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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13/12/04 18:41:16 한기선

"고려 나옹, 지눌선사 등 시인, 묵객 선승이 머문 천년 고찰서 일심기도"
제86차 순례성지- 주왕산 대전사

천혜비경에 환희심 절로
연인원 6천명 ‘108대 참회’
도농장터 ‘청송사과’ 인기

지난 11월 5일, 삼각산 도선사에서 108산사순례기도회가 창립 7주년 기념대법회를 봉행했다. 전국 각지의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축하하고 앞으로 남은 순례 여정을 여법하게 회향할 것을 다짐했다. 이러한 간절한 마음이 하늘까지 닿았던 것일까? 반야굴 위로 오색의 일심광명이 회원들을 향해 비췄다.

2006년 영축총림 통도사를 시작으로 지난 10월 순례한 고성 건봉사까지 7년 동안 전국 사찰 85곳을 다녔다. 연인원 6천여 명이 3일 동안 한 사찰을 순례하고 농어촌 직거래장터 개설과 군장병 사랑의 초코파이 보시, 환경사랑 실천, 다문화가정108인연맺기, 선묵108장학금, 선묵108효행상, 108약사여래보시상, 북한동포돕기 공양미 300석 모으기 운동 등 한국불교 신행문화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순례회원 스스로도 대견스럽고, 회주 선묵 혜자스님은 포대화상(미륵불)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닐 정도로 열정이 대단했다. 더구나 12년 동안 도선사 주지 소임을 회향하는 자리이기도 해 회원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섭섭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혜자스님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로서 남은 순례일정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말에 회원들은 순간 화색이 돌았다.

이번에는 일심광명의 마음으로 경북 청송군 주왕산 대전사로 86차 순례(11월21~23일)를 떠났다. 새벽부터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주왕산 국립공원 대전사로 집결한 순례회원들은 늦가을 운치가 내려앉은 산사에 검붉게 타오르는 단풍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경내 한쪽에 차곡차곡 쌓아올린 돌무덤이 눈길을 끈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전사를 참배하며, 앞서 올려놓은 돌 위에 지극한 마음을 보탰을 것이다.

사찰마당에는 수령이 꽤나 됐을 법한 은행나무가 스산한 가을바람만큼이나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다. 대웅전 뒤로는 7개의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11개의 봉우리가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 유정스님이 이곳에서 승군(僧軍) 훈련을 했을 정도로 외지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대전사는 조계종 10교구 본사 은해사의 말사이다. 산세가 깊다보니 사찰을 오르는 길섶으로 크고 작은 소가 무리를 이루고 있고, 섬섬옥수의 맑은 물은 폭포를 만나 영롱한 무지개를 발하고 있다.

저 멀리 먼발치에서 대전사 주지 도홍스님과 사내 대중스님들이 108산사 순례기도회를 마중나왔다. 온아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도홍스님은 먼 길을 오느라 고생했다면서 주왕산과 대전사에 얽힌 신비한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는다. 대전사는 창건 당시 웅장한 사찰이었지만, 임진왜란으로 당우가 대부분 소실되고 1672년 현종 13년에 중건했다고 한다. 특히,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이 ‘택리지’에 대전사는 신선과 스님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했을 정도로 산세가 기묘하고 계곡 속에 숨겨진 천년고찰로 최치원, 고려의 나옹, 도선, 지눌, 조선의 무학대사와 서거정, 김종직 장군 등 뛰어난 시인, 묵객, 선승이 머물렀던 곳이다.

산이 깊어 한기를 느낄 즈음, 선묵 혜자스님과 도홍스님이 108염주를 담은 금동향로와 평화의 불을 양손에 받쳐 들고 대웅전으로 향했다. 이윽고, 도흥스님과 혜자스님, 청송군수 등이 불단에 놓인 채화단에 평화의 불을 분등했다. 순간, 법당을 가득 메운 순례회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먼저, 혜자스님의 인도로 천수경 독송에 들어갔다. 법당과 마당을 꽉 메운 회원들의 독송이 주왕산을 돌아 다시 들려왔다. 그리고 108배를 하며 참회의 시간을 가졌다. 자연이 준 아름다운 풍광 속에 ‘삼독심’을 버리고 참 나를 찾아 성불을 이루겠다는 발원이 헛되지 않게 지극한 마음으로 일배 일배를 올린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닌 스스로 참회를 하며, 다시는 그 와 같은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의 눈물은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고백일 것이다. 더구나 혜자스님의 안심법문은 순례회원들이 헛된 망상과 분별심을 떨치고 바른 지혜를 얻고자 하는 진리의 참된 가르침이었다.

대전사 주지 도홍스님은 “선묵 혜자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는 기존의 성지순례와는 사뭇 다른 신행활동으로 많은 신행단체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면서 “순례회원들이 대전사를 찾아 준 것은 부처님의 법연이며, 이러한 인연공덕으로 하시고자 하는 일들이 원만성취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사찰 입구에는 청송지역 농업협동조합 등이 도농직거래장터를 열고 전국 최고의 당도를 자랑하는 청송사과와 고추, 토종 대추 등 농산물을 판매했다. 또한 인근 군 부대 장병들에게 사랑의 초코파이 전달과 다문화가정 결연, 장학금, 약사 보시금 등을 전달했다. 이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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