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를 여성으로 묘사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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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미 作, ‘오색불화도’ |
바라만 보고 있어도 모든 것을 다 품어줄 자애로운 표정으로 관객을 바라보는 불화 속 보살. 그런데 이 보살의 얼굴이 어쩐지 친근해 보인다. 우리 주변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한국 여성의 얼굴이다. 한국 여성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한지에 담아낸 작업을 이어온 정종미(55·고려대 교수) 작가는 새로 선보이는 불화에서도 한국 여인의 얼굴을 선보였다. 그동안 정작가는 1998년부터 전통 채색 기법과 한지의 물성을 활용한 ‘종이 부인’ 시리즈로 주목을 받아왔고, 2009년에는 ‘역사 속의 종이 부인’이라는 타이틀로 황진이 명성황후 등 한국사 속의 여성 11명을 그려 화제를 모았다.
“제가 추구하는 여성성은 모성에 가까운 여성성입니다. 오행사상에 담긴 색채관이 고구려 벽화나 고려 불화에 그대로 드러나는데 그런 색채관은 보자기 작업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기 때문에 보자기에 담긴 색채관과 여성성을 제 작업에 결합시켰습니다. 저는 모든 여성이 부처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지닌 성정에는 포용력, 배려, 강인함이 있잖아요. 저는 가톨릭 신자이지만 제 주위의 많은 여성에게서 그런 불성을 발견했지요.”
고려 불화를 연상시키는 ‘오색불화’ 연작 속 보살들은 모두 그가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지나친 평범한 우리 엄마, 아줌마 얼굴을 닮았다. 정 작가는 3월 10일까지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인에서 개인전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보자기 부인’에서 불화 이외에도 ‘조각보를 위한 진혼곡’이라는 이름의 설치 작업을 벽에 건다.
가장 얇은 한지인 박지를 염색하고 매듭을 만들어 늘어뜨린 대작으로, 오방색 종이가 길게 늘어져 오색의 거대한 종이 물결을 만들어내며 살풀이를 떠올리게 한다. “제 작업은 우리 역사 속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우리 어머니들을 비롯한 한국 모든 여성의 한을 풀어주고 그들의 영혼을 위로해주는 일종의 제례의식입니다. ‘조각보를 위한 진혼곡’도 결국 여성에 대한 헌사이고요.”
우리의 자연색을 비롯한 전통재료를 연구하고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는 그는 전통 보자기에 담긴 색채관에서 한국의 색과 한국의 여성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종이부인’ 시리즈뿐 아니라 보자기의 색채와 구성에 ‘종이부인’ 작업을 접목시킨 ‘보자기 부인’ 연작 등 25점을 선보인다.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여성의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특히 1년 만에 완성한 설치작업 ‘조각보를 위한 진혼곡’은 조선왕조실록을 보수할 때 사용한 얇은 한지인 박지(薄紙)를 염색하고 매듭을 만들어 늘어뜨린 20m 대작이다. 오방색 종이가 길게 늘어져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낸다. 살풀이나 해한(解恨)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우리 역사 속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어머니들을 비롯한 모든 여성의 한을 풀어주고 그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일종의 제례의식이자 헌사”라고 설명했다. 고려불화 ‘관음수월도’ ‘아미타여래도’ ‘지장보살도’ 등에 등장하는 부처를 여성으로 묘사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부담이 컸지만 여러 기록을 참고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부처의 얼굴을 여성적으로 그려봤습니다.”
(02)732-4677.
김주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