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쉬운 단어 고르고, 상세한 주석 달아
“통일신라 말의 불교적, 정치적, 국제적 상황 이해에도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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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병활 역주 『정주사산비명』 상하권 |
정주사산비명
최치원 찬술 · 석전 스님 주해 · 조병활 역주
어의운하
상·하 각 권 27,000원
‘사산비명’이란 ‘네 편의 글’을 사찰이 위치한 ‘네 곳 산’의 이름을 따 부르는 명칭이다. 고운 최치원(857-?)은 당나라에서 귀국한 헌강왕 11년[885] 3월부터 진성여왕 7년[893] 겨울에 이르기까지 네 편의 비문을 지었다. 「지리산 쌍계사 진감 선사 대공령 탑비명」(이하 「진감 비명」), 「초월산 대숭복사 비명」(이하 「숭복사 비명」), 「숭암산 성주사 대랑혜 화상 백월보광 탑비명」(이하 「낭혜 비명」), 「희양산 봉암사 지증 대사 적조 탑비명」(이하 「지증 비명」)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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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조병활 박사가 『정주사산비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역주자 조병활 박사는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여 동안 나의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든 책이다.”라면서 ‘사산비명’에 대해 우리나라 고대 불교사, 사상사, 신라사, 한문학사, 금석학사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쉽게 해독할 수 있는 글이 아닌 ‘사산비명’은 16세기 후반 이래 여러 주석서가 등장했지만 이설(異說)이 분분해 참뜻이 모호해지기도 했다. 이에 근세의 대강백인 석전 정호 스님이 와전되고 산만한 설명을 바로잡으려 1935년에 『정주사산비명』을 한문으로 저술했다. 이 책은 석전의 『정주사산비명』(통도사 성보박물관 소장)을 완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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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양산 봉암사 지증 대사 적조탑비 |
조병활 박사는 역주를 하면서 같은 의미의 여러 단어 가운데 가장 쉬운 것을 고르고, 상세한 주석을 달았다. 불가, 유가, 도가, 제자백가, 음운학 등의 문헌들에 나오는 구절들이 ‘비명’과 ‘주석’에 드물지 않게 인용되어 있어, ‘인용문’을 가급적 ‘원문’과 대조했다.
조 박사는 “‘비명’과 ‘주석문’의 모든 한문 문장에 표점(標點)을 찍었다. 현토(懸吐)나 구결(口訣)이 아니고 ‘표점’을 택했다. 표점이 국제적으로 통용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 박사는 “‘주석이 있는 역주문’[주석문注釋文]’과 ‘주석이 없는 역주문’을 책에 함께 실었다. ‘주석이 없는 역주문’을 읽은 뒤 ‘주석이 있는 역주문’을 보면 내용을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반대로 읽어도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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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주사지 전경. 왼쪽의 보호각 안에 '성주사 대랑혜 화상 백월보광 탑비'가 있다. |
조 박사는 『정주사산비명』의 협주(夾注)·두주(頭注)·각주(脚注) 등은 ‘각주(脚注)’로, 역주자의 주석[*를 붙인 번호]은 ‘미주(尾注)’로 각각 처리했다. 『정주사산비명』의 협주·두주·각주 앞에 각각 ‘협주’·‘두주’·‘각주’라는 말들을 붙였고 큰따옴표[“ ”]로 글의 시작과 끝을 표시했으며, ‘협주’·‘두주’·‘각주’를 우리말로 옮긴 문장 앞에는 ‘역주’라고 표기해 놓았다. ‘각주’에 있는 ‘역주자의 보충 해설’은 이해를 돕기 위해 역주자가 첨가한 것이다.
이번의 역주본 발간 의미에 대해 조 박사는 “불가류, 도가류, 유가류, 역사류, 제자백가, 기타류 등 여러 문헌에서 인용한, 사산비명에 나오는 단어·구절의 연원과 그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서, 나아가 최치원 등 당시의 지식인들이 어떤 생각을 했고, 무슨 책들을 읽었는지를 알 수 있어, 통일신라 말의 불교적, 정치적, 국제적 상황 등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는 점을 들었다.
http://www.bulgyonews.co.kr/news/39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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