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 참조 체계적 정신치료 방안 모색해야
한국선문화학회·정신치료학회 학술발표 잇따라
동국대학교 1백주년 기념 한국선문화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지난 26일 동국대 다향관에서 열렸다. 이날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창원전문대 이범수 교수가‘불전에 나타난 정신장애와 간병’을 주제로 정신장애의 원인과 치료법 등을 살펴봤다.
이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경전마다 각기 조금씩 다르게 정신장애의 원인과 현상을 규정하고 있다.
불교의학서 《아유르 베다》에서는 지·수·화·풍 4대의 부조화로 정신장애를 설명한다. 육체의 세가지 성분인 바타(바람)·피타(불과 물)·카파(땅과 물)의 불균형이 의식에서 생기기도 하는데 이 때 그 씨앗이 분노·공포·집착 등의 형태로 무의식 속에 내재돼 있다가 표면의식으로 드러난다. 이때 억압된 공포는 바타의 균형을 파괴하며 분노는 피타성분을 과도하게 만들고 시기와 탐욕과 집착은 카파의 성분을 가중시켜 육체가 질병에 취약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마하지관》에서는 사대부조·좌선부조·음식부절·귀(鬼)·마(魔) 등을 정신장애의 원인으로 꼽으며 《대지도론》에서는 탐진치 삼독에 의해 생기는 98종의 번뇌가 마음의 병을 낳으며 전생의 업으로 병을 앓기도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불교의학은 2천5백년 전부터 정신과 신체가 상호 작용하는 영향에 대해 세밀히 연구해 왔으며 의식과 무의식 정신세계까지도 깊이 다뤄왔다”며 “현대 심리학에서 분류하고 있는 정신장애의 많은 예·분석 사례가 이미 많은 불교 문헌 중에 나타나 있는 만큼 한국불교는 이런 자료를 활용해 체계적인 현대적 정신치료 대안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정신치료학회(학회장 허찬희)에서는 “선수행이 정신치료과정과 흡사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밝은신경정신과의원 허찬희 원장은 “정신치료 과정이 본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십우도(十牛圖)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정신치료학회는 지난 27일 오후 2시부터 6시30분까지 백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선수행과 정신치료의 실제’를 주제로 제2차 학술연찬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는 중앙승가대학교 총장 종범·계룡산 무상사 조실 대봉스님·서강대학교 이사장 박홍·서강대학교 서명원 신부 등 종교인과 밝은신경정신과의원 허찬희 원장·한국정신치료학회 명예회장 이동식 의사 등 정신과 의사가 참석해 선과 정신치료의 실제에 관해 토론하고 선수행이 현대의학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번 연찬회는 참선수행의 전통적인 내용과 방법인 ‘직지인심(直指人心)’·‘애응지물(碍膺之物)’·‘삼현문(三玄門)’·‘사구(死句)와 활구(活句)’ 등을 비롯해 선수행과 관련된 서양 정신치료의 치료과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특히 허찬희 원장은 불교의 도와 정신치료를 결합한 개념인 ‘도정신치료’를 주창한 이동식 박사의 의견에 동조하며 “정신치료 과정은 본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십우도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허 원장은 “십우도에서 소가 본성을 의미한다면 도정신치료에서 소는 고통의 원인이 되는 핵심감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정신치료를 통해 문제를 일으키는 감정의 핵심을 찾고 소의 고삐를 쥐듯 감정을 조절하며 결국 소를 잊어버린 것처럼 감정을 잊으며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는 게 허 원장의 설명이다.
허 원장은 또 “도정신치료에서는 치료자의 공감적 태도가 중요하다”며 “치료자의 마음이 비어 있어야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만큼 치료자 먼저 해결 못한 응어리를 없애고 자기감정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나령 기자 nrkim@jub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