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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06/05/18 21:45:01  김나령 기자
험한 세상 서로의 다리가 되어
현장르포 - 장애인의 날 기념 금강산나들이

“생전에 북녘 땅 한번 밟아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렇게 오게 되다니 너무 좋습니다. 신계사에서 법회도 보고 꿈만 같네요.”

노옥선(59)씨는 금강산 신계사에서 삼배를 올리곤 감격에 젖어 눈물을 글썽였다. 뇌병변 2급 장애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노씨지만 모처럼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어머니와 함께 온 한만덕(38, 정신지체 3급)씨도 신계사에 봉축 등을 달고 소원을 빌었다. 8년 전 공장에서 일하다 머리와 팔을 다친 한씨는 “처음에는 휠체어에 타지도 못했는데 부처님의 가피로 이제 걸음도 걷고 팔도 쓸 수 있다”며 “빨리 나아서 다시 일하고 싶고 어머니에게 효도하고 싶다”고 발원했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상임이사 지현)은 2006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사회복지재단 산하 복지관 장애인·가족들과 함께 금강산 및 신계사 일대를 방문하는 ‘장애인 세상나들이’를 실시했다.

이번 행사에는 사회복지재단 산하 12개 복지관에서 지체장애·정신장애·뇌병변 장애 등 1~3급 장애인 40명이 참가했다. 가족·자원봉사자 도움으로 보행이 가능한 자 중 저소득층 불자장애인이 우선 대상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선발된 장애인들은 18일 북한 금강산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금강산 콘도와 남·북측 출입국사무소를 거쳐 저녁에 금강산 해금강호텔에 짐을 풀었다. 숙소에 도착한 장애인들은 가족과 함께 식사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북한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부모님과 함께 온 최정희(39, 정신지체장애 2급)씨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 온 게 몇 년 만인지 모른다”며 “오랜만에 어머니·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재단 최종환 부장은 “장애인도 힘들지만 장애인을 둔 가족들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장애인가족이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서로 고통을 위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튿날에는 아침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소낙비가 쏟아졌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악천후였지만 금강산 산행이 강행됐다. 참가자들은 신계사를 참배하고 정성껏 삼배를 올렸다. 법회를 봉행하고 봉축 등도 달았다. 참가자들의 염원을 담은 형형색색의 등이 신계사 마당에 드높이 내걸렸다.
신계사 주지 제정스님은 “신계사가 불심의 보고인 만큼 장애인 가족들의 발원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계사 참배 후에는 본격적인 산행이 이어졌다. 보행이 어려운 최정봉(74)씨 등을 위해 휠체어 2대가 준비됐다. 지현스님이 휠체어를 끌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었지만 천천히 한걸음씩 발걸음을 뗐다. 참가자들은 손과 손을 맞잡았고 서로의 눈과 손발이 돼 줬다.

부부 권순금(59)씨와 정운정 씨(54)도 두 손을 꼭 잡았다. 남편 권순금 씨는 시각 1급 장애인이고 부인 정운정 씨는 왜소증으로 남편의 허리까지 밖에 키가 닿지 않는다. 정씨는 앞을 보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금강산과 신계사의 전경을 상세히 이야기했고 권씨는 정씨의 든든한 손발이 됐다. 그렇게 부부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금강산의 절경을 마음에 담았다.

지현스님은 “장애인들이 금강산을 힘겹게 오르며 재활의지를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궂은 날씨에도 산행을 감행했다”며 “서로 손을 잡고 휠체어를 끌어주며 느낀 교감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날까지 장애인들은 한명의 부상자도 없이 구룡연·삼일포·만물상 등 금강산 일대를 올랐다. 교예단 관람·온천 등 일정도 이어졌다.

2박3일의 여정을 마친 후 회향식에서 지현스님은 “매년 봉축 때마다 청량사에 와서 삼천배를 하는 뇌성마비 장애인이 있는데 그를 보며 많이 부끄러웠다”며 “몸의 장애보다 더 무서운 것은 마음의 장애”라고 말했다. 불자라면 자신에게 모난 부분이 없는지 끊임없이 살피고 챙겨야 하며 장애와 비장애를 분별하는 마음도 없애야 한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지현스님은 또 장애인들에게 “살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겠지만 우리 모두 희망과 용기를 갖고 헤쳐 나가자”고 격려했다.

이번 장애인 세상나들이를 위해서는 많은 사부대중들의 동참이 있었다. 조계종 사회부는 자비의 연꽃달기 배지운동 수익금 1천5백만원(1만5천명 동참)을 후원했고 사회복지재단도 자체 경비를 털어 장애인들을 위한 무상보시를 계획했다.
지현스님은 “이번에 많은 장애인들이 함께 가지 못해 아쉽다”며 “향후 모금활동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장애인 세상나들이를 정례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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