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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13/12/27 17:47:08 한기선

영험서린 기도성지… 6천여명 108참회 기도
87차 성지순례- 계룡산 신원사

지공·나옹·무학대사 등 선맥 서려
괘불탱 국보·중악단 보물 ‘빼어나’
올해 순례 회향, 나눔·베품의 장
신원사, 北동포돕기 26가마 보시

칼바람이 분다. 살을 파고드는 동장군이 목도리를 난도질 하며 기세를 부린다. 벙거지 모자에 손장갑을 끼었지만, 겨울은 아무래도 매운 고추 맛처럼 혹독해야 제 맛인가 보다. 지난 86차 순례지로 주왕산 대전사를 다녀올 때만 해도 그리 추운지를 몰랐는데, 계룡산에서 내려온 산바람은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흔들어 놓는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했다. 어느 덧 계사년을 마무리해야 할 세밑에서 108산사순례기도회는 충남 공주시 계룡산에 위치한 신원사에서 올 한해 순례법회를 마무리해야 했다. 지난 12월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연인원 6천여 명이 신원사를 순례했다. 이제 22회의 순례성지를 남겨놓고 있다. 끝을 향해 달리지만, 항상 새로운 기운을 받고 돌아오는 환희에 젖어 7년이라는 행복감에 흠뻑 빠졌고, 선묵 혜자스님을 만나 인연 또한 지중했다. 그리고 혜자스님이 이끄는 성지순례 장소가 어느 곳이 되든 항상 일심광명의 무지개가 떠올라 108산사 순례 회원으로서 불자로서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일까, 이번에는 기자의 입장보다는 순수한 순례회원으로 동참을 했다. 아주 편안하게 말이다. 적어도 계룡산 등반을 두세 차례 한터라, 신원사는 전혀 낯설지 않았다.

신원사는 조계종 6교구본사 마곡사의 말사이다.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651년) 재위 당시 창건된 사찰로, 고구려 승려로서 백제불교를 크게 중흥시킨 열반종의 개산조인 보덕선사가 산문을 열었다.
주왕산 대전사가 산세의 힘찬 웅기를 펼쳤다면, 계룡산 신원사는 어머니 품에 안긴 것처럼 포근함이 다가온다. 어느 날 계룡산 등산길에서 비구니 스님 한분이 한 웅큼 건네 준 공주 특산물 ‘정안 밤’이 그렇게 꿀맛인 줄은 몰랐었다.

서울서 출발한 순례버스는 몇 시간을 채 달리지 않아 신원사 주차장에 당도했다. 옆지기 보살들은 중무장을 단단히 한 채 마치 계룡산을 정복이라도 하듯 금새 신원사로 달려간다. 저 만치 모습을 드러낸 신원사 주지 중하스님이 반갑게 손을 흔든다. 순례회원들도 합장 반배하며 인사를 나눈다.

선묵 혜자스님과 주지 중하스님이 진신사리와 평화의 불을 앞세우고 대웅전으로 향했다. 길 옆으로는 형형색색의 번을 든 보살님들이 눈에 띄었다. 정말, 장엄했다. 경내에 들어서자 화려하진 않지만 수수하고 단아한 대웅전이 회원들을 맞이한다. 회원들은 각자 기도할 곳을 잡고 천수경 염송에 들어갔다. 정성들여 사경을 한 뒤 혜자스님이 ‘마음’이라는 안심법문을 설했다. 모두들 마음이 홀가분해졌고, 한해 동안 삼업을 통해 지은 업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곧 바로 108참회기도에 들어갔다. 혜자스님의 인례로 일배를 올릴 때 마다 마음속으로 ‘석가모니불’을 염송했다. “스스로의 마음을 찾지 못하고 바깥현상에만 집착한 것을 참회하옵니다. 나만이 최고라는 아만심으로 생활한 것을 참회하옵니다. 내가 무심코 한 말로 인해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한 잘못을 참회하옵니다. 남의 따뜻한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내 가치로만 판단한 잘못을 참회하옵니다.”

선묵 혜자스님은 “지금 북녘 땅은 새로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때 제가 평화의 불을 룸비니에서 이운해 온 것을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며 “이 평화의 불은 단순한 불씨가 아닙니다. 이 땅에 어둠을 몰아내는 불씨가 될 것입니다. 평화의 불이 남북평화의 불씨가 되어 남북긴장이 하루 빨리 해소 됐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신원사 주지 중하스님은 “순례회원들을 직접 보니 형언할 수 없는 큰 공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08산사순례는 분명 한국불교의 포교사에 큰 획을 긋는 대작불사입니다. 특히 불교에서 기도의 의미는 소원을 비는 것이 아닌 자신이 발원하는 다짐의 서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라며 “그러므로 순례에 동참해 기도하는 것은 참 수행이며, 법연이 없이는 결코 실천할 수 없는 일입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 자리에서 주지 중하스님은 북녘동포돕기 300석 공양미 모금에 40kg들이 26가마를 보시했다. 또 신원사 입구에는 농촌사랑 직거래장터가 열렸고, 다문화가정 인연맺기와 초코파이 보시,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효행상 시상, 108약사여래 보시 등 나눔과 배품의 장이 펼쳐졌다.
이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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