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3일 치러질 제38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현행 선출제도를 둘러싼 비판이 다시 커지고 있다. 381명에 불과한 선거인단이 종단의 최고 책임자를 뽑는 간선제 구조는 다수 종도의 의사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종헌·종법 개정은 번번이 미뤄졌고, 이번 선거 역시 같은 틀 안에서 치러진다. 종단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선택이 소수에게만 맡겨지는 현실은 더 이상 정당화되기 어렵다.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중공의, 참여와 소통, 참종권 확대, 종단 운영구조의 변화를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는 종단 안팎의 요구를 반영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원칙을 말하는 데 그쳐서는 부족하다. 종단 민주주의를 이야기한다면, 그 출발은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방식에서부터 달라져야 한다. 30여 년 전 만들어진 낡은 선거제도를 그대로 둔 채 참여 확대를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제는 선언을 넘어 구체적 제도 개혁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말과 실제가 분리된 상태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후보 간 입장 차이를 분명히 드러내고 종도들의 판단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단순히 선거인 수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종단의 주체인 종도들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을 돌려주고, 후보들이 전체 종도를 상대로 비전과 정책을 설명하며 평가받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이는 특정 계파나 집단에 권력이 집중되는 문제를 완화하고, 더 넓은 공론과 합의를 바탕으로 종단 운영이 이뤄지도록 하는 기반이 된다. 동시에 수행과 전법 중심의 종단 정체성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후보들은 현행 간선제를 유지할 것인지, 폐지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나아갈 것인지 분명히 밝히고, 개혁의 시한과 절차를 담은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개혁 과정 전반을 종도들에게 공개하고 참여를 보장하는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가 구태를 되풀이하는 마지막 간선제 선거가 되어야 한다. 금품과 조직 동원, 줄 세우기식 관행에서 벗어나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는 선거로 바뀌어야 한다. 총무원장은 특정 세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리가 아니라, 수행과 전법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종무행정의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누가 당선되든 선거 직후 곧바로 제도 개혁에 착수해 제39대 선거부터는 비구·비구니 차별 없이 더 많은 종도가 직접 대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종단의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를 여는 출발점이며, 더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이번 선거가 변화의 분기점이 되지 못한다면 종단의 제도 개혁은 또다시 다음 선거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