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 부처님 핵심 설법 423개 시로 구성한 것
인연담과 철학적 주석까지 담아 나온 것은 최초
주석 방대하게 달아 놓아 시 하나로도 법문 가능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55·사진)이 〈법구경〉을 번역한 책 〈법구경-담마파다〉를 11월 12일 내놓았다. 그는 〈법구경〉이야말로 팔만대장경 가운데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지만, 인연담과 철학적인 주석까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했다. 전재성 회장에게 〈법구경〉은 어떤 경전이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또 이번 책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법구경〉은 어떤 경전인가?
-원래 법구경의 빠알리 원어는 담마파다로 빠알리 대장경 가운데 쿳다까니까야(小部-니까야)에 속하는 경전이다. 부처님이 전 생애에 걸쳐 설법한 내용 가운데 핵심적인 가르침을 423개의 시로 구성한 것으로 부처님께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이후 제일결집에서 완성된 초기경전이다.
〈법구경〉은 특히 팔만대장경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다. 원래의 책이름은 빠알리어로 〈담마파다(Dhammapada)〉 또는 산스크리트어로는 〈다르마파다(Dharmapada)〉라고 한다. 그 뜻은 오늘날의 말로 ‘가르침의 조각들’ 또는 ‘진리의 길’ ‘진리의 말씀’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법구경〉은 어떤 가르침을 담고 있나?
-가르침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말하고 그것은 다시 ‘진리’라고 표현될 수 있고, ‘행복으로 이끄는 길’이라고 이해될 수도 있다. 그것은 무지의 어둠 속에서 우리가 가야할 길을 비추어주는 횃불이기도 하고, 태풍이 몰아치는 삶의 바다에서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섬이기도 하다.
그래서 〈법구경〉은 불교도가 아닌 일반사람에게는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주기 때문에 교양서이고, 불교도들에게는 짧게 서술된 시들의 의미가 광대한 부처님의 가르침과 깊이 연관되어 있어 팔만대장경의 입문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법구경〉은 불교라는 종교적인 테두리를 넘어선 인류의 위대한 영혼의 양식으로 수행자와 일상생활을 하는 재가자는 물론이고 동양인과 서양인들에게도 옛날이나 지금을 막론하고, 세계의 고전이다. 그러면서도 삼법인이나 사성제의 원형적 가르침과 불교윤리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탁월한 경전이다.
▲〈법구경〉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구절을 소개한다면?
-“모든 죄악을 짓지 않고 모든 착하고 건전한 것들을 성취하고 자신의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 이것이 모든 깨달은 님의 가르침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너무도 호한하다. 호한하다는 것은 ‘크고 넓다.’는 말이다. 당나라 때에 백거이(白居易) 같은 대시인도 불교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을 정도다.
그래서 도림선사(道林禪師)를 찾아가 ‘부처님의 가르침의 대의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도림선사는 이 〈법구경〉의 시를 바로 그 대답으로 제시했다. 그 때 답한 시는 위의 〈법구경〉 구절을 한역한 다음과 같은 한 시였다.
즉,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基意) 시제불교(是諸佛敎)’라는 것이다. 백거이는 “‘모든 죄악을 짓지 말고 모든 착하고 건전한 것을 받들어 행하라.’는 말은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는 말이 아닙니까?”라고 물었으나 선사는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알 수 있으나 여든 살 먹은 노인도 행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 시는 부처님께서 자신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의 내용을 한마디로 압축한 것이다.
그 가운데, 일체의 악하고 불건전한 죄악을 짓지 않는 것을 다루고 있는 것이 율장(律藏)이고, 모든 착하고 건전한 것을 다루고 있는 것은 경장(經藏)이며,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을 다루고 있는 것이 논장(論藏)이다.
▲〈법구경〉의 고전적 번역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 한역 〈법구경〉은 오나라 오(吳)의 유기난(維祗難)의 번역이 최초이며 A. D. 224년에 최초로 번역했다.
