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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병오년은 한국불교 대전환의 해이다.(AI 생성 이미지) |
2026년 병오년(丙午年)은 한국 불교계에 단순한 시간의 흐름 그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제38대 총무원장 선거와 제19대 중앙종회 의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슈퍼 선거의 해’인 동시에, 진각종의 진기(眞紀) 80년과 천태종의 주경야선(晝耕夜禪) 현대화 사업이 맞물리는 역사적 시점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선거 정국은 단순히 권력의 향배를 결정하는 정치 행사가 아니다. ‘탈종교화’와 ‘인구 절벽’이라는 거대한 사회 구조적 위기 앞에서 한국 불교가 어떠한 실존적 생존 전략을 내놓을 것인지 묻는 엄중한 시험대다. 특히 조계종의 리더십 재편은 내부 정치를 넘어, 고통받는 대중의 삶 속에 불교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 답변을 요구받고 있다.
모든 종단 내부의 갈등과 변화는 사회적 고통과 연기적(緣起的)으로 결합되어 있다. 청년들의 절망과 노년의 고립이라는 사회적 모순은 결국 출가자 감소와 포교 위기라는 결과로 종단에 회귀한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각 후보자가 출가 및 신도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할 구체적인 전법 시스템과 사찰 재정의 안정화 방안이 핵심 쟁점이 된다. 아울러 사찰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복지 및 문화 포교 종책이 실현 가능한 수치와 팩트로 제시되는지가 주요 검증 대상이다.
진각종의 ‘진기 80년 미래 발전 전략’과 천태종이 예산 357억 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주경야선 현대화’ 사업 역시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종단적 차원의 실천이다. 전통의 고수는 소중한 가치이나, 그 전통이 현대인의 정신적 빈곤을 치유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종교의 생명력은 담보될 수 없다. 도심 사찰이 24시간 문을 열고 직장인을 위한 야간 선명상 프로그램을 상설화하겠다는 계획은, 불교가 현대인의 일상적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실천적 의지의 표명으로 분석된다.
2026년 대전환의 핵심은 인물의 교체보다 ‘관점의 전환’에 있다. 선거에 나서는 이들과 기념사업을 준비하는 주체들 모두가 ‘모든 존재는 불성을 지닌 평등한 생명’이라는 근본 자각에 서야 한다. 갈등을 중도적 지혜로 갈무리하고, 개인의 고통을 종단의 실천적 해법으로 연결하려는 기백이 필요하다.
올 한 해 전개될 선거 국면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후보자들의 하마평이 아니라, 그들이 내놓는 정책이 얼마나 ‘연기적’이며 ‘현실적’인가 하는 부분이다. 한국 불교의 대전환은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대중의 고통을 덜어주는 구체적인 실천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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