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 불교겮냠?속에 나타난 양 이야기
양(羊) 지명 전국에만 40곳
◎… 전북 순창과 정읍, 전남 장성에 걸쳐 있는 백암산의 ‘백양사’는 백제 무왕 때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이다. 현재 명칭인 백양사는 조선시대 흰 양과 관련된 유래를 갖고 있다.
이 절은 조선 선조 때 흰 양이 하늘에서 내려와 스님의 설법을 듣고 깨우침을 얻었다고 해서 백양사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전설이 있다. 백양사 약사암에는 이와 관련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 을미년(乙未年) 양(羊)의 해를 맞아 국토지리정보원이 재밌는 통계를 내놨다. 양과 관련된 지명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50만여 개 지명 중 40개가 양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 관련 지명은 마을(23개), 섬(7개), 산(6개) 등에 대부분 쓰이고 있는데 양도, 백양동, 양장, 양동, 양각산, 내장산 등이다. 전남이 15곳으로 가장 많고 경남(8곳), 경기ㆍ경북(5곳) 순이다. 양 관련 지명은 띠로 비유하는 다른 동물에 비해 별로 없는 편이다. 농경문화로 목양(牧羊)이 토착화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다른 동물에 비해 양과 관련된 지명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 정보원은 2010년(경인년, 호랑이)부터 십이지 동물과 관련된 지명을 소개하고 있는데 용(2012년, 임진년) 관련 지명이 1261개로 가장 많았고, 말(2014년, 갑오년) 지명도 744개나 됐다. 양 지명 중 양각산은 봉우리가 뾰족한 양의 뿔을 닮았다고 해 유래됐고, 내장산은 산안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고 구불구불 이어진 계곡과 산세로 마치 꼬불꼬불한 양의 내장 속에 숨어들어 간 것 같다고 해 지명이 유래됐다.
양(羊) 설화로 이성계의 조선 건국 꿈 이야기 대표적
깨끗한 것 골라먹는 결벽성, 무리지어 살아도 다툼몰라
양두구육(羊頭狗肉) 양 머리 내걸고 개고기 파는 고사도
새해는 양띠해이다. 12지중 여덟 번째로 등장하는 동물이다. 양은 엄격한 의미에서의 면양을 일컫지만 염소는 산양이라고 불려지고 있다.
개 다음 두 번째로 사람과 함께 길들여진 것이 양이다. 면양과 염소인 산양의 특성을 몇 가지 구분하면 양모는 섬세하고 곱슬거리나 염소 털은 거칠고 직선이다. 양은 거의 뿔이 없으나 염소는 암수 다 있다. 양의 꼬리는 둥글고 늘어지나 염소는 짧다. 양의 성질은 온순하고 겁이 많으나 염소는 활발하고 민첩하다. 양은 초식성이나 염소는 나뭇잎을 좋아한다.
한자로 ‘양’은 면양과 산양을 함께 보거나 달리 지칭하기도 해 혼란스럽다. 우리나라에서의 면양 사육기록은 고려때 금나라에서 들어온 것으로 되어 있다. 양은 크게 가축 양과 야생 양으로 나뉜다. 가축양은 털을 생산하는 모용, 고기를 생산하는 육용, 젖을 생산하는 유용과 이 두 가지 이상의 겸용 등 여러 가지 품종이 있다.
양에 관한 설화로 전해지는 것은 이성계의 꿈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양을 잡으려는데 뿔과 꼬리가 떨어져 나간 꿈을 꾸고 무학대사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양(羊)자 중 뿔과 꼬리가 떨어져 나가면 임금 왕(王)자가 되어 길몽으로 풀이한 것이다.
한자풀이를 보면 재미있다. 아름다울 미(美)자는 양(羊)과 대(大)가 모여 이루어진 것이고 착할 선(善)자나 옳을 의(義)자, 상서로울 상(祥)에도 양(羊)자가 들어있어 온순과 평화의 상징임에는 틀림없다.
양의 습성 중 재미있는 것이 몇 가지가 있다. 양은 갔던 길로만 되돌아오는 고지식함도 있고, 천성적으로 온순해 싸움을 잘 안하지만 한번 성이나면 끝까지 대결한다. 하루 종일 먼 곳을 돌아다니다가도 꼭 제자리로 돌아오는 귀소성이 있다.
깨끗한 것만 골라먹는 결벽성도 있고 잘못 먹고 배탈이 난 물은 절대 먹지 않는 비상한 기억력도 있다. 양은 무리를 지어 살면서도 동료 간의 우위다툼이나 암컷을 독차지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인간이 지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 기독교나 회교도들이 양을 제물로 바치게 되는데 윗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으로 바쳐진다는 뜻에서 기를 양(養)자가 양(羊)과 식(食)으로 되어있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양에 관한 고사성어중 대표적인 것이 구절양장(九折羊腸)이다. 양의 창자처럼 꼬불꼬불하고 험한 산길이나 세상이 복잡해 살아가기 어려움을 일컫는 말이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은 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은 그럴듯하게 좋게 꾸미고 속은 음흉한 딴 생각이 있음을 이른다.
서양고사는 ‘속죄양’이란 게 있다. 지역공동체의 불안·불만·죄책감을 없애기 위해 자기들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죄나 허물을 뒤집어씌워 추방시키거나 죽이기까지 했는데 이를 속죄양(贖罪羊)이라 했다. 본래는 사람이 아닌 양을 그런 목적으로 희생시킨 것이다.
중국 한나라 때 소무(蘇武)가 흉노에게 사신으로 갔다가 억류되어 19년간 양을 치며 절개를 잃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고전문학에서 양을 친다는 표현은 신하의 충절을 의미하기도 한다.
면양은 외적이 침입해 목을 물어도 소리 한번 지르지 않을 만큼 바보스럽기도 하여 개 1마리를 잘 길들이면 500마리까지 손쉽게 기를 수 있을 정도이며 자기 새끼가 아니면 젖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솝이야기에 이런 얘기도 나온다. 늑대에게 쫓기는 아기양이 한번 춤이나 추고 죽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늑대가 부는 피리소리에 따라 아기양은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한참 피리를 부르고 춤을 추는 사이 양치기 개들이 몰려와 늑대를 쫓아냈다는 것이다.
정초에 벌리는 윷놀이에서 도=돼지, 개, 걸=양, 윷=소, 모=말이다. 염소를 고(羔)라고 썼는데 이것이 ‘걸’로 변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본 양의 해중 1919년 기미년은 독립운동이 일어난 해로 유명하고, 1979년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문세광에게 저격당한 해이다.
올해 사자성어 ‘지록위마(指鹿爲馬)’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일컫는 것을 뜻한다. 흑백이 뒤바뀌고 시비곡직이 뒤죽박죽이 된 것을 일컫는 말이다.
진시황이 죽고 2세인 호해가 황제였던 시절, 권신이었던 조고가 반란을 일으키기 전에 다른 신하들이 자기 말을 들을지 시험하기 위해 말을 가리켜 사슴이라고 한 고사에서 유래됐다. 지난해에는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사회를 강타했다.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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