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밀교학의 선구자
정년퇴임하는 서 윤 길 교수
“교육에는 들려주는 교육과 직접 보여주는 교육이 있습니다. 진정한 교육은 자신이 직접 보살정신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저는 지금껏 들려주는 교육만한 것 같습니다. 퇴임 후에는 경전을 읽어가면서 수행방법론을 찾아가겠습니다. 앞으로 실천과 수행을 중심으로 삼겠습니다.”
동국대대학원장 서윤길 교수는 지난 13일로 정년퇴임을 맞았다. 그는 푸릇한 대나무 같은 사람이다. 그의 성정이나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는 익히 알려져 있는 데로 불모지였던 한국밀교사를 개척한 밀교연구의 선구자다. 그의 노력과 연구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한국불교가 가진 밀교적 특징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서 교수의 노력과 연구가 있은 후에야 학자들은 한국불교는 ‘교종 중심의 선종’이라는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 한국불교가 가진 다양한 특징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는 밀교연구에만 무려 30여 년이란 긴 시간을 바쳤다. 30여 년 전 아무도 관심이 없던, 더구나 아무도 밀교를 불교로
인정하지도 않았던 때 자신의 공부로 삼으며 지금까지 밀교 만을 연구해 왔다는 것만으로도 서 교수는 ‘대나무’소리를 들을 만 하다.
하지만 그가 ‘대나무’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동국대에 22년 간 재직하는 동안 한순간도 보직을 놓지 않았다. 교무처장·불교대학원장 등을 거쳐 대학원장에 이르는 동안 그는 한 순간도 쉬지 않았다. 그는 “연구년도 좀 가지고 싶었지만 학교에서 놔주질 않았다”고 푸념도 하면서도 22년간 학교를 꿋꿋이 지켜왔다.
“저는 ‘인생을 투표에 던질 수 없다’라는 말을 새기며 살아왔습니다. 나를 필요로 해서 부르면 달려가 최선을 다하지만 내가 직접 나서서 투표에 저를 맡기진 않아요.”
학교에서 자신의 자리를 마련해주고 불러주니 뿌리를 내리고 22년간 대나무같이 살아왔다는 말이다.
그런 그도 휘어질 때가 있다. 바로 제자들을 위해서다. 그는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손아래 사람을 바라본다. 그의 제자 사랑은 제자들의 사소한 것까지 챙기는 모습에서 쉬이 알 수 있다. 그는 농담 삼아 얘기한다.
아직 결혼 안한 늦깎이 제자들이 있으면 제자걱정에 밤에 잠이 안온다고.
“저한테 제자들은 속가의 자식과 마찬가지입니다. 저의 자존심이 짓밟히는 한이 있어도 도와주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껏 나를 위해 누구를 찾아가지 않았지만 제자들의 앞날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찾아다녀요. 언제 어디서 제자들 일을 봐달라고 해야될지 모르니까요.”
인터뷰 도중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인간적인 따뜻함에 좌우명을 물어봤다. 서 교수는 ‘사람을 사랑하자’라고 대답했다.
꼿꼿한 대나무같은 사람이지만 인간적인 향내가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는 평생 사람에 대한 애정을 품고 살아왔다. 가만히 풍겨오는 인간적인 따뜻함에 인터뷰 자리는 더욱 푸근해졌다.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면 들려달라고 했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에 어디엔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떠난 후에 그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고 아쉽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존경받는 사람·아쉬움이 남는 사람이 돼야합니다. 떠난 자리가 크게 느껴지고 떠난 후에 아쉽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저는 지금껏 강조해 왔습니다. 가르쳐주는 것이 없어도 주변 사람들이 배우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표세현 기자 aeneid@jubul.co.kr