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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4/04/22 14:43:22  이한규
최해철 거사의 茶禪一味(15)
보이차의 불편한 진실-9

차테크

 

보이차를 수익을 목적으로 구매하고 저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또는 유산상속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종종 거금을 오운산 차에 투자할 테니 방문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기도 합니다. 아직 한번도 그러한 요구에 응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업을 하다 보면 늘 자금이 부족하고 그럴 때마다 이런저런 유혹에 흔들리는 자신을 돌아보곤 합니다.

 

제가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차는 마시는 것입니다. 보이차도 세상의 수많은 차들 중에 하나이고 마시는 음료일 뿐입니다. 최근엔 보이 노차 열풍이 불면서 기타 차들도 노차의 가치가 대두되고 있습니다만 모든 차는 원래 그해에 만들어 그해에 마시던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만들어서 손자가 마신다는 식의 말 또한 없었습니다. 노차의 가치를 홍보하기 위해 근년에 지어낸 수사일 뿐입니다.



90년대 홍콩의 창고에서 노차가 발견되어 대만 한국 등으로 소개되고 최근엔 다시 중국으로 역수출되면서 노차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폭등하였습니다. 보이차의 역사를 살펴보면 원래 보이차는 저장을 목적으로 생산된 차가 아님을 명백히 알 수 있습니다. 20세기 중반을 전후하여 홍콩으로 보이차가 소개되면서 현지의 음용 습관에 따라 차를 묵혀서 마시는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렇게 보관되었던 일부의 차가 세대를 건너뛰면서 신비한 차가 되었습니다. 원래는 그해에 만들어 그해에먹던 차가 희소성을 가미한 신비한 맛으로 새롭게 탄생하면서 노차라는 개념이 형성되었습니다. 개념의 형성과 동시에 최근엔 오로지 투자를 목적으로 차를 무조건 묵히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차테크'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보이차 시장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 광저우 팡춘에는 수많은 보이차 가게들이 난립하여 저마다 '차테크'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주식처럼 매일매일 보이차 시세를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고 주로 인지도가 높은 대형차창의 제품 위주로 거래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이러한 흐름을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크게 보면 시장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좋은 차들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저희도 그동안 차업을 하면서 소장하고 있던 일부 차들이 폭등하여 매년 봄 좋은 원료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역시 차는 차일뿐입니다. 차나무의 잎을 따서 만들었고 마셔서 없어지는 것이 차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시장에서 투자 목적으로 저장되고 있는 대부분의 차들은 박스를 뜯지도 마시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낙서가 있으면 10%, 박스를 뜯었으면 20%, 통을 열었으면 30%, 포장까지 열어보았으면 정상 가격의 절반값도 받을 수 없으니 고가의 차들은 감히 열어볼 생각도 않고 신줏단지 모시듯 보관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좋은 차는 품질과 상관없이 가격이 빨리 올라가는 차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습니다. 특정 세력들이 움직여 차가 출시되기도 전에 선구매로 물량이 없어지고 재선구매, 재재선구매까지 이어지고 결국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상인은 도망가거나 패가망신 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노차라는 개념의 형성이 '차테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면서 보이차 원래의 목적인 햇차를 묵혀서 새로운 맛으로 재 탄생시킨다는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랩니다. 오로지 수익만을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저는 잠시 멍합니다.

 

'當年好茶 經年新茶'(그해에 만들어 그해에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차, 세월이 흐르면 새로운 맛으로 다시 태어나는 차)라는 오운산의 생산 이념을 새긴 차를 정말 어렵게 생산하여 어지러운 시장의 한복판에 세워두고 있는 제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암울할수록 희망의 빛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세상은 넓고 보이차 시장 또한 성장하고 있습니다. 좋은 차를 생산하고자 노력하는 저 같은 바보도 많습니다. 앞으로는 꼭 보이차가 아니더라도 좋은 차를 선택하고 항상 가까이 두고 마시는 진정한 차인이 점점 늘어났으면 합니다. 여유가 있는 분이 넉넉히 차를 구입하여 이웃과도 나누고 일평생 마시고도 남아서 훗날 자손에게 경제적 도움까지 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특히 보이차는 차가 가진 원래의 정신과 목적을 소실한 채 다만 묵혀두고 가격의 등락만 주시하는 차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대로 계속되다가는 언젠가는 쌓아둔 차들이 부메랑이 되어 시장을 공격할 것입니다. 차인을 가장한 장사치들의 지나친 투기는 결국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좋지 않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가격의 등락만 지켜보는 차가 아니라 마셔서 없어지고 여운은 입가에 가슴에 남는 차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최해철 거사는

1965 경남 양산 출생

울산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6 전통찻집 ‘가시리잇고’ 창업

2001 ‘석남사가는길’ 창업

2005 중국 진출을 위해 ‘석가명차’ 로 상호변경

2009 진승차창 한국총판 역임

2011 해만차창 한국총판 역임

2011 진미호 한국총판 역임

2012 하관차창 한국총판(現)

2014 중국운남성 ‘오운산차업유한공사’ 설립

(現,석가명차차업유한공사)

2015 ‘오운산’ 브랜드 런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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