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엄 평전
박원자 지음/묘엄평전간행위원회 감수
조계종출판사
3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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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묘엄 평전 |
성철 스님에게서 선(禪)을, 자운 스님에게서 율(律)을, 운허 스님에게서 경(經)을 모두 전해 받은 수행자. 한국 불교사에서도 좀처럼 찾기 힘든 이력의 주인공, 세주묘엄(世主妙嚴·1932~2011) 스님의 일대기를 담은 《묘엄 평전》이 출간됐다. 3년에 걸친 집필 끝에 나온 이 책은 현대 한국불교, 특히 비구니 승단의 형성과 성장을 이끈 한 수행자의 치열한 구도 여정을 정면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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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전의 묘엄 스님 |
묘엄 스님은 열네 살에 출가했다. 일제강점기 말기라는 격랑의 시대였다. 출가 이후 청담, 성철, 자운, 운허, 경봉 등 당대 최고의 선지식들을 두루 친견하며 선·교·율 삼학을 닦았다. 한 스승에게서도 배우기 어려운 가르침을, 그는 시대의 우연과 자신의 치열한 정진 속에서 모두 받아 안았다. 특히 성철 스님에게 참선 수행을, 자운 스님에게 계율을, 운허 스님에게 경전을 전수받은 이력은 20세기 한국 불교사에서도 유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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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묘엄 스님이 율원에서 가르친 교재 |
책은 묘엄 스님의 출가에서 열반까지를 단순한 연대기가 아닌 ‘시대의 초상’으로 풀어낸다. 일제강점기, 광복과 6·25전쟁, 불교 정화운동과 봉암사 결사, 그리고 비구니 강원과 율원 설립에 이르기까지, 스님의 삶은 한국불교 현대사의 주요 장면들과 겹친다. 특히 비구니로서는 최초로 봉암사 결사에 참여한 대목은 이 책의 백미다. 당대 최고 선지식들이 모여 수행과 계율의 원형을 복원하려 했던 결사 현장에서, 묘엄 스님은 선과 계율, 대중 생활의 정신을 몸으로 익혔다.
묘엄 스님은 쉰 살이 되던 해 자운 대율사에게 전계를 받아 한국 불교 최초의 비구니 율사가 됐다. 이후 동학사와 운문사 강원에서 후학을 길러내고, 봉녕사 강원과 금강율원을 창건하며 비구니 승가의 강맥과 율맥을 제도적으로 세웠다. 오늘날 한국 비구니 승단이 전계식과 율사 배출이라는 독자적 전통을 갖추게 된 배경에는 묘엄 스님의 집요한 원력과 실천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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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녕사 주지 진상 스님(가운데)과 봉녕사승가대학 학감 도연 스님, 박원자 작가가 12월 18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이 평전의 집필은 출가 수행자의 생애를 30년 넘게 기록해온 박원자 작가가 맡았다. 사진 자료와 스님의 육성 원고를 풍부하게 수록하고, 철저한 고증을 통해 한 인물의 삶을 사실에 근거해 복원했다. 묘엄평전간행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봉녕사 주지 진상 스님은 “직접 스님을 뵙지 못한 후학들에게 은사의 숨결을 전하고 싶었다”며 출간의 뜻을 밝혔다.
책 곳곳에는 묘엄 스님의 수행관이 또렷이 드러난다. “마음공부는 상대적인 부처님을 뵙고 절대적인 나 자신을 찾는 것”이라는 임종 게송은 계율과 교육, 수행을 하나로 꿰었던 스님의 생애를 압축한다. 계율을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한다는 가르침, 수행자는 인천의 사표가 되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묘엄 평전》은 한 비구니의 개인사가 아니다. 여성 수행자가 척박했던 시대를 지나 제도와 전통을 세워간 한 세대의 기록이며, 한국불교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http://www.bulgyonews.co.kr/news/39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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