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관 보이차
한국은 건조한 환경이라 차가 익지 않는다는 말을 합니다. 그래서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일정 기간 보관한 다음 한국으로 들여와 거풍시키는 것이 좋다고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반면에 처음부터 밀봉하여 산화와 발효의 조건을 최대한 차단하여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보이차를 취급한 지 이십여 년 저의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한국에서 보관된 차가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된 차보다 느리게 변화하는 것은 것은 맞지만 한국에서 차가 익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서 제가 익는다고 표현한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산화 혹은 발효가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한국도 장마철엔 고온다습하여 지구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미생물이 미력하게나마 작용하는 조건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미생물이 관여하지 않더라도 습열 작용 등으로 산화가 촉진될 수 있습니다. 다만 봄 가을은 건조한 편이라 느리게 변화하고 겨울에는 온도가 낮아서 특별히 관리하지 않는 이상 변화가 중지되는 상태가 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겨울 한철 관리만 신경 쓴다면 한국에서 보관한 보이차도 사계절 내내 익어 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 환경의 간섭을 최대한 차단한 비닐이나 알루미늄 등으로 밀봉하여 차를 보관해야 한다는 분들은 좋은 보이차의 진화 조건을 찻잎 자체 효소에 의한 숙성으로만 한정하는 것 같습니다. 햇차가 가진 향기를 보존한다는 차원에서 일정 부분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현재 보이차 시장의 상황과 저장 환경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장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보이차의 가치와 저변을 확대하는 새로운 주장은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합니다. 각자의 주관에 의한 옳고 그름으로 타인의 주장을 무조건 매도할 것이 아니라 보이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신선한 시도라고 봄이 좋을 것입니다.
몇 년 안된 차를 노차로 둔갑시키는 불순한 논리로 만들어진 차가 아니라면 입창 차의 가치도 새롭게 조명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입창 차임은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겠지요. 숙차의 개발도 그렇지만 최신 기술에 의한 새로운 제품들이 앞으로의 보이차 문화를 이끌어 갈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다소 생경한 논리들이라도 이러한 시도들이 대중으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면 언젠가는 보이차의 지평을 넓혀주는 새로운 물결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보이차 보관에 관한 다양한 담론들이 있지만 한국의 석가명차-오운산 창고에서 보관되고 있는 차들은 매년 잘 익어가고 있습니다. 봄 가을엔 가끔 문을 열어 환기해 줄 뿐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습니다. 여름엔 천정의 선풍기를 가동하고, 겨울엔 몇 군데 전기 히터를 가동하여 가능하면 영상 10도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게 합니다.
건창, 습창, 입창, 밀봉 등의 논란이 있지만 기호식품인 보이차의 선택은 언제나 소비자의 몫입니다. 홍콩 대만 광조우 등 과습한 창고에서 보관되어 발효가 많이 진행된 차를 선택할 수도 있고, 베이징 쿤밍 등 아주 건조한 지역에서 보관되어 자동산화된 차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한국에서 보관되어 여름 장마철엔 일정 부분 미생물이 작용하여 발효가 진행되고 나머지 계절엔 자동산화되는 차를 더욱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홍콩의 과습한 창고에서 어느 순간 탄생한 노차가 현재 보이차 시장의 정점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영원히 지속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고수 햇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보이차는 생산자에 의해서 만들어지지만 보관하는 방법에 따라 새롭게 탄생하는 차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보이차도 녹차나 홍차처럼 햇차를 음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면 옛날처럼 보관의 필요성이 점점 더 약화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생산자는 자신의 이념에 맞는 차를 만들면 되고 유통업자 또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차를 판매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선택은 소비자의 몫입니다. 생산자나 유통업자가 아무리 자신만의 논리로 차맛의 경계를 짓는다 할지라도 문화는 특정 집단에 의해 어느 날 하루아침에 경도되지 않습니다. 기호식품인 차는 당연히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아야만 소비될 수 있습니다.
보이차는 누구나 생산할 수 있고 자신이 생각하는 방법으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꾸준히 소비되는 차가 다시 생산될 것이고 영속성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자문해 봅니다.
이런저런 논쟁을 뒤로하고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차, 맛있는 차, 좋은 차는 과연 어떤 차일까요?
■최해철 거사는
1965 경남 양산 출생
울산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96 전통찻집 ‘가시리잇고’ 창업
2001 ‘석남사가는길’ 창업
2005 중국 진출을 위해 ‘석가명차’ 로 상호변경
2009 진승차창 한국총판 역임
2011 해만차창 한국총판 역임
2011 진미호 한국총판 역임
2012 하관차창 한국총판(現)
2014 중국운남성 ‘오운산차업유한공사’ 설립
(現,석가명차차업유한공사)
2015 ‘오운산’ 브랜드 런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