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병오년(丙午年)은 붉은색을 뜻하는 ‘병(丙)’과 말(馬)을 상징하는 ‘오(午)’가 만나는 해다. 말은 자(子)·축(丑)·인(寅)·묘(卯)…술(戌)·해(亥), 십이지(十二支) 중 7번째 해당하는 동물이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말은 시간과 공간, 권력과 수행, 이동과 전환을 상징해온 존재였다. 왕릉을 수호하는 십이지신으로, 붓다의 출가를 도운 애마 칸타카로, 저승길을 인도하는 동반자로 말은 늘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했다.
병오년 신년을 맞아 출간된 월간 「불광」 2026년 1월호(통권 615호) 『부처의 말(馬)』은 불교 경전·미술·설화에 남겨진 말의 흔적을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말, ‘재앙’이자 ‘구제’
『부처의 말(馬)』은 불교에서 말이 어떻게 형상화되고 상징적으로 자리 잡았는지 폭넓게 보여준다. 원성왕릉·성덕왕릉·김유신묘 등 신라 왕릉과 석탑에 새겨진 말의 위상은 불교 조형과 왕권, 수호 신앙이 어떻게 결합했는지를 드러낸다. 또한 말이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능을 수호하고 질서를 지키는 존재였음을 짚는다.
포토에세이는 여주 신륵사를 무대로 한 설화를 통해, 말이 자연재해와 인간의 염원을 매개하는 상징으로 기능해온 과정을 서정적으로 풀어낸다. 남한강에서 솟구친 황마와 여마, 그리고 이를 잠재운 나옹선사의 이야기 등을 공간과 유물을 따라가며 말의 상징이 지역의 기억으로 정착되는 과정을 그린다.
붓다의 애마 ‘칸타카’
붓다가 왕궁을 떠나 깨달음의 길로 들어설 때, 그를 성 밖으로 실어 나른 존재는 애마 칸타카였다. 칸타카는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출가라는 결단이 현실이 되도록 만든 결정적 매개였다. 불교 경전과 간다라 불교미술에 남아 있는 칸타카의 모습은, 깨달음이 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인연 속에서 가능했음을 보여준다. 칸타카는 붓다를 떠나보낸 뒤 죽음에 이르지만, 그 짧은 등장은 불교 탄생의 순간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무덤 속의 ‘말 토기’
신라와 가야 고분에서 출토된 말 토기는 죽은 이를 태우고 다른 세계로 향하는 존재다. 말은 먼 길을 건너는 동반자이며,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자 안내자였다. 이는 불교 이전과 이후를 아우르며, 말이 인간의 생애 전반(탄생, 이동, 결단, 죽음)에 깊이 관여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말은 인간이 혼자 건널 수 없는 경계마다 등장해 왔다.
‘마두(馬頭)관음’과 말과 관련된 선문답
‘마두관음’ 글에서는 말머리를 한 관세음보살이 지닌 위엄과 자비의 이중적 성격을 ‘섭수와 절복’이라는 보살의 실천 개념으로 풀어낸다. 경전과 밀교 자료, 인도 신화까지 아우르며 마두관음이 악과 혼돈을 제압해 중생을 교화하는 용맹한 자비의 상징임을 설명한다.
이 밖에도 수행자의 마음을 상징하는 ‘길들여진 말’, 조사선(祖師禪)을 완성한 마조(馬祖)선사의 에피소드, 그리고 말과 관련된 무문관·조주록·대혜종고의 선문답을 통해 말이 어떻게 선(禪)에서 상징적으로 묘사되는지를 살펴본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선재 스님
이번 호에서는 신년 특별 인터뷰로 최근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선재 스님을 만난다.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을 ‘선식(禪食)’으로 규정하며, 음식이 기술이나 유행이 아니라 수행과 생명존중의 실천임을 강조하며, 경쟁과 속도의 시대에 불교적 식문화가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불광초대석에서는 신간 『어른이 되는 흐름의 기술』을 출간한 안성 굴암사의 마가 스님을 인터뷰했다.
2026년부터 새롭게 연재되는 한국의 104위 신중들을 소개하는 현주 스님의 신중(神衆) 열전>, 불교적 해법으로 한국사회를 조명하는 박재현의 <불교, 사회의 길을 묻다>도 독자들을 찾아간다.
http://www.bulgyonews.co.kr/news/39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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