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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4/06/25 16:45:24  이한규
최해철 거사의 선다일미(16)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 - 품평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이란 제목으로 현재 보이차 시장의 여러가지 문제점들에 대해 제 나름의 시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품평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동안의 글들을 마감할까 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들 이외에도 농약과 비료의 문제, 아플로톡신을 비롯한 인체에 유해한 성분의 검출 문제 등 여러가지 고민할 부분이 있습니다만 다음 기회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겠습니다.

 

품평대회라고 하면 흔히 각종 차 관련 행사에서 업계의 저명한? 분들을 모셔서 출품된 차들을 심사하고 시상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진행되는 품평은 자칫 행사 차원의 평가가 이루어지고 시상 또한 그러한 방향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도 중국의 이런저런 박람회에 참가하면서 여러번 참여를 권유받았고 시상을 거래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대로 된 심평을 통해 우수한 차를 선택하고 시상하는 곳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중국에서 차를 판매하는 회사를 방문했을 때, 입구에서부터 장식품처럼 진열되어 있는 국적불명의 상패를 보고 차를 마시다 보면 다소 실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뻔한 시상에 연연하지 말고 제품에 좀 더 신경 쓰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제대로 시설을 갖춘 실험실에서 전문 연구원들이 엄격한 기준 속에서 제품의 효능을 평가하는 품평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차인들이 차를 나누며 심심풀이?로 하는 품평도 있습니다. 행사 차원의 품평은 주최 측의 의도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선택지 또한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전문 연구원들의 성분 검사 또는 효능 평가는 자료의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차의 경우에는 일반인들이 가볍게 하는 품평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차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약이 아니기에 효능적 측면보다는 마시는 사람의 입맛이 중요합니다. 또한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시켜주는 차라야 소비되고 계속해서 생산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조건 대중의 기호만 좇아가는 품평과 그렇게 선택된 상품이 꼭 최고의 제품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기호는 시대적 개인적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고 대중은 때로 일시적 충동에 의해 움직이는 중우(衆愚) 적인 경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한때 대중의 열열한 호평 속에 사랑을 받았던 제품들이 한순간에 내팽개쳐지는 경우도 종종 있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차에 있어서 좋은 품평은 어떤 것일까요?

 

저는 무엇보다 본질에 충실한 품평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는 차가 가진 본래의 맛과 향을 가장 잘 살린 차가 좋은 차이고, 그렇게 완성된 차를 정확히 가려내는 것이 좋은 품평이 아닐까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차는 차나무에서 딴 이파리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가공해서 만든 것입니다. 우려서 마시면 감미롭고 향기로우며, 마시고 나면 속이 편안하며 오래도록 여운이 몸을 감싸는 느낌이 있는 차, 바쁜 일상 속에서도 수시로 다시 생각나는 차가 좋은 차라고 생각합니다.

 

차를 마시면 곧바로 이러한 느낌이 있는 차도 있고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서 서서히 느껴지는 차도 있습니다. 그래서 품평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합니다. 저는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SNS에 올라와 있는 다양한 시음평을 보면 때론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보기에 목적을 가진 시음평과 순수한 시음평들이 마구 뒤섞여 있는데 일반 소비자들이 판단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나친 미사여구로 마치 장생불사의 영약처럼 묘사한 차, 아무리 저렴해도 쌀값보다는 비싸고 무미건조한데 가성비만 강조한 차, 비싼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며 터무니없이 비싼 차, 당장 구입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차, 기회는 찬스이니 왕창 사서 쟁여두어야 한다는 차, 지금은 별로지만 훗날에 틀림없이 황홀한 맛으로 바뀔 것이라는 차, 몇 달만 마시면 날씬해지고 예쁘진다는 차 등등 ...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 예들을 적어 봤는데 저는 오히려 이렇게 소개하는 차들은 빼고 구입하시는 것이 좀 더 현명한 선택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자신이 취급하는 차만 최고고 다른 사람이 만든 차는 무조건 아니라는 사람이 판매하는 차는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이던 집착하면 객관성이 결여될 수 있습니다. 열정의 오류라고 할까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지나친 집중은 오히려 다른 세계를 가로막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저도 가끔 제가 만든 차들에 몰입해서 설명하다 보면 문득 이야기가 점점 부풀려지고 과장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최소한 다른 사람이 만든 차에 대해서는 쉽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좋지 않은 느낌이 들면 그냥 잔을 내려놓습니다. 생산 현장에 있기에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차를 생산하고자 노력하는 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한두 번의 간단한 시음으로 타인이 정성껏 만든 차를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은 차를 만드는 동업자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이상으로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이란 제목으로 쓴 10편의 글을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전화로 댓글로 응원하고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제 나름의 생각을 적었을 뿐 제가 생각하는 사실이 모두의 진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혹여 제 글로 인해 불편한 분들이 있었다면 사과의 말씀 또한 올립니다. 좀 더 맑고 투명한 보이차 세계를 위한 제 나름의 제안이라 여겨주시고 넓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 끝 -



■최해철 거사는

1965 경남 양산 출생

울산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6 전통찻집 ‘가시리잇고’ 창업

2001 ‘석남사가는길’ 창업

2005 중국 진출을 위해 ‘석가명차’ 로 상호변경

2009 진승차창 한국총판 역임

2011 해만차창 한국총판 역임

2011 진미호 한국총판 역임

2012 하관차창 한국총판(現)

2014 중국운남성 ‘오운산차업유한공사’ 설립

(現,석가명차차업유한공사)

2015 ‘오운산’ 브랜드 런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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