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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12/06/11 17:40:17 한기선

“만고진리 향해 모든 것 버리고 초연히 나 홀로 걸어가노라”
3차 순례 해인사- 성철스님 출가

장경각에 보관된 팔만대장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원택스님.

성철 큰스님 상좌 원택스님.

속인의 신분을 벗어나 영원한 대자유인이 된 이영주. 성철 큰스님 수행도량 순례단은 스님께서 출가하고 열반한 해인사를 향해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한걸음에 일주문으로 내달렸다.

출가 전 이영주를 찾아 산청 대원사를 찾아 온 해인사 효당 최범술 스님은 해인사 행을 적극 권했다. 스님은 “해인사는 절도 크고 좋은 곳이니 같이 갑시다. 지금 해인사에는 용성스님과 만공스님 같은 훌륭한 분들이 계신다. 큰 스님들이 꼭 청년을 데려오라고 했다”면서 걸음을 재촉했지만, 이영주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 하지만 얼마 후 이영주는 해인사로 향했다. 어쩌면 한국불교의 생불로 추앙받고, 가야산 호랑이로 사자후를 토하는 서릿발 같은 선불장이 되어 중생을 제도할 줄 그 자신도 알았겠는가?

당시 이영주의 마음은 출가할 뜻은 없었고, 부처님을 좋아해 참선공부 하려고 해인사에 들른 것을 보면, 대원사에서 동정일여를 깨친 그 오묘한 진리의 세계를 계속 참구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당시 대원사에 만났던 최범술 스님은 어디론가 가고, 이고경스님(당시 해인사 주지)이 이영주를 반갑게 맞았다. 생면부지 초면이지만 스님은 이영주의 그릇됨을 한눈에 알아보았다고 한다. 원주스님을 불러 선방에 머물게 하라는 부탁을 했지만, 원주스님은 속인을 선방에서 받은 적이 없다며 거절했다.

더구나 당대 선승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 참선한다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원주스님은 주지스님의 강경한 어투에 더 이상 거절을 하지 못하고, 퇴설당(해인사 옛 선방으로 현재는 방장실)으로 안내했다.

이영주가 속인 신분으로 퇴설당 선방에서 참선한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 이영주와 수행을 함께한 도반은 동국대 총장과 문교부장관을 지낸 김법린 씨다. 그는 불교공부를 하고 있었고, 선수행 보다는 교학을 같이 공부하자고 졸랐다. 영주는 참선수행만이 득도의 길임을 확신하고 있었던 터라 김법린의 교학 질문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위풍당당한 퇴설당에 이영주는 진리를 얻기 위해 화두잡는 법을 배워나갔다. 어느 덧 해인사의 동안거가 시작됐다. 백련암에 머물던 동산스님이 내려와 구자무불성 조주의 무자 화두를 들라고 교시했다. 이영주는 점심공양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화두를 놓지 않았다. 그렇게 3개월의 시간은 흘러갔다. 영주는 백련암의 동산스님을 찾아 뵈었다. 동산스님은 “사내 대장부 한번 세운 뜻 이루기 힘든 법, 가려는가 뜻을 세웠는가?”라고 묻자, 이영주는 “뜻을 세웠습니다”고 화답했다.

1937년 3월 이영주는 마침내 동산스님의 제자로 출가사문의 길을 걷게 됐다. 수계 득도식, 젊은 이영주의 머리는 봄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렸지만, 26세의 혈기 왕성한 영주의 출가게송은 장차 이 나라 인천의 스승으로 나아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동산스님은 성철(性撤)이라는 불명을 내렸다.

당시 성철스님의 출가 게송은 이러했다.

“하늘에 넘치는 큰 일들은
붉은 화로불에 한 점의 눈송이요
바다를 덮는 큰 기틀이라도
밝은 햇볕에 한 방울 이슬일세
그 누가 잠깐의 꿈속 세상에
꿈을 꾸며 죽어가랴
만고의 진리를 향해 모든 것 버리고
초연히 나 홀로 걸어 가노라”

사내대장부의 기개가 넘쳐흐르는 이 멋진 출가게송 앞에 그저 숙연해 질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렇게 멋진 출가의 뜻을 문장으로 담아 낸 것은 아마 성철스님뿐이리라. 다시한번 큰 스님께 존경의 3천배를 올린다.

큰스님께서 탄신하신지 1백년이 되었지만, 법신은 상주불멸해 아직도 해인사에 머물고 계시는 것 같다. 해인사 대적광전 앞마당의 화엄일승법계도를 따라 큰 스님께서 남기신 가르침을 다시금 생각한다. 때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리지만, 철수좌 성철스님에 비한다면 웃기는 일이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각을 거쳐, 큰스님 법신을 모신 사리탑을 향할 때 백련암 발광사건이 머리에 떠올랐다. 큰 스님 열반 후 여러 번 발광을 한 것을 두고 당시 세속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지만, 분명 큰 스님께서도 시방세계 부처님이 아니 계신 곳이 없다고 말씀 하셨듯이, 분명 부처님은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사리탑에서 큰 스님께 삼배를 올릴 때 두 눈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우리도 부처님같이 용맹정진하기를 서원하고 또 서원하지만, 중생심은 그리 녹녹하지가 않다. 그래서 큰 스님이 더욱 그리운 것이다. 서릿발 같은 불호령으로 경책하는 스님의 사자후를 다시 듣고 싶다. 이재우 기자

※4차 순례 부산 범어사 6월 23일 출발
문의 : 1661-1108

성철 큰 스님 사리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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