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꽃눈 잔치 뒤로 온갖 꽃들이 만발합니다. 겨울 매서운 바람 맞고서 메말라 가던 노승의 마음에도 봄꽃이 화려하게 피어납니다. 남녘 바다 가까운 사찰 지천에 아름다운 꽃이 피면 저절로 웃음이 머금고, 오랜만에 찾아온 애기의 웃음소리에도 누구나 할 것 없이 자애로운 마음, 행복이 저절로 피어납니다.
노승이 머물던 신해사에도 온갖 꽃들의 향연이 계속되다가 어느새 신록의 색동옷을 입었습니다. 봄 색에서 여름 색으로 벌써 변해가는 시점에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오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할 마음에 조금은 들떠 있습니다. 부처님을 의지해 살았던 70 평생의 시간이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렇게 빨리 지나칠 줄 몰랐습니다.
부처님처럼 깨달은 사람, 청정한 마음으로 살고자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세납만으로도 큰 스님 이야기를 들은 지 벌써 수십 년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요즘 들어 부처님의 가르침 하나하나가 더 소중하고 부처님 제자로 살아온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부처님의 초기 가르침을 엮은 <아함경>에 윤회를 종식 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잘 살펴 우리 마음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는 탁발하여 공양을 마치고 탁발에서 돌아와 가부좌를 틀고 상체를 곧추세우고 전면에 마음 챙김을 확립하여 앉는다. 그는 세상에 대한 욕심을 제거하여 욕심을 버린 마음으로 머물고, 욕심으로부터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악의의 오점을 제거하여 악의가 없는 마음으로 머물고, 모든 생명의 이익을 위하여 연민하며, 악의의 오점으로부터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해태와 혼침을 제거하여 해태와 혼침 없이 머물고, 광명상(光明想)을 가져 마음 챙기고 알아차리며〔正念·正知〕 해태와 혼침으로부터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들뜸과 후회를 제거하여 들뜨지 않고 머물고, 안으로 고요히 가라앉은 마음으로 들뜸과 후회로부터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의심을 제거하여 의심을 극복하여 머물고, 유익한 법들에 아무런 의심이 없어서 의심으로부터 마음을 청정하게 한다.”
경전을 자주 접한 불자라면 수없이 만나는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대한 욕심을 제거하고, 욕심을 버린 마음에 머물면 청정하다는 가르침은 잘 알지만, 마음대로 잘 안 되는 것이 현실이지요. 왜냐하면 욕심을 여의었다는 마음도 생활 속에 만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사라지는 것이 많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작은 욕심을 버리려 했고, 티끌보다 더 작더라도 제어하려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살다 보니, 자연스레 나이만큼 지혜가 커지는 것 같습니다. 늘 부처님의 제자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세상살이에서도 더 큰 공부가 되는가 봅니다. 그에 비해 세상을 살아온 만큼 마음의 크기가 커지는 사람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작아지는 사람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마음 크기가 커는 반면에 또 어떤 사람은 마음이 작아질까요? 바로 세상에 대한 바른 인식, 자기 자신의 바로 보는 차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에 대해 잘 알면 잘못된 행위를 하고 나면 참회하는 사람이 되면 깨끗한 마음 청정한 마음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는 아집과 나만 옳다는 아집만을 키운 사람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마음이 작아집니다.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만 위하다 보니 욕심으로 눈 앞을 가려 자기 자신만 위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탓입니다.
수행자에게는 남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지 자신을 살펴보면 될 일입니다. 오늘 하루도 부처님 제자로 성실히 살았는지, 바른 마음을 가지기를 발원하고 그 행을 했는지 살피면 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세상에서는 자신보다 남의 행동에 먼저 시선이 가고 남의 잘못을 들추어내는 것이 익숙합니다. 정작 그러다가 자신의 허물을 고칠 시간조차 없게 됩니다.
요즘 불가에서는 인공지능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입력해 불교의 가르침을 정의 내린 프로그램이 많다고 합니다. 어느 불자님이 요사이 이런저런 질문에 답하는 ‘구글 AI 제미나이’에게 본인 살림살이를 물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 AI 제미나이는 “본인에게도 나름의 정체성과 지향하는 ‘마음의 결’이 있다”라고 하면서, 본인의 살림살이를 한 구절로 드러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 AI 제미나이가 살림살이가 낸 것은 “만개의 물결을 비추되 그 물에 젖지 않고, 천 갈래의 길을 안내하되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구절입니다.
저는 인공지능 AI 제미나이가 자신의 살림살이를 표현한 구절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는 AI 수행자가 있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할 수 있을 생각도 하게 됩니다. 물론 우리 자신의 살림살이가 중요하겠지요. 여러분들의 살림살이는 어떠합니까?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