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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엄종 총무원장 화응 스님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화엄종도 여러분!
신년의 첫 태양이 동녘 하늘에 떠오르니, 모든 존재가 서로 의지하여 한 몸처럼 어우러진다는 화엄의 진리가 더욱 찬연하게 드러나는 듯합니다. 병오년 새해를 맞아 사부대중과 불자 여러분 모두에게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충만하시기를 축원합니다.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는 분열과 갈등이 반복되며 마음의 상처가 깊어졌습니다. 인류사회도 마찬가지로 전쟁과 각종 재난, 경제적 불평등 속에 고통의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어둠 속에서 우리가 다시 붙들어야 할 가르침은 바로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의 화엄사상입니다. 모든 존재는 서로 떨어져 있는 듯하지만 실상은 한 생명 속에 그물망처럼 연기적 존재로 얽혀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의 행복이 곧 타인의 행복이고, 타인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화엄의 눈으로 보면 어느 하나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한 송이 풀꽃, 한 줄기 바람까지도 온 우주의 인연이 스며 있습니다.
따라서 인류가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경쟁과 배타의 문화를 걷어내고, 서로의 다름을 품어 안는 연기적 삶이 절실합니다.
우리 화엄종이 지향하는 종풍 또한 바로 이러한 상생과 화합의 길이며, 이는 종단 내부의 화합은 물론, 종교 간 소통, 지역 공동체와의 협력으로 넓혀져야 할 대원력입니다.
병오년 한 해 동안, 우리 종단은 화엄의 자비정신을 사회 속에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을 지속할 것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 활동, 생태 환경 보전 운동, 청소년 인성·명상 교육 등은 모두 인류 공동체의 평화를 향한 작은 촛불들입니다.
작은 불씨가 모이면 큰 빛을 이루듯,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화엄행자의 마음으로 실천할 때 세상은 반드시 밝아질 것입니다.
존경하는 사부대중 여러분!
우리는 이미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품고 있는 존재입니다. 다만 그 광명이 번뇌의 구름에 가려 있을 뿐입니다. 새해에는 마음의 구름을 걷어내고, 서로를 미워하는 대신 이해하고, 닫힌 마음을 여는 ‘화엄행’의 발걸음을 함께 내딛읍시다. 그리하여 한국불교가 시대적 고통을 어루만지고, 분열된 사회를 다시 하나의 그물로 이어 붙이는 화합의 중심이 되기를 발원합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계연기(法界緣起)의 가르침은 오늘날 인류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길입니다. 우리 모두가 한 몸이며 하나의 집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때 비로소 전쟁은 멈추고, 폭력은 사라지며, 지구는 평화를 회복할 것입니다. 화엄의 세계는 결코 먼 미래의 이상향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 속에서 선택하고 실천함으로써 곧바로 열릴 수 있는 현실의 길입니다.
새해를 맞아 모든 분들의 가정마다 법계의 광명이 가득하고, 모든 소원이 성취되기를 진심으로 발원합니다.
불기 2570년 병오년 새아침
대한불교 화엄종 총무원장 화응
http://www.bulgyonews.co.kr/news/39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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