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경전번역과 〈대한불교〉 등에 글 쓰고, 1970년대 유신독재 항거
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 진상 알리고, 90년대 ‘맑고 향기롭게’ 시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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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상사 주지 덕조 스님이 주제발표에 앞서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 |
법정(1932-2010) 스님은 현대 한국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긴 사상가이자 수행자이다. ‘무소유’의 가르침을 설파해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자연주의에 입각한 에세이스트의 모습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이와는 결이 다르게 법정 스님이 사회민주화에 앞장선 모습을 조명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10월 19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린 ‘제1회 법정 스님 학술세미나’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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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태동 박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이날 ‘법정 스님의 민주화 운동과 전개과정’을 주제로 발표한 여태동 박사(〈불교신문〉 기자)는 “법정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행적은 1960년대와 1970년대 불교 민주화운동 역사에 기록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제라도 그 내용들은 불교 사회민주화운동 역사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 박사는 “법정은 1956년 당시 진보적 지식인이었던 황산덕 교수로부터 영향을 받아 장준하 선생이 발행하던 사회비평지 〈사상계〉를 접했고, 1960년대 초에 서울 종로 〈사상계〉 사무실에서 함석헌 선생을 만나면서 이후 민주화 운동을 함께한 흔적을 남겼다”고 말했다.
여 박사는 법정의 다양한 사회민주화 운동을 △1960년대 경전번역과 〈대한불교〉 등 글쓰기 활동 △1970년대 유신독재 항거 활동 △19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 진상 알리기 △‘맑고 향기롭게 시민운동’ 등 4단계로 구분해 논지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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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계진 전 KBS아나운서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법정은 1964년 정부의 베트남 전쟁 참전과 파병에 반대하는 글을 〈불교신문〉의 전신인 〈대한불교〉에 실었다. ‘역사여 되풀이하지 말라’는 제목의 글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 글로 인해 당시 중앙정보부로부터 상당한 항의를 받았고, 조계종단으로부터는 승적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1970년대에 법정은 〈불교신문〉을 비롯해 불교계 잡지와 타 종교지, 함석헌 선생이 주도하며 유신독재에 항거하던 잡지 〈씨알의 소리〉에서 편집위원 활동을 하면서 불교계 스님으로서는 유일하게 민주화 운동에 동참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발간한 『6월항쟁과 불교』에는 “법정 스님은 함석헌, 장준하 등과 함께 1971년에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해 유신철폐 운동에 나섰다”고 기록돼 있다.
법정은 1980년 전두환 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기에 광주에서 일어난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1983년 출간한 『산방한담』, 1985년 출간한 『물소리 바람소리』에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법정의 명징한 생각이 들어 있다.
군사정권이 물러가고 어느 정도 민주화가 진행된 1994년부터 법정은 세상을 향한 또 다른 형태의 사회민주화 운동으로 시민운동 모임인 ’맑고 향기롭게‘를 이끌어 갔다. “맑음은 개인의 청정을, 향기로움은 그 청정의 사회적 메아리를 뜻한다”는 단체 홈페이지의 글귀와 같이 이 시민모임은 법정의 사상이 집약된, 법정의 또 다른 현신이다.
여 박사는 “서울 길상사를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으로 삼은 법정은 2010년 원적에 들 때까지 우리 시대의 부조리를 바로 세우려 노력한 사회민주화의 선구자였다”면서 “법정의 민주화 활동은 불교혁신운동, 종단개혁운동, 민중불교운동, 참여불교운동, 불교시민운동을 포괄하는 사회민주화 운동에 반영돼 불교민주화운동의 역사를 풍부하게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주제발표에 대해 토론에 나선 백경임 동국대 명예교수는 출가 후 법정 스님이 그의 사촌동생 박성직과 나눈 편지글을 엮은 책 『마음하는 아우야!』에 주목했다. 백 교수는 “책에 있는 ‘하나부터 행하라. 네 주위에 있는 일부터 행으로 옮겨라. 우리 인격수행에는 무엇보다도 실행이 기둥이 되어야 할 것이다’라는 말씀은 자신의 수행에 대한 철학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으로, 스님의 민주화운동이 수행의 일환이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말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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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빈과 주제발표자,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
한편 동국대 김호성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는 길상사 주지 덕조 스님의 인사말씀, 송광사 주지 무자 스님의 축하말씀(원경 스님 대독), 이해인 수녀가 보낸 축하의 글 낭독, 이계진 전 KBS아나운서의 기조연설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능인대학원대학교 김재성교수(법정 스님의 사상과 초기불교), 명상상담 평생교육원 원장 인경 스님(법정 스님의 『무소유』, 고집명도에 기반한 마음치유적 이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문진건 교수(법정 스님 수행관의 심리치료적 의미)가 여 박사에 앞서 차례로 준비한 주제를 발표했다.
이들 주제에 대해 동국대 불교학술원 이재수 교수, 전 서울예술대학교 백형찬 교수, 동국대 불교대학원 신진욱 겸임교수가 각각 토론을 맡았다.
http://www.bulgyonews.co.kr/news/39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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