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현지 방문해 생존자들과 만나... "2·3세 피해자 특별법 개정 필요"
7만 명 조선인 피폭, 현재까지 고통 지속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가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80주년을 맞아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을 추모하고 후손들에 대한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고 8월 7일 밝혔다.
화쟁위는 이날 발표한 담화문에서 1945년 8월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될 당시 전체 피폭자 70만 명 중 10%인 7만 명이 당시 조선인이었다고 밝히고, 이들 대부분이 강제징용으로 일본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히로시마에서 3만 명, 나가사키에서 1만 명의 조선인이 직격 피해로 목숨을 잃었고, 생존자 중 약 2만 5천 명이 귀국한 후에도 후유증과 빈곤 속에서 긴 세월 고난을 견뎌야 했다고 전했다.
화쟁위는 피폭 80년을 맞아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경남 합천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합천에는 히로시마 군수공장에 강제징용되었던 출신자들이 대거 거주했던 곳으로, 현재도 230여 명의 원폭 생존자가 있는 지역이다. 화쟁위는 현지에서 만난 원폭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참혹한 역사와 그 상처가 여전히 현재를 관통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화쟁위는 원폭 피해가 2·3세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원폭피해자 2세들의 질병 발병률이 일반인에 비해 3.4배에서 많게는 89배나 높다고 밝히며, 피폭의 폐해가 후손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쟁위는 현행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원폭 투하 당시 현지에 있었던 이들과 그 시기 태아였던 경우만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어, 피폭 이후 태어난 후손들이 피해자 범주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3세를 원폭 피해자로 인정하는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담화문은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의 증언이 핵무기의 참혹한 후유증을 보여주며 비핵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운다고 강조했다. 화쟁위는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인류가 더 이상 핵의 위협 속에 고통받지 않기를 간절히 발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담화문은 원폭 80주년을 맞아 잊혀져가는 한국인 피해자들의 아픔을 되새기고, 개인의 고통을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하여 접근하는 불교계의 자비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특히 현재까지 이어지는 후손들의 고통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개선을 촉구함으로써,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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