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일암에서의 15년…이른 아침 하루의 단상과 사진 담아
이해인 수녀 “내면으로 웃고 깨달음을 고요히 피어 오르게…”
무언화
덕조 스님 지음
조계종출판사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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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간담회 중인 덕조 스님 |
“불일암에서의 시간은 성찰의 시간이었고, 인고의 시간이었으며, 비움의 시간이자 감사의 시간이었습니다. 주어진 모든 시간은 그 자체로 수행의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나간 시간마저 한 송이 깨달음의 꽃이었습니다.”
법정 스님이 열반하기 전 맏상좌 덕조 스님은 은사 스님으로부터 “10년간 제방선원에서 정진하라”는 유언을 받았다. 스승의 열반 뒤 덕조 스님은 순천 송광사 불일암으로 내려가 15년을 살았다. 덕조 스님은 그곳에서 새벽예불을 끝낸 이른 아침 하루의 단상을 매일 글로 남겼다. 그리고 틈틈이 사진도 찍었다.
“불알암에서의 열다섯 해 동안 지게 지고 산길을 오르며 떠오른 번뇌와 운력 속에서 스쳐간 망상의 파편들, 그 모든 흔적이 곧 제 마음의 대화였습니다.”
그 대화의 자취를 모아 한 권의 책이 됐다. 『무언화無言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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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조 스님이 펴낸 에세이집 '무언화' 표지 |
12월 9일 서울 종로구 한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덕조 스님은 “말없는 말로, 고요한 침묵으로, 감사의 한 송이 꽃을 올린다”는 표현으로 책 제목의 의미를 전했다.
덕조 스님은 1983년 송광사에서 출가해 법정 스님의 맏상좌로 수행을 시작했다. 1997년 서울 성북동 길상사 창건 이후 12년 동안 주지와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이사로 재직하며 법정 스님의 뜻을 이어왔다.
《무언화》에서 엿보이는 덕조 스님의 일상은 새벽 공양을 하고 도량 청소를 하고 하루 일과를 묵묵히 하는 것 외에 특별할 일이 없어 보인다. 덕조 스님은 그 일상 속에 도(道)가 있다고 말한다. 누가 보지 않아도 꽃은 저절로 피고 지듯이, 시선을 내 안에 두고 오직 나를 돌아볼 뿐이다.
덕조 스님은 현대인의 병이란 자기 관리 결함병이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자기 관리는 단순히 몸을 건강하게 하는 차원을 넘어서 나의 영혼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몸이 달라지듯이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마음이 달라진다고 했다. 또한 세상 만물을 거울삼아 그 관계 속에서 나 역시 무수한 관계 속에 이뤄진 연기(緣起)적 존재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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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과 사진이 담긴 책 본문 |
이해인 수녀는 추천의 글에서 “‘무언화’라는 제목 자체가 새로운 깊이와 고요함으로 다가옵니다. 스님의 책은 잔잔하고도 맑은 기쁨을 건네며,…다시 정진할 수 있는 밝은 힘과 용기를 전해즙니다”라고 자신의 느낌을 전했다.
덕조 스님은 길상사에서 ‘1박 2일 무소유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1박 2일간 휴대전화와 시계를 모두 반납하고 묵언해야 한다. 무소유 명상에 참여한 젊은이들이 처음엔 불안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평안을 느끼게 됐다고 ‘대만족’의 반응을 보인다.
말이 많아 가벼워진 시대에 ‘침묵이 금(金)’이라는 말이 있듯, 덕조 스님은 묵언의 의미를 강조한다. “가볍다는 것은 쓸데없는 말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지요. 말을 줄이고 침묵해보십시오. 당신의 인격은 침묵의 무게만큼 위대해지고 그 무게만큼 빛을 더할 것입니다.” (122쪽)
http://www.bulgyonews.co.kr/news/39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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