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주체인 사부대중이 적극 동참해야
종교평화선언 매듭… 세밀하게 다듬어
입법화 통한 의식개혁 대중화 나설 터
지금 한국불교의 문제는 재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승가에 있다. 불교의 방향성 상실, 현대적 삶과의 괴리,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무관심, 사찰재정의 불투명성, 스님들의 위의 상실, 출가본분의 상실,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과의 괴리, 실천하지 않는 불교 등 한국불교의 수많은 문제는 먼저 승가의 변화와 승가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지난 20일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본부장에 연임된 도법스님이 불교계 기자들과 만나 결사본부 2년의 성과와 전망을 밝혔다. 사부대중의 주인의식 부재를 제기하며, 자성과 쇄신 그리고 결사의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쳤다. 그리고 이부중(비구·비구니)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재가불자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통해 지속적인 결사정신을 이어가야만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결국, 한국불교의 요지부동은 이부중이라는 것을 도법스님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느린 변화와 주체성 상실 등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는 아픔현실이 사회저변에 고스란히 병폐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은 한국불교가 처한 현실을 냉혹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는 말로 갈무리됐다.
“출가 이부중이 안 변하면 재가 이부중이 변해야 한다. 출·재가 이부중이 상호상승작용을 해야지 ‘네가 안하면 나도 안 해’ 식의 태도로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에 연임된 도법스님이 2년간의 결사성과와 향후 전망을 모색하는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도법스님은 결사본부 2년 성과를 ‘결사기조와 방향구축’에 방점을 뒀다. 스님은 “지난 2년동안 결사는 한국불교답게, 대승불교답게, 현대불교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방향과 성격을 분명하게 정립했다”면서 “이를 구체적인 불교관과 실천론으로 수립해 나가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결사를 통해 ‘중도·본래부처·구세대비’라는 불교관과 실천론을 정립하는 의식개혁 추진과 입법화를 통한 제도개혁을 이뤄왔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하지만, 사부대중이 느끼는 결사의 체감온도와 방향성에 대한 공감도는 여전히 낮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도법스님은 “아직 종도들은 피부에 와 닿는 것이 없다고 하지만, 결사의 장기적인 방향과 틀을 구축했다는데 의미를 둬야 한다”며 “결사의 방향에 대한 이해와 인식, 공감도 더디지만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불교계 행사에 ‘생명평화결사’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는 등 언어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상관간계가 있다고 했다.
도법스님은 “장기적으로 전망해본다면 기본 틀을 구축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특히 생명평화와 공동체실현을 위한 천일정진 활동을 높이 샀다. 대중적인 공감대가 약하다 하더라도 결사방향이나 기조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확산되어 불교계가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아쉬운 점으로는 사부대중의 주인의식 부제를 들었다. 도법스님은 “비록 행정부 수장에 의해 결사가 선언, 제안됐다 하더라도 종단의 주인은 사부대중인 만큼 스스로 문제를 짚어내고 해결법을 도출하는 것이 관건인데 종단상황과 역량이 그렇게 못 가게된 것이 안타깝다”며 “출·재가 이부중이 상호상승작용을 해야한다. ‘네가 안하면 나도 안 해’ 식의 태도로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종단차원의 결사가 동력을 잃고 승가의 변화가 가시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도법스님은 “2년 결사 했다고 금방 달라질 수 없다. 승가가 변하지 않는다면 재가가 변해야 한다. 지금부터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22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출재가결사모임 ‘붓다로 살자’ 발족과 관련해 도법스님은 “자발적 대중의 움직이라는 점에서 규모는 작지만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제도권이라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제도권 밖 시민대중의 적극적인 노력과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법스님은 활동을 종료하는 종단쇄신위원회에 대해 “종단이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 쇄신위가 출범했고,4대 의제 10대 과제에 진력해 왔다”면서 “한국불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풀어가는 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스님은 또 “한시적 기구로 출범한 만큼 활동기한을 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다만 집행부와 결사본부, 종회 등이 쇄신위의 뜻을 이어 나가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천일결사가 큰 씨줄이라면 야단법석, 대중공사 등은 지속적으로 엮어 나가야 할 날줄”이라며 “이달말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사본부는 하반기에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 미래세대 등을 주제로 야단법석을 열고, 이주민 불자를 대상으로 무차대회도 개최한다.
도법스님은 의식개혁의 입법화를 통한 행정적 시행과 대중화가 향후 결사추진본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2년 결사 불교답게 방향·성격 분명정립
구체적인 불교관과 실천론 수립이 과제
종단차원의 결사 동력 인식전환 필요
스님은 “의식개혁은 첫째, 입법화를 통해 행정적 시행이 이뤄져야 하며 둘째, 스님들 생활 속에서 대중화되고 사회화 돼야 한다”며 “결사본부는 이를 견인해가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산된 종교평화선언에 대해 스님은 “선입견과 감정을 내려놓고 내용을 보면 다른 얘기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종교평화선언이 다듬어졌다”면서 “종교평화선언이야말로 한국불교를 한국불교답게 하는 작업이며, 이를 매듭지을 수 있게 다각도로 모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자성과쇄신결사의 기조와 방향을 구축하는데 노력해 왔고 가시적인 성과는 이뤘다. 앞으로 이러한 기본 틀을 바탕으로 의식·제도개혁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이를 생활화ㆍ대중화ㆍ사회화하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도법스님은 “자성과쇄신결사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종단의 주인인 사부대중이 주체로 서야 한다. 여러 상황과 역량 부족 때문이었지만 앞으로 사부대중의 자발적 참여가 이뤄진다면 어떠한 정치적 상황 변화에도 구애받을 일이 없을 것”이라며 결사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스님은 “미비한 것을 바라보자면 고개를 들고 살 수도 없고 뭘 해보자 말할 수도 없다. 의미 있고 가능성 있는 것들을 주목하고 가꿔내는 역할을 하자”고 말했다.
이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