갈등을 키우면 피해는 모두에게 돌아온다. 전쟁과 종교·문명 간 대립이 인류의 평온한 일상을 위협하는 현실에서 상호존중과 대화, 협력은 공동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조건이다. 생명존중과 생태가치를 강조한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 만큼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절실하다. 삼국 불교계가 이러한 가치를 사회에 확산한다면 종교의 공공적 역할도 넓어질 것이다.


수행의 사회적 확장 역시 이번 대회의 중요한 과제다. 공동선언문은 불교 수행의 대중화를 통해 마음의 평화와 인류 공동의 행복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수행은 개인의 내면을 다스리는 데서 출발하지만, 그 결실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자비행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신적 불안과 사회적 고립, 공동체의 갈등이 커지는 시대에 수행과 자비의 실천은 사회를 회복하는 힘이 될 수 있다. 다만 선언만으로 평화가 찾아오지는 않는다. 삼국 불교계는 교육과 복지, 환경 보호, 청년 교류, 재난 구호 등 구체적인 협력 사업으로 선언의 정신을 실현해야 한다. 서로의 수행 전통과 문화를 배우고 다른 종교와의 대화도 넓혀야 한다. 정치적 갈등이 불교계의 교류까지 가로막지 않도록 민간의 신뢰를 쌓는 일도 중요하다.


공동선언문은 경주와 장안, 교토에서 꽃피운 동아시아 문명이 상호교류를 통해 서로를 빛냈다고 돌아봤다. 과거의 문화적 황금시대를 되살리려면 그 유산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평화와 공존의 가치로 발전시켜야 한다. 30여 년간 이어진 삼국 불교계의 ‘황금유대’는 국가 간 이해관계와 정치적 갈등을 넘어설 소중한 자산이다. 이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려면 교류를 지속하고 공동선언의 약속을 사회 속 실천으로 연결해야 한다. 갈등을 부추기는 말보다 이해를 넓히는 대화를, 배제보다 자비와 협력을 앞세우는 데 불교계가 앞장서야 한다. 경주에서 밝힌 평화의 서원이 선언문에 머물지 않고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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