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불화로 자리 잡는 과정 추적
신중도의 세계
현주 지음
불광
35,000원
신중(神衆)은 부처나 보살, 나한보다 아래에 위치한 존재지만, 욕망을 지닌 점에서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신중은 신도들과 심리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형성해 왔으며, 불교 초기부터 신중신앙은 꾸준히 이어졌다. 중국과 한국 등지로 전파되며 각 지역의 민간신앙과 결합해 확산됐다. 저자는 신중신앙의 결과물인 신중도를 “가장 서민적이고 개방적인 불화”라고 규정한다.
사찰의 신중도는 강렬한 색채와 험상궂은 표정 때문에 흔히 무속화(巫俗畵)나 무신도(巫神圖)로 오해받아 왔다. 그러나 신중도는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선신(善神)들의 군상(群像)이다. 불교 교단을 지키고 중생을 보호하는 존재인 신중의 집합적 초상이다.
책은 신중신앙의 성립과 전개, 그리고 신중도의 형성 배경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본다. 의례와 도상, 지역별·화사별 양식의 상호작용을 통해 신중도가 어떻게 조성되어 왔고, 사찰 불단의 필수 불화로 자리 잡았는지를 추적한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과 K-콘텐츠들이 한국적 설화·무속·전통 세계관을 모티프로 삼아 세계적 관심을 얻고 있다. 이는 한국 전통문화의 상징체계가 지닌 힘을 보여주는 흐름이다.
이 책이 다루는 신중도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신중도는 불교의 호법신앙을 바탕으로 하되 토속신앙, 도교, 민간 설화와 융합해 한국에서만 꽃핀 독창적 문화유산이다. 수백 년 동안 사찰 불단에서 불법을 지켜온 신중들은, 오늘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적 상상력’과 나란히 설 수 있는 문화적 잠재력을 지닌다.
저자 현주 스님은 신중도 연구에만 몰두해 온 보기 드문 전문가다. 관련 학술논문만 13편을 발표했다. 이번 책은 그 오랜 연구의 결실이다. 독자는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한국문화의 상상력과 전통의 맥락 속에서 신중도를 이해하게 되며, 나아가 신중도가 세계에 내놓을 만한 또 하나의 문화적 자산임을 확인하게 된다.
http://www.bulgyonews.co.kr/news/39716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