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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12/05/17 17:51:04 한기선

참회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부처님께서 룸비니 동산에 몸을 나투신 성스러운 이날 불자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각자 다니는 사찰을 찾아가 법요식에 참석하고 빈자일등을 생각하며 정성으로 봉축등을 밝힌다. 봉축 불공을 올리기도 하고 저녁이면 제등행렬에 참석하여 부처님 오신날을 기쁜 마음으로 보낸다. 이정도면 우리나라 최상급 불자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자들과 달리 직접 부처님 오신날을 준비하며 등을 만들고 행사를 기획하며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 오신날 행사에 동참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불교행사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자신의 전문지식을 전하거나, 불교계에서 펼쳐지는 불교행사에 이런 저런 조언을 하면서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사람들은 불교 전문가들이다.
그런데 이런 전문가들은 대부분 수행보다는 이론에 능하고, 소속은 불분명하지만 불러주는 곳이 많아서 초파일날은 정말 바쁘다. 봉축등도 한두군데 다는 것이 아니다.

이런 분들은 부처님을 믿고, 스님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착한 일을 해야 복을 받고, 부처님께 공양 올려야 복을 받는다고 여기는 평범한 불자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이분들은 출가하지 않았으면서도 자신들을 출가수행자와 구분하지 않고, 어쩌면 수행자들보다도 더 열심히 수행하기도 하고, 더 열심히 부처님을 믿으며, 불교계의 잘못을 자신의 잘못으로 인식하고 참회하며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이다.

과연 부처님은 이 분들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부처님의 제자로 받아들였을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법사로 인정을 해주셨을까. 함께 도반으로 인정을 해주셨을까. 부처님은 인정을 해주셨을 것 같다. 사부대중을 항상 말씀하셨으니까.

사부대중은 부처님을 따르는 승가의 무리를 말한다.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무리이다. 그러나 오늘의 불교는 부처님 당시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승가는 사부대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님들만의 공동체로 인식하고 있으니 말이다.

스님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포교를 위해 노력하고 부처님의 정법을 펼치기 위해 노력한다면 누가 주체가 되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스님들이 마음에 안든다면 떠나면 그만인 것을,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이 세상에는 남을 탓할 것이 하나도 없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너와 나라는 분별심을 버리라고 말씀하셨고, 모든 세상은 중중무진한 벼리처럼 인연으로 이어져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누구를 들어 잘잘못을 따지려 하는가. 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바로 나의 일이라 할 수 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며 내 마음이 움직인다면 그것은 곧 나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이 잘못해서, 이웃이 잘못해서, 사회가 잘못해서, 국가가 잘못해서, 인류사회가 잘못해서 내 마음이 아프다면 그 일은 바로 나의 아픔이며 내가 참회함으로써 치유할 수 있는 아픔이다.

이 때문에 참회는 있을 지언정 남을 탓할 일은 없다. 남을 탓하고자 한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살고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남이 한 잘못을 내가 참회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참회만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항상 참회할 것 밖에 없는 우리가 누구 덕분에 사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결론은 부처님이다. 부처님께서는 이 땅에 오시어 우리 중생들이 불성을 가지고 있고 모두가 하나하나 소중한 존재임을 선언하셨다.

이러한 우리의 생명은 스스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고 누군가에 의해 살려지고 있다. 혼자 잘났다고 아무리 해봐야 누구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며 화합중생으로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족에게 감사하고, 이웃에 감사하고, 사회에 감사하고, 국가에 감사하며, 부처님께 감사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자유로워질 것이다.

부처님 오신날, 중생구원의 일대사 인연으로 오신 부처님을 생각하면서 항상 참회하고, 겸손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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