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새해, 기대와 설렘으로 맞아야 할 첫 아침의 마음가짐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새해를 덕담으로만 시작하기엔 지금 우리가 처한 환경이 너무 어렵고 힘들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이날 품었던 많은 희망이 실현은 커녕 더욱 암울해졌다는 실망감으로 변한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세계는 물론 온 나라에 근심이 가득하다. K방역은 세계로부터 극찬받을 정도로 성공하는 듯했으나, 잠시 긴장을 푼 사이에 다시 3차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방역 성과 역시 우려로 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규 확진자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천 명 선을 넘어서며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결국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의 격상까지 검토하기에 이르렀고, 국민의 공포감과 어려움도 그만큼 치솟고 있다.
새해를 맞는 국민 대다수의 가장 절실한 희망은 ‘코로나19’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일일 것이다. 또 먹고사는 문제, 경제회복과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더욱 곤두박질쳤다. 세계적인 경제추세이고 ‘코로나19’ 탓이라고는 하지만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 등 갖은 처방에도 불구하고 내수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등 경제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크게 우려할 일이다.
나라 안팎 상황이 이처럼 누란의 위기인데 국내 정치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국회가 정쟁에만 몰두하면서 상당수 민생법안 처리는 미뤄지고 있다. 이런 참담한 정치 현실을 지켜보는 대다수 국민은 깊은 상실감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국민의 절망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화와 협치를 통해 희망을 보여주지는 못할망정 혐오와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문화가 지속돼서는 결국 파멸만 남을 뿐이라는 걸 유념해야 한다.
남북문제와 북미간 대화 등 외교 안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초만 해도 순조로운 듯했던 북한과 미국의 대화는 다시 비틀거리고 있고, 남북간 대화에도 다시 빗장이 걸렸다. 따라서 새해 실타래처럼 꼬인 이들 외교 안보 난제를 푸는 데 역량을 더욱 집중해야 한다. 남북간, 북미간 문제는 아무리 지난한 협상이 예상되더라도 결코 과거로 돌아가서는 될 일이 아니다. 그러려면 한국이 국외자가 되지 않고 북미 간의 중재자 역할에도 한 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새해 아침을 희망과 기대 대신 불안과 걱정으로 맞는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오늘, 주위가 온통 안갯속이긴 해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희망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재앙 앞에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지금처럼 계속돼서는 결코 단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대화와 타협의 정신이다. 이는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해당된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도, 이런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걸 한시라도 잊어선 안 된다.
아무쪼록 새해엔 ‘코로나19’가 극복되고, 희망과 감동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세계가 모두 평화롭고 인류가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또 가난하고 아픈 사람에겐 구휼과 건강을, 어렵고 불행한 사람에게는 행운과 만복이 찾아오면 좋겠다. 새해 아침 이 같은 우리 모두의 소망이 이뤄지도록 기원해 본다.
발행인 김성곤
http://www.bulgyonews.co.kr/news/36066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