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 없이는 과학도 의학도 없어요”라는 대행의 심성과학 가르침에 주목
청동 스님 "대행의 심성과학은 동·서양의 사상적인 난제들 포괄적으로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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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표에 앞서 내빈과 발표자, 토론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의 평화는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시대에 그것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
불교적 관점에서 마음의 평화의 의미와 조건을 고찰하며, 이를 특히 현대 기술적 환경 속에서 한국 현대 불교에서의 과학의 의미와 대행 스님의 물질 과학과 심성과학 개념을 중심으로 논의한 논문이 발표됐다.
9월 27일 안양 한마음선원 본원 3층에서 열린 제10회 한마음과학 국제학술대회 첫 발표자인 박진영 아메리칸대학교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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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메리칸대 박진영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
‘인공지능 시대의 내면의 평화와 지속 가능성: 불교적 관점’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박 교수는 먼저 선불교에서의 ‘내면의 평화’를 설명한 뒤 이를 대행선사의 대표적인 가르침인 ‘주인공’ 개념과 오공(五供)의 가르침과 연결했다.
박 교수는 “(이런 성찰을 통해) ‘내면의 평화’라는 개념은 단순히 개인의 감정적 기복을 가라앉히는 상식적인 이해보다 더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만일 우리가 내면과 외면의 영역이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내면의 평화는 행위자가 그들의 환경과의 관계, 특히 행위자가 안정감을 느끼고 그들이 살고 있는 조건에 압도되지 않는 것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구 과학의 발달로 인하 아시아인의 자존감의 급격한 저하를 우려한 박 교수는 “대행은 불교의 가르침을 현대적 삶과 관련 지을 수 있도록 재해석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지닌 인물로서, 불교를 살아 있는 종교로 구현했다”면서 그 한 예를 방생(放生)이라 불리는 수행에 대한 대행의 해석에서 찾았다.
박 교수는 “방생이라는 전통의 시초는 홍수 후에 물고기, 지렁이, 기타 생물들이 물이 빠져서 수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육지에 갇히는 경우가 생겼을 때 승려들이 그들을 물이 담긴 용기에 모아 강이나 바다로 돌려 보내주는, 일종의 ‘구조 작전’이었다”면서,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진정한 자비로운 행위는, 인간이 의식적으로 동물을 잡아들이고, 그리고 나서 풀어줌으로써 공덕을 쌓는 의식으로 변질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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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영 교수의 발표를 청중들이 경청하고 있다. |
박 교수는 이어 “대행은 우리 시대에 방생을 재해석할 것을 촉구했다. 물고기를 잡아서 풀어주는 대신, 오늘날 방생은 새로운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가르쳤다”면서 “현실이 어떻게 되든 무조건 잡아들인 물고기를 놔 주고 선행을 했다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행은 전통적인 불교 수행을 재해석해 불교의 의례와 가르침이 현대 생활 속에서도 의미 있고 영향력을 지닐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동아시아의 서구 과학과의 초기 조우 이후 거의 한 세기가 흐른 시점인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에 제시된 대행의 과학에 관한 성찰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대행은 법문에서 과학을 꽤 자주 언급했다. 과학에 대한 대행의 깊은 관심이 가시
적인 현실로 나타난 것이 2001년 공식적으로 설립된 한마음과학원(HanSI)이다. 한마음과학원의 전신은 1996년에 시작된 한마음 심성과학원이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행의 과학적 접근에서 주목할 만한 한 측면은 과학적 지식과 탐구의 의미를 심화하여, 그것을 살아 있는 경험의 불가해한 차원까지 확장하려는 그녀의 시도”라며, 예로 비행기를 만드는 것을 들었다. 박 교수는 “인간은 단순히 재료를 결합하기 위해 비행기를 만들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비행의 꿈은 인간 존재의 지평을 확장하려는 꿈, 미지의 것을 탐험하고 인간 잠재력의 경계를 넓히려는 꿈이었다”면서 이것이 바로 ‘심성과학’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과학적인 것을 찾아도 심성 없이는 과학도 의학도 없어요.”라는 심성과학에 대한 대행의 가르침에 특히 의미를 부여한 박교수는 “인간 존재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우리가 우리 자신과 사회, 그리고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결코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조건적 인과성에 기초한 세계관인 불교의 연기(緣起) 사상은 이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이러한 존재의 불확정성은 삶에 대한 비관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의 존재에 대한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키며, 모든 존재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책임 있고 자비롭게 행동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강화시킨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결론적으로 “이는 지속가능한 미래의 시작이 될 수 있으며, 어쩌면 반드시 그러해야 한다. 이러한 믿음은 우리를 진정한 내적 평화의 순간으로 이끌어주는 영감과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자신의 발표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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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론을 하는 청동 스님 |
박 교수의 발표에 대해 토론에 나선 청동 스님(동국대 불교학과 박사수료)은 “대행선사의 심성과학은 물질과학 뿐만 아니라 이에 부수적으로 동반되는 동·서양의 사상적인 난제들을 포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동 스님은 이어 “정신계와 물질계가 둘 아니라는 사실을 기반으로 현대 과학계와 사상계가 해결하지 못하는 난제들을 포월하여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그러면서도 쉬운 일상적 언어로 이를 설명하고 있으며 또한 실질적으로 근본에 도달할 수 있는 수행방법을 제시해 이끌어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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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국대 인도철학과 박사과정생인 오영국씨가 발표를 하고 있다. |
족첸과 대행선 “앎의 환상에 관한 입장과 그 극복 방법 비슷”
족첸-심오한 가르침과 그 전통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특징적
대행선-오늘의 중생을 위한 보다 간결하고 직관적인 실천행 제시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티베트 불교 닝마파의 전통인 ‘족첸(dzogchen; rdzogs chen)’과 대행선사의 가르침인 ‘대행선(大行禪)’의 관점에서 앎의 환상에 대한 접근 방식과 그 비교분석을 제시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끌었다.
