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오니 봄날이다
동은 지음, 본문 일러스트 허재경
조계종출판사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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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책에는 24편의 글이 실려 있다. |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소중한 물건이 하나쯤 생기게 되죠. 출가 후 가장 힘들었던 시절, 지리산 토굴에서 정진할 때 사용하던 찻잔입니다”
4월 9일 조계사 승소 카페에서 열린수필집 『꽃비 오니 봄날이다』(조계종출판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천은사 주지 동은 스님은 오래된 찻잔을 들어 보였다.
“이 찻잔을 만지면서 차를 마시면 문득 퇴색되어가는 초발심을 경책하는 선지식이라도 만난 듯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니 제겐 아주 소중한 물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소한 찻잔’ 하나가 수행의 의지처가 되고 위대한 포기의 밑거름이 되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이지요”
이번 책은 2년 전 펴낸 수필집 『사소한 것은 없다』의 개정판이다. 투박한 찻잔, 산책길 의자, 매일 쓰는 안경, 볼펜과 만년필, 여행의 풍경, 저녁노을, 산들바람, 출퇴근길 등 우리 삶을 채우는 작고 소소한 존재들을 감성과 낭만으로 풀어 쓴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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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은 스님이 4월 9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오래된 찻잔을 들어 보이고 있다. |
24편의 글에서 동은 스님은 40여 년 전 토굴 시절 사용하던 ‘찻잔’을 보고는 초발심을 경책하는 선지식이라도 만난 듯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하고, ‘일주문’ 앞에서는 생애 가장 위대한 포기이자 탁월한 선택을 했던 출가의 순간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방안에 있는, 굴러들어온 낡은 회전의자에 앉으면서도 자신을 돌아보며 수행의 자세를 가다듬는다.
“다시 한 번 내게 묻는다. 나는 과연 지금, 이 의자에 앉아 있을 자격이 있는가? 아무래도 함량 미달이다. 당장 의자에게 참회해야겠다.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리는 너를 바꿀 것이 아니고, 가끔 균형이 흐트러져 흔들거리는 나의 마음자리부터 바꾸어야겠다고”(55쪽)
동은 스님은 사회의 갈등 분열에 대해 일주문에 걸려 있는 ‘입차문래 막존지해’(入此門來莫存知解)를 설명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사람들이 다투고 경쟁하는 것은 결국은 ‘내가 가지고 있는 알음알이, 지식이 옳은 것이고 네가 알고 있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고 틀린 것이다’라고 주장을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문에 들어올 때는 알음알이를 버려라’라고 당부합니다. 절에 올 때는 세속에서 찌든 마음을 내려놓고 부처님의 맑은 가르침을 채워가라는 뜻이죠”
사소해 보이는 것에 사색을 담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동은 스님은 책의 말미에서 힘들고 고단한 삶을 짊어진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
“눈서리를 견딘 매화 향기가 코를 찌르듯이, 삶에 간난(艱難)이란 마디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그대’라는 꽃은 더욱 향기롭게 피어날 것이다. 꽃이 진다고 서러워 마라. 꽃이 져야 열매 맺고, 그 열매가 떨어져야 다시 새싹이 돋는다.”(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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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9일 조계사 승소 카페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
동은 스님은 1986년 오대산 월정사로 출가해 해인사승가대학과 송광사 율원을 졸업하고,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불교미술을 공부했다. 해인사, 봉암사, 통도사, 불국사, 백련사 무문관 등 제방선원에서 정진했고, 월간《해인》 편집장, 월정사 교무국장과 단기출가학교 학교장,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지냈다. 지금은 조계종 화쟁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삼척 두타산 동쪽 천은사에서 살고 있다.
http://www.bulgyonews.co.kr/news/38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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