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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정사 수행원장 자현 스님이 11월 8일 봉행되는 천도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조상·낙태아·반려동물·자살자 4단 영단...재주 직접 참여하는 혁신적 수륙재
참가비 1만원, 유튜브 생중계...작년 8천 위서 올해 1만 위 예상
조계종 월정사 금강경봉찬기도회가 자살영가와 반려동물을 포함하는 새로운 형식의 천도법회를 봉행한다. 전통 수륙재를 현대 사회의 고통과 연결시켜, 재주가 직접 참여하는 수행의 장으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월정사 수행원장 자현 스님은 10월 15일 서울 중구 필동 월정사불교문화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1월 8일 오후 1시 월정사 적광전 앞 특설무대에서 '금강경봉찬기도 영가천혼수륙무차대법회'를 봉행한다고 밝혔다.
자현 스님은 이날 "6.25 전쟁으로 희생당한 사람보다 낙태로 죽은 사람이 더 많다. 문제는 국가가 낙태를 강요했다는 것"이라며 "공장 돌리듯이 낙태를 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던 끔찍한 일을 국가가 자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가는 정부 사업이라는 이유로 살상 책임을 회피하며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며 "어쩔 수 없이 뱃속 아이를 지워야 했던 어미는 제 손으로 자식을 죽였다는 죄인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그 엄마가 이제 이승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죄책감을 안고 눈을 감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현 스님은 "낙태를 했다는 이유로 평생 한을 품고 살아온 엄마가 노인이 되었다. 평생 한을 풀어주고 영가를 천도해야 한다. 오직 불교밖에 없다. 다른 종교는 못한다. 불교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회는 작년 9월 영가천혼무차대회를 확대한 것으로, 천도 대상을 4단으로 구성했다. 조상천도 , 낙태아·수자령·영유아 천도 , 자살영가 천도, 반려동물 천도가 그것이다. 특히 자살영가 천도는 올해 새로 추가됐다.
자현 스님은 "자연유산한 수자령과 개발 시대에 국가적으로 시행된 산아정책에 의해 인공적으로 낙태한 영아, 의료 등 여러 원인들에 의해 영유아 때 조기 사망한 이들을 포함한 영가 천도를 봉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천도를 통해 영가는 물론 많은 여성이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둘 수밖에 없었던 죄의식을 해방하고 부처님 자비 안에서 평안을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려동물 천도에 대해 자현 스님은 "반려동물을 키우다 떠나보낸 이들의 심리적 타격이 엄청나다. 내버려 두면 우울증으로 빠지기 때문에 종교적 위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인구의 30%에 해당하는 1550만 반려동물 인구가 있을 정도로 반려동물은 사회 문화로 자리 잡았다.
월정사 기도신행국장 승우 스님은 "키우던 반려동물을 보내고 우울증에 빠졌던 분이 지난해 월정사 천도재에 참석해서 반려견이 즐겨 먹은 음식을 재단에 올리고 그 음식이 다른 동물에게 전해지는 것을 보고 우울증이 나았다는 참석자가 있었다"며 반려동물 천도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월정사에는 개를 모신 부도 3기가 있다는 사실이 홍경모의 『관암전서』를 통해 전해진다. 최거사라는 인물이 개로 환생해 전국 명산을 유람하다 오대산에서 입적했고, 다비 후 사리 10여 개가 나와 스님들이 세 기의 개부도를 세웠다는 내용이다. 또한 신라 성덕왕의 아들로 추정되는 김지장(김교각)이 신라 개 선청(善聽)과 함께 구화산에서 수행해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추앙받았다는 전승도 있다. 자현 스님은 "이는 불교 역사상 최초의 반려견 이야기"라며 "반려견 천도, 수륙재 명칭은 오대산 월정사의 역사적 연원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새로 추가된 자살영가 천도에 대해 자현 스님은 "우리나라는 하루에 40명이 자살하는 세계 최고의 자살국가"라며 "노령빈곤과 우울증 등에 따른 노인자살과 청장년의 자살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과 관련해서는 자살자의 최초 목격자가 대개 가족이라는 점에서 극심한 트라우마가 남게 된다"며 "특히 젊은 자녀의 자살은 부모에게 죽음에 이르기 전에는 결코 잊힐 수 없는 강한 충격을 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천도를 진행하는 것은 불교가 대사회적인 문제를 해소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자현 스님은 "자살은 남은 가족에게 깊은 죄의식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며 "특히 가족이 직접 사고 현장을 마주한 경우, 그 트라우마는 평생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말 못할 고통 속에 살아가는 유족에게 종교가 감정적 해소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며 "자살자 천도재는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남은 이에게 삶을 회복하는 수행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현 스님은 이웃 종교와 차별되는 불교만의 위령 교리를 강조했다. "기독교에서는 자살자나 세례를 받지 못한 영유아, 동물 등에게 구원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는다"며 "그러나 불교는 생명 그 자체를 존귀하게 여기며, 모든 존재가 성불할 수 있다는 자비의 교리를 지닌 종교"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교의 포용적 생명관은 고통받는 이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교리적 기반"이라며 "사후수계를 통해 불교와의 인연을 맺어주는 일 역시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자 포교의 방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천도재의 특징은 재주가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이다. 위패 대신 종이로 된 수계첩에 재주가 직접 고인의 사진을 부착해 영가에게 수계를 주는 의미를 담았으며, 호마목에 발원문을 적어 불에 태우는 호마의식으로 의식을 더욱 장엄할 계획이다. 원하면 금강경 사경을 직접 해서 영단에 올릴 수도 있다.
자현 스님은 "호마목에 발원문을 적고, 위패로 나눠준 계첩에 영가의 수계명을 직접 쓰도록 했다. 스님이 기도하면 뒤에서 따라하며 지켜보던 천도재가 아니라 재주가 직접 참여해서 스스로 주도하는 천도재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행사 전 우편으로 수계첩을 발송해 재주가 미리 작성한 뒤 월정사로 회송하도록 한다. 직접 참석이 어려운 동참자들을 위해 유튜브 실시간 중계도 병행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영가 1위당 1만원이다. 승우 스님은 "경제난으로 자살한 가족은 재를 지낼 비용이 없다. 천도재 목적도 돈에 있지 않다"며 "불교는 보시 종교다. 천도재 취지에 감동해 보시하는 불자도 있다. 종교는 슬픔에 젖은 이들을 위로하고 모두 행복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우 스님은 "지난해 약 8000위의 영가가 접수됐으며, 올해는 1만 위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회는 11월 8일 오후 1시부터 4시 30분까지 진행된다. 시련(불보살 모심), 대령(영가 모심), 상단예불, 관음시식, 금강경 독경,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의 영가법문, 혜안 스님의 축원, 소대호마의식(계첩·호마목·향·지화·쌀 등을 태움) 순으로 봉행된다.
자현 스님은 "이번 법회를 통해 영가의 이고득락과 살아 있는 분들의 죄의식을 소멸하고 도리를 다하게 해 행복으로 인도하고자 한다"며 "현대사회에서 불교가 해야 할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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