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현장 답사 후 입장문 발표
“공룡능선 철탑 설치는 자연경관 파괴”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회(위원장 진각 스님, 이하 환경위)가 울산 울주군이 추진 중인 ‘영남알프스(신불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통도사의 수행 환경과 생태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환경위는 8일 입장문을 통해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은 산지 승원으로서 통도사가 지닌 ‘산사와 자연의 조화’라는 세계유산적 가치를 정면으로 위협한다”며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앞서 환경위는 지난 12월 5일, 위원장 진각 스님을 비롯한 위원들이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 예정지를 직접 방문해 현장 답사를 진행했다. 환경위는 현장 점검 결과, 케이블카 노선이 예정된 신불산 공룡능선 일대에 거대한 철탑과 인공 구조물이 들어설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경관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환경위는 “통도사는 계곡과 산이 어우러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했기에 인류가 보존해야 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인정받았다”며 “상업적 이익을 위해 1,300여 년을 지켜온 청정 도량을 훼손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환경위는 해당 사업이 경제성 논리에만 치우쳐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점을 비판하며, 울주군과 사업 시행자에게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조계종 환경위가 이처럼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지자체와 불교계 간의 갈등은 물론 환경 단체와의 연대 움직임 등으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다음은 조계종 환경위원회 입장문 전문이다.
자연과 수행환경을 파괴하는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을 즉각 철회하라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회는 울산 울주군이 추진하고 있는 ‘영남알프스(신불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민족의 영축총림 통도사의 수행환경을 침해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임을 깊이 우려하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첫째,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은 세계유산 통도사의 가치를 파괴하는 행위다. 통도사는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는 사찰 건물의 역사성뿐만 아니라 사찰을 둘러싼 산세와 계곡, 숲이 어우러진 자연 친화적인 입지 환경이 인류가 함께 보존해야 할 소중한 유산임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공룡능선에 거대한 철탑과 삭도가 들어선다면, 통도사를 감싸고 있는 영축산의 스카이라인은 무참히 잘려 나갈 것이며 수행 도량으로서의 고즈넉한 경관은 영구히 사라질 것이다.
둘째, 무분별한 개발은 생태계의 단절을 초래한다. 신불산 일대는 수려한 경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다. 경제적 논리만을 앞세운 개발은 뭇 생명의 터전을 빼앗는 일이며, 이는 불교의 생명 존중 사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번 파괴된 자연은 결코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음을 우리는 수많은 난개발의 역사 속에서 뼈저리게 확인해 왔다.
셋째, 수행 환경 침해는 종교 활동의 자유를 위협한다. 통도사는 승보종찰로서 수많은 스님이 수행 정진하는 청정 도량이다. 케이블카 운행으로 인한 소음과 번잡함은 수행자들의 정진을 방해하고, 사찰을 찾는 국민의 마음 쉴 곳을 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에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회는 지난 12월 5일 현장 답사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재확인하였으며, 영축총림 통도사의 세계유산적 가치 보존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는 자연과 인간, 사찰과 사회가 상생하는 길을 찾기 위해 사부대중과 함께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
2025년 12월 8일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회
김종열 기자
http://www.bulgyonews.co.kr/news/39719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