티베트어 〈법구경〉인 〈체두죄빼촘〉(Ched-du-brjod-pa’i Tshoms)은 A.D. 13세기 린첸촉(Rin-chen-mchog)이 최초로 번역하였으며, 그 원본은 범어로 된 우다나바르가이며, 이 한역 〈법구경〉은 752~950개의 시, 티베트어 〈법구경〉은 985~989 개의 시로 구성돼 있다.
시가 많은 이유는 빠알리 대장경의 우다나(感興語)라는 별도의 책에 포함된 시 등이 〈법구경〉 안에 편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구경〉의 현대어 번역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
- 전 세계적으로 〈법구경〉의 현대어역은 1870년에 유려한 필체로 이루어진 막스 뮐러(Max Miller)의 영역을 필두로 지금까지 100여종의 영역과 10여종의 독역, 10여종의 일역, 10여종의 한글역과 수많은 나라의 언어로 번역이 이루어졌다. 불경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인구에 회자되는 경전이다.
국내에서는 특히 법정스님, 서경수 교수, 거해 스님 등의 번역이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일본의 나카무라 하지메의 일역의 중역, 또는 라다크리슈난의 영역의 중역인데다 주석이 없어, 본래 경전의 진의를알기 어려웠다.
거해스님의 번역은 〈법구경〉 주석 가운데 인연담을 번역한 것인데, 빠알리 원문과는 대조되지 않았고 너무 유려하게 윤문되어 있고 창작에 가깝기 때문에 주석의 원의를 훼손할 수가 있다.
▲이번에 저자가 번역한 〈법구경〉의 특징을 말한다면?
-우리나라 최초로 빠알리 원전에서 직역했다. 단순한 빠알리 원전번역이 아니라, 빠알리대장경 속의 법구경주석서인 붓다고싸의 법구의석과 법구의석에서도 해명되지 않은 주제에 대하여 스리랑카사원에서 전승되어 온 문헌적 주해를 보충해 2023개의 주석을 달았다.
그 가운데 시의 성립배경을 설명하는 인연담은 너무 방대한 경우에는 간추려서 번역했다. 이번에 출간된 〈법구경〉은 철학적 주석뿐만 아니라 방대한 인연담까지 포함해 출간한 것으로서는 세계 최초이다. 총 원고량은 200자 원고지 5,600매의 방대한 분량이다.
▲이번 책의 번역 과정에서 참조한 것이 있다면?
- 이번 주석에는 서양에 가장 널리 알려진 1870년에 이루어진 막스 뮐러의 영역본을 싣되, 그 가운데 번역상 문제가 있는 몇몇 시를 교정해 실었다.
스님들이나 포교사들의 해외포교나 국내 청소년의 교육용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에서다. 그리고 빠알리 본과 대략 일치하는 한역 〈법구경〉의 원문을 싣고 그 한역 대장경의 출처를 밝혀 놓아서 전통교학과의 연결고리를 마련했다.
〈법구경〉에 대한 상세한 해제는 물론이고 번역상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까지 나온 거의 모든 영어, 독일어. 일어판본의 근현대어역을 참고 했을 뿐만 아니라, 각 나라 번역의 문제점도 해제에서 밝혔다.
▲이번 책의 작업 기간은 얼마나 걸렸으며, 앞으로 계획은?
-9개월 정도 걸렸으며, 하루 8시간씩 쉬지 않고 했다. 현재 부처님이 선정에 들어가 감흥에 젖어 말한 감흥어인 〈우다나〉와 이야기 전개가 들어가 있는 이티부따까(여시어경)를 번역하고 있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출간할 예정이다.
김주일 기자
전 재 성 박사는?
전 박사는 서울대를 나와 동국대 인도철학과 석.박사과정을 마쳤으며, 1982~1989년 독일 본 대학에서 인도.티베트학을 공부했다. 1997년부터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을 맡아 초기불전 번역에 매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