‘족첸’은 불성의 가장 본질적인 가르침을 담았다고 설해지는 가르침(bka’)으로, 티베트 금강승 불교의 학파 중 가장 유서 깊은 닝마파(Nying mapa) 전통에서 전승되어 왔다. 족첸이라는 이름은 티베트어 rdzogs pa chen po의 줄임말로, 그 자체로 완전하고 완벽하다는 ‘대원만(大圓滿)’의 의미를 지닌다. 족첸은 8세기중엽 북인도의 구햐가르바(Guhyagarbha) 딴뜨라(Tantra) 문헌에서 처음 언급되기 시작해, 9세기 무렵부터 관련 문헌이 발견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수행차제이기도 하다.
동국대 인도철학과 박사과정생인 오영국씨는 “족첸과 대행선은 공통적으로 무명과 앎의 환상에 의해 가려진 불성(佛性), 즉 본래 공성의 근본 지혜를 드러내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면서, 족첸의 릭빠와 대행선의 한마음은 둘 아님(不二)과 공성(空性), 그리고 공성의 속성인 지혜와 자비심(慈悲心)이라는 요소를 지닌다는 점에서 상통한다”고 말했다.
오씨는 “족첸의 ‘트렉쬐(khregs chod)’와 대행선의 ‘놓고맡김(任運)’은 식(識)을 다스리는 방법을, ‘퇴걜(thod rgal)’과 ‘믿음으로 관하는 법(觀)’은 일체 생각과 외부 경계를 둘 아닌 대로 여여(如如)하게 지켜보는 법을 다룬다는 점에서 족첸과 대행선의 수행 방편 또한 유사한 측면을 드러낸다”면서 “하지만 족첸과 대행선은 입문 절차와 의례, 수행차제(修行次第)의 복잡성과 체계적 구성, 그리고 보살행이 강조되는 방향에서 다소간의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씨는 “양쪽 모두 앎의 환상에 관한 입장과 그 극복 방법을 유사한 방향에서 견지하고 있으나, 그 실천적 측면에서는 중요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불교의 심오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족첸의 경우에는 심오한 가르침과 그 전통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특징적이라면, 대행선의 경우는 현대를 살아가는 중생들을 위한 보다 간결하고 직관적인 실천행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특성이 드러난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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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닉 브뤼느통 파리 시테 대학교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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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하이밍 인민대학교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
‘내면의 평화와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대주제하에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이외에도 △‘白雲和尙語錄에 실린 편지의 분석을 통해 본 白雲和尙(1298-1374)의 생애와 사상’(야닉 브뤼느통 파리 시테 대학교 교수), △‘한마음(오직 心)의 힘과 의본론(意本论): 금강경에 대한 비교철학적 해석’(원하이밍 인민대학교 교수), △‘오공(五共) 사상을 기반으로 한 심상유도명상 프로그램 체험 연구: 생성형 AI 이미지 활용 중심으로’(김준형 오산대학원 평생교육원 강사), △‘수행으로서의 축제: 대행선사의 가르침에 입각한 한마음선원의 연등회 준비’(박진영 동국대학교 선학과 박사과정) 등 비중 있는 4편의 논문이 발표돼 국제학술대회의 위상을 드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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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한마음선원 이사장 겸 한마음과학원 원장인 혜수 스님이 개회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http://www.bulgyonews.co.kr/news/39